[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당당한 실력으로 나이를 숫자에 불과하게 만들고 있는 김남일이 최근 국내 축구계의 ‘대세’가 되는 분위기다.
사실, 이미 과거 속에 김남일이 대세였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2002월드컵 직후 김남일은 가히 ‘신드롬’급 반향을 일으키며 축구계를 넘어 대한민국 전체의 아이콘이라고 평해도 무방할 정도의 기운을 내뿜었다. 2005년 혜성처럼 등장하며 ‘천재’라는 수식을 들었던 박주영 이전에 ‘진공청소기’ ‘터프가이’ 김남일이 있었다.
해외생활을 청산하고 지난해 K리그로 컴백한 김남일이 다시금 안팎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이유는 오직 필드에서의 플레이 때문이다. 남자다운 외모와 남자다운 말투 등 경기 외적인 요소들의 영향을 받았던 과거의 인기와 지금의 부각은 다른 차원이다.
1977년생. 현재 프로연맹에 등록된 선수들을 통틀어도 손에 꼽을 정도의 고참인 김남일이지만, 띠 동갑이 넘는 후배들과의 경쟁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모양새다. 아니, 올 시즌 가장 도드라지고 꾸준한 중앙MF는 김남일이라는 안팎의 평가가 적잖다. 반대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가운데서도 대표팀 재발탁의 여론이 형성된 것은, 그만큼 잘하는 까닭이다.
다소 주관적일수도 있는 ‘잘한다’는 흐름 속에서 객관적인 지표도 등장했다. 프로축구연맹이 매주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들로 꾸리는 ‘위클리 베스트11’ 부문에 처음으로 김남일의 이름이 올랐다.
김남일은 프로연맹이 14일 오후 발표한 11라운드 베스트11 가운데 MF 부문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올해 김남일이 위클리 베스트에 뽑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2일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과 제주의 경기에서 김남일은 탁월한 경기조율 능력을 선보이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비록 0-0 무승부로 끝났으나 인천이 일방적으로 지배했던 경기였고, 이는 중원의 조율사 김남일의 공이 컸다.
당시 경기 후 제주의 박경훈 감독은 “허리싸움에서 완전히 밀렸다. 상대 김남일의 노련한 조율에 끌려가서 어려운 경기를 펼칠 수밖에 없었다”는 소감을 전했을 정도다.
프로연맹도 인정했다. 연맹은 김남일을 11라운드 최고의 미드필더로 선정하면서 “1차 저지선으로서의 만점 활약을 펼쳤으며 효과적인 공격전개의 역할도 출중했다”면서 “대표 재발탁 가능
김남일을 둘러싼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은 가운데 또 한 번 힘을 실어주는 지표가 등장한 셈이다. 최강희 감독은 16일 대표팀 소집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가장 많은 시선이 집중되는 인물은, 단연 김남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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