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광주) 이상철 기자] 그토록 바랐던, 평생 꿈꿔왔던 게 마침내 이뤄졌다. 눈물 젖은 빵을 먹던 2군 시절을 이겨냈던 건 언젠가 1군에 올라가 선발투수로 마운드에서 공을 힘껏 뿌릴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었다. 소박할 지도 모르지만 그 공 한 개라도 던지는 게 오래된, 그리고 참으로 간절했던 소원이었다. 그리고 그 소원을 마침내 이뤘고, 실현되기까지 ‘D-1’이 됐다.
16일 목요일, 야구팬의 관심은 온통 광주구장에 쏠릴 터다.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대한민국의 에이스’를 자처했던 윤석민(KIA)이 선발투수로 시즌 첫 등판하는 날이다. 그러나 혹자에겐 평생 잊을 수 없는 날이기도 하다. 윤석민과 선발 맞대결을 펼치는 이는 백인식(SK)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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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깜짝 카드다. SK는 여건욱의 2군행으로 선발 한 자리가 공석이었다. 새 5선발이 선발 로테이션상 KIA와 광주 3연전 중 한 경기를 맡아야 했다. 그러나 지난 주말까지 이만수 감독은 누구를 세워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그렇게 고심 끝에 결정한 게 백인식이었다. 이만수 감독은 “제구력도 좋고 상당히 공격적인 투구를 한다. 문승원, 이한진, 백인식을 놓고 고민했는데 백인식을 내세우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백인식은 지난 14일 낮 점심식사를 마치고서 이틀 뒤 선발 등판 통보를 들었다. 그 스스로도 얼떨떨할 정도였다. 어안이 벙벙한 그는 좀체 실감하지 못했다. 백인식은 “얼떨떨하다. 뭐랄까, 특별한 느낌이 들지도 않는다. 부담되거나 긴장되지도 않는다. 경기 당일이 돼야 뭔가 감정이 생길 것 같다”며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백인식은 ‘프로 6년차’다. 그러나 지난해까진 2군에서 뛰었다. 눈에 띄지 않았으나 선발 수업을 쌓으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를 괴롭혔던 오른 어깨 부상도 털어냈다. 그리고 1군 엔트리에 올라와 3경기 출장해 5이닝 7피안타 2볼넷 1사구 4탈삼진 1폭투 3실점 평균자책점 5.40을 기록했다. 딱히 도드라진 성적표는 아니다. 그러나 SK 코칭스태프는 적극적으로 덤벼드는, 공격적인 자세를 높이 평가했다.
1군 첫 선발 등판. 그 설렘 가득한 경기인데 하필 상대가 윤석민이다. 스포트라이트는 아무래도 윤석민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거물’과 맞대결을 펼친다는 건 부담스럽기 마련이다. 그런데 백인식, 강심장이다.
백인식은 “윤석민은 국내 최고 투수 아닌가. 그와 맞붙는다는 건 영광이다”면서 “그렇다고 내가 그런 것까지 신경 쓸 겨를은 없다. 그저 내가 해왔던 대로 하려고 한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렇다고 그가 자만하고 있는 건 아니다. 1군은 2군과 다르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백인식은 “지난해 2군에서 선발 투수로 꾸준히 뛰었다. 그러나 2군과 1군은 확실히 다르다”면서 조심스러워했다.
공교롭게 백인식의 첫 선발 등판 장소가 광주구장이다. 프로선수로서 뛴 적은 없지만 제주산업대에 다닐 때 전국체육대회에 참가해 밟아 본 곳이다. 대학 2학년이던 2007년 광주에서 개최한 전국체육대회 건국대전에 등판해 호투한 바 있다.
6년 만에 다시 서는 마운드에서 그는 꿈을 이루게 된다. 신데렐라가 될 수도 있다. 천하의 윤석민을 누르고 첫 승을 거둔다면 더욱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될 터다. 그러나 백인식은 욕심을 버렸다. 그저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지는 게 그가 세운 목표다.
백인식은 “2군이면 6,7이닝이겠지만 1군 무대니까 5이닝을 소화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무실점 같은 거창한 목표
16일 윤석민의 선발 첫 등판 활약 여부가 화제거리이기도 하나, 백인식이라는 신데렐라가 탄생할 지도 큰 관심거리다. 비룡군단에 깜짝 스타가 나올까. 하루 뒤면 모든 걸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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