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시즌 초반 화제의 팀은 단연 넥센 히어로즈다. 20일 현재 23승11패 승률 6할7푼6리로 1위 삼성 라이온즈에 반 경기 뒤진 2위에 올라있다.
시즌 개막 전 넥센이 다크호스로 꼽혔지만 이렇듯 상위권 판도를 뒤흔들 것이라고 예상한 전문가는 드물었다.
“넥센 구단이 몇 년 전부터 차근차근 준비했던 것이 올해 성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넥센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FA(자유계약선수) 이택근을 영입했고 김병현을 잡았다. 또한 지난 시즌 트레이드를 통해 이성열을 데려왔다. 서건창처럼 신고 선수였다가 주전으로 거듭난 선수도 있다.
공격에서는 좌타자 이성열의 역할이 크다. 넥센의 클린업 트리오 이택근, 박병호, 강정호는 모두 우타자다. 이성열이 6번 타자로서 뒤에 서게 됨에 따라 중심 타선의 무게감이 달라졌다.
한 방을 칠 수 있는 좌타자가 있다는 것은 상대 투수에게는 큰 부담감이다. 상대 벤치 입장에서는 중심 타선에 좌타자가 포함되면 투수 교체 시점을 잡는 것이 더욱 힘들어진다.
포수 허도환과 박동원도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잘 해주고 있다. 상위권에 있는 팀들을 보면 좋은 포수가 있다. 그동안 포수는 넥센의 취약 포지션이었다. 허도환은 이름값에서는 떨어지지만 2011시즌부터 꾸준히 경기에 나서며 경험을 쌓았다.
하지만 넥센이 지금 아무리 잘 나간다 해도 포스트시즌 진출을 낙관하기엔 이르다. 장점 못지 않게 단점 또한 여럿 있기 때문이다.
넥센의 현재 가장 큰 아킬레스는 불펜이다. 이로 인해 선발 투수들을 길게 끌고 갈 수밖에 없다. 넥센은 선발 투수들이 평균 5⅔이닝을 던지며 6이닝을 던진 삼성 다음으로 길게 던지고 있다. 시즌 중후반이 됐을 때 선발진의 피로가 누적 돼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
넥센 투수들의 이닝당 투수수는 17.3개로 한화 이글스(17.8개), 두산 베어스(17.4개)에 이어 세번째로 많다.
볼넷이 많은 것이 이닝당 투구수가 많은 요인이다. 넥센은 경기당 볼넷 허용이 4.32개로 SK 와이번스(4.69개), 한화 이글스(4.46개) 다음으로 많다. 투수 코치가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다.
주전 야수들의 체력과 부상도 경계해야 한다. 한 포지션이 무너졌을 때 백업 선수들이 얼마나 이를 메워줄 수 있을지가 과제다. 현재까지는 염경엽 감독이 자율 훈련과 휴식을 통해 체력을 잘 비축하고 있다. 주전과 백업을 가리지 않고 경기 준비에 몰두하며 최상의 결과를 낳고 있다.
감독과 함께 올 시즌 넥센 코칭스태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염경엽 감독은 소통을 통해 변화된 코칭스태프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있다. 넥센은 매일 30분에서 1시간 정도 회의를 갖는다. 9개 구단 전체를 봤을 때 회의가 많은 편에 속한다. 구체적인 질의응답을 통해 서로 배우며 발전된 야구를 만들어 가고 있다.
팀이 강해지려면 시즌 중후반 위기가 닥쳤을 때 코치들이 감독에게 적절한 조언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염경엽 감독이 이를 잘 판단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이런 부분들이 잘 이뤄지고 있다.
넥센은 23승 중 11승을 역전승으로 만들어냈다. 선수들은 기회가 왔을 때 이를 득점으로 연결할 수 있는 집중력을 가지고 있다.
넥센 선수들의 말을 들어보면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다고 한다.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이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열심히 연습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자 자신감을 얻게 됐다.
넥센은 올 시즌 4강에 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지금까지는 순조롭다."
[전 LG·삼성 투수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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