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투수 이한진이 건강하게 돌아왔다.
지난 22일 NC 다이노스전에서 군 복무 후 1군에 올라와 첫 등판했는데 1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흔들리는 불펜 탓에 고심이 깊었던 이만수 감독은 이한진의 호투에 “잘 던져줬다”며 반색했다. SK의 패배로 빛이 바랬으나, 이한진의 복귀 무대는 의미가 있었다.
경쟁자들이 하나둘씩 1군에 올라가 기회가 주어졌던 반면, 이한진은 퓨처스리그 경기에 줄곧 머물렀다. 퓨처스리그 성적은 괜찮았다. 8경기에 등판해 3승 2패 평균자책점 2.72를 기록했다. 이만수 감독은 여건욱의 2군행과 함께 5선발을 놓고 고민하다 백인식을 선택했는데, 함께 고심했던 이가 이한진이었다.
그러다 SK가 지난 주말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불펜이 흔들리자, 이한진에게 1군행을 통보했다. 기다림의 끝에, 노력의 결실을 맺은 것이다. 이한진은 “2군에서 잘 하고 있으면 분명 내게도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열심히 준비했는데, 그 기회가 찾아왔다”며 기뻐했다.
그런데 주어진 임무는 선발이 아닌 불펜이었다. 퓨처스리그에서 선발로 뛰었던 이한진으로선 걱정 아닌 걱정이 들었다. 아한진은 “2군 경기에서 계속 선발로 뛰었다. 솔직히 불펜을 맡아야 한다고 해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걱정과 달리, 잘 던졌다. 이한진은 지난 22일 NC전에서 5회 채병용에 이어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갔다. 그토록 밟고 싶던 1군 마운드였다. 오랜만에 문학구장에서 팬들의 응원을 받으니 기분도 좋았다.
그렇지만 꿈에선 금방 깨어났다. 잘 던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밀려왔다. 더욱이 SK는 2-4로 뒤져있는 터라, 더 이상의 실점을 해선 곤란했다. 떨리던 가슴은 공을 하나 힘차게 던지니 진정됐다. 이한진은 “막상 마운드에 오르니 긴장이 많이 됐다. 부담됐지만, 첫 타자를 상대로 첫 공을 던지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웃으며 말했다.
1사 1루 상황에서 이한진은 권희동을 3루수 직선타로 잡은 뒤, 모창민에게 중전안타를 맞았다. 타석에는 이날 100% 출루를 했던 지석훈이었는데, 이한진의 공을 날카롭게 때렸다. 그러나 3루수 최정이 잡아 3루 베이스를 밟으며 이닝을 마쳤다. 행운이 따르기도 했다. 잘 맞은 타구가 잇달아 최정에게로 향했으니.
고비를 넘긴 이한진은 7회 노진혁과 이태원을 중견수 플라이와 1루수 땅볼로 가볍게 처리한 뒤 공을 진해수에게 넘겼다. 아슬아슬하긴 했으나, 주어진 임무를 100% 수행했다. 그러나 이한진에겐 만족스러운 투구가 아니었다. 이한진은 “무실점을 했으나 투구 내용은 만족스럽지 않다. 그냥 보통이었다. 최정이 많이 도와줘서 가능했다”고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겸손한 태도이기도 하다. 이한진은 “첫 불펜 경기에서 (걱정과 달리)그런대로 잘 한 것 같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더욱 잘 던져서 비룡군단의 허리를 단단히 하겠다는 각오도 남겼다. 이한진은 “투구폼도 수정해 기복이 심했던 걸 고쳤다. 1군에서 뛰고 싶은 간절함이 있었다. 기회가 주어진 만큼, 경기에 나가면 무조건 잘 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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