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LG 트윈스가 신바람 야구를 시작했다. 천적 삼성 라이온즈에 위닝시리즈를 거두면서 상승 모드다. 그 중심에는 친정으로 돌아온 권용관이 있었다. 권용관의 재치 넘친 베이스러닝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홈스틸과 야수 선택을 놓고 갑론을박이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은 권용관의 센스다. 그런데 즉흥적인 것이 아닌 준비된 작전이었다니 더 놀랍다.
바로 이때였다. 3루주자 권용관이 뜬금없이 홈으로 내달렸다. 거침없는 슬라이딩. 상황도 절묘했다. 이지영의 느릿했던 동작과 우타자 정성훈에게 3루주자가 교묘하게 가려진 상황을 이용한 홈 대시였다. 이날 승부를 가른 결정적 순간이었다.
비록 권용관의 개인 1호이자 시즌 1호, 역대 35호 단독 홈스틸은 이날 경기 기록을 담당한 이주헌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기록원의 야수 선택 판정으로 날아갔지만, 보기 드문 명장면이었다.
상대의 허를 찌른 권용관의 진격은 사실 무모한 모험이었다. 타석에는 4번타자가 있던 상황이었다. 스포츠에 만약은 없지만, 실패했더라면 역전 찬스를 날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LG는 6회 정성훈과 정의윤의 연속안타가 이어지며 1점을 더 보태 짜릿한 3-2 승리를 따냈다.
이날 권용관의 선택은 단독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었다. 3루 베이스 코치를 맡고 있던 최태원 코치와 나눈 치밀한 작전에 의한 과감한 결정이었다. 권용관은 “사전에 최태원 코치와 포수의 움직임을 보면서 기회를 노려보자고 했었다”고 털어놨다.
최 코치는 지난달 삼성전 2연패 이후 순간순간 드러난 발야구에 대해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큰 소리를 쳤다. 경기는 졌지만 묘한 자신감이었다. 이어 최 코치는 “LG의 발야구는 더 기대해도 좋다. 더 진화한다”며 “아마 조금 더 지켜보면 깜짝 놀랄만한 일이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최 코치는 권용관과 함께 환상의 호흡을 맞춰 정말 깜짝 놀랄만한 사건을 만들었다. 이번 깜짝 홈 쇄도가 우연이 아닌 이유는 치밀한 노력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최 코치는 상대 포수와 투수, 야수들의 사소한 동작과 습관까지 세밀하게 연구하고 있다. 밤샘 작업을 할 때도 부지기수다. 그 작은 틈을 파고들어 상대의 허를 찌르는 과감한 베이스러닝이 완성된 것이다.
LG의 화려한 전성시대였던 ‘신바람 야구’가 돌아오는 것일까. LG가 5월말 반등의 기회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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