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한때 가장 주목받는 멀티 플레이어였다. 특히 좌측면에서는 위아래를 가리지 않았다. 윙포워드나 측면미드필더로, 혹은 풀백으로도 그는 어지간한 선수들과 견줘 비교우위를 점했다.
그야말로 ‘팔방미인’이었다. 하지만 그 다양한 재주가 언젠가부터 발목을 잡았다. 어디서든 빛났으나 다양한 곳에서 빛나면서 외려 빛이 반감된 인상이 적잖았다. 김치우 이야기다.
애매한 상황 속에서 그는 군(상주상무)에 입대했고 자연스레 팬들의 시선에서도 대표팀의 부름에서도 멀어져갔다. 지난해 9월 제대와 함께 친정 FC서울로 복귀하면서 재도약을 노렸으나 떨어진 자신감은 좀처럼 페이스를 끌어올리지 못했다.
올해 초 서울에 입단한 차두리는 “독일에 있으면서 솔직히 K리그 선수들을 잘 몰랐다. 하지만 딱 한 명은 알고 있었다. 그가 바로 김치우다. 왼발 크로스가 상당히 날카로운 선수라는 강한 인상이 남아 있다”는 고백과 함께 “하지만 막상 와서 보니까 예전과 달리 자신감이 많이 결여돼 있었다. 지닌 장점이 많은 선수인데 제대로 표출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는 아쉬움을 전한 바 있다. 그것이 자극이 됐을까.
김치우는 서서히 예전의 모습을 찾아갔다. 최용수 FC서울 감독은 아디를 중앙수비수로 돌리면서까지 김치우를 본디 포지션에 가까운 좌측풀백으로 중용했고, 자라나는 머리칼과 함께 김치우의 왼발도 서서히 힘을 되찾기 시작했다. 지닌 능력은 이미 검증이 된 선수가 능력을 회복하자 결국 최강희 감독도 중요한 순간 김치우를 호출했다.
사실 김치우는 최강희 감독의 데뷔전이었던 2012년 2월25일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 45분을 뛴 바 있다. 당시 그는 후반 시작과 함께 헤딩골, 종료직전 왼발 프리킥골 등 2골을 뽑아내면서 좋은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그것이 최강희호와의 인연의 끝이었다. 더 이상 출전기회는 없었다. 그런데 최강희 감독의 마지막 3연전에서 다시 기회를 잡았다. 천우신조(天佑神助), 노력한 본인에게는 다소 미안하지만 여러 면에서 하늘이 돕는 형국이다.
1년이 넘는 시간동안 최강희 감독이 내내 실험했던 왼쪽풀백 자원이 번번이 신통치 않은 결과를 냈던 것과 맞물려 김치우는 다시 대표팀에 승선하는 기회를 잡았다. 지난 3월 카타르전에서 박원재와 윤석영을 뽑았던 최강희 감독은, 마지막 3연전을 앞두고는 왼쪽풀백 자원으로 바젤의 박주호와 김치우를 택했다.
센터백 김영권과 우측풀백 김창수가 왼쪽까지 소화하는 능력을 갖췄으나 기본적으로 박주호와 김치우의 2대1 싸움이다. 여기서 또 신이 돕는 일이 벌어졌다. 경쟁자 박주호가 스위스리그 일정을 소화하고 현지시간으로 2일에서야 대표팀에 합류했다. 최강희 감독은 물리적인 시간의 부족과 함께 적어도 레바논전에는 박주호를 출전시키기 어렵다는 뜻을 전했다. 김치우에게는, 정말로 천우신조가 아닐 수 없다.
불가피한 여건상 김치우를 쓸 수밖에 없는 것도 아니다. 현재 대표팀 여건상 김치우를 써야하는 이유도 분명하다. ‘왼쪽’만 자원이 마땅치 않은 게 아니라 ‘왼발’도 부족하다.
아직 베스트11이 결정되지는 않았으나 엔트리 전체를 통틀어도 데드볼 상황에서 왼발로 킥을 올릴 수 있는 선수가 드문 구성이다. 김치우를 제외한다면 김보경을 비롯해 박주호와 김영권 정도가 왼발이 뛰어난 선수다. 하지만 김영권 역시 중국리그 일정을 마치고 박주호와 함께 2일에서야 합류했다. 레바논전은 김영권도 어렵다. 이 역시 김치우에게는 찬스다.
요컨대, 김보경을 제외하면 왼발 프리키커가 없는 상황에서 김치우의 활용도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오른발 자원들에 비해 왼발이 크게 부족하다. 코너킥이든 프리킥이든 김
절치부심했던 김치우에게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여러모로 그를 도와주는 형국이다. 팔방미인의 맵시를 뽐내던 과거의 김치우가 아니라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그야말로 하늘과 신이 돕는 기회를 살려 왼쪽풀백으로서의 가치를 제대로 선보여야하는 김치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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