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뉴욕 브롱크스) 김재호 특파원] 스즈키 이치로의 말 한 마디가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 자기 자신에게 한 말이 순식간에 망언으로 둔갑했다.
이치로는 지난 20일(한국시간) 양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LA다저스와의 더블헤더 1차전 경기에서 4타수 3안타 3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류현진을 상대로도 홈런 1개를 포함, 3타수 2안타를 기록하며 완승을 거뒀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경기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그는 “그저 눈감고 방망이를 휘둘렀다(I just closed my eyes and swung)”고 말했다.
이치로의 발언이 화제가 됐다. 지나친 내셔널리즘에 집착한 언론이 만들어낸 해프닝이었다. 사진= 한희재 특파원 |
이치로가 무슨 의미로 그런 말을 했는지는 이치로 자신만이 알 것이다. 그러나 앞뒤 정황을 볼 때, 이치로의 이 발언은 그런 의미로 한 것이 아니었다. 이치로는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말과 함께 이 발언을 남겼다. 상대에 대한 비하보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공을 쳤다는 말이었다. 실제로 이날 이치로는 간결한 타격을 보이며 모처럼 팀 공격을 이끌었다.
MK스포츠가 일본 기자들을 상대로 취재한 바에 따르면, 이치로는 오히려 류현진을 칭찬했다. “공을 던지는 템포가 매우 좋다. 언제든 원한다면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선수”라면서 “다저스 타선이 초반에 득점을 냈다면, 우리 타자들도 류현진을 상대로 불편해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정말로 이치로가 류현진의 공을 “눈 감고도 칠 공”이라는 의도로 말했다면, 이런
결국, 이치로의 이번 ‘망언 파문’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확률이 높아졌다. ‘한일 대결’이라는 코드에 집착하는 쇼비니즘(국수주의)이 만든 한바탕 소동이었다. 일본 타자와의 대결을 앞둔 소감을 묻는 질문에 “여기는 미국이다”고 받아친 류현진의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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