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표권향 기자] 이제 프로야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그녀의 말 한마디와 표정 하나에 야구팬들이 들썩인다.
"야구장에 몇 번 왔었는데 나 못 봤죠?”
최희 KBS N 아나운서(이하 직함생략)가 23일 2013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린 잠실구장을 찾았다. 마이크를 내려 놓고 실컷 소리 지르며 야구를 본 게 얼마만인가. 양 손에 치킨과 맥주를 들고 야구장을 찾은 최희는 “야구 볼 땐 당연히 치맥(치킨과 맥주)이죠”라며 환하게 웃었다.
야구장의 '대세녀' 최희의 순수한 매력에 푹 빠져보자.
최희 아나운서가 23일 한화와 두산의 경기가 열린 잠실구장을 찾았다. 최희 아나운서는 "야구장에서는 치맥이 최고다"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야구에서 인생을 배운다.”
매일 야구와 함께 해서가 아니라 야구가 있어 “행복하다”는 그녀다. 야구장에 들어서자마자 “우와~ 야구장이다”라며 좋아하는 최희. 영락없는 평범한 야구팬이었다, 최희는 “일하러 온 야구장에서는 하루 종일 긴장한다. 오늘은 일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니 하루를 즐기겠다”며 잔뜩 들떠 있었다.
스포츠 전문 아나운서가 된 이후 일적으로 야구장을 찾는 일이 많았던 최희는 응원석을 바라보며 “저 자리가 부러웠다. 나도 응원하고 싶은데”라며 “가끔 모자 푹 눌러 쓰고 야구장을 찾아 응원석 한 가운데에서 큰 소리로 응원한 적도 있다”고 비밀을 살짝 털어놨다. 하지만 응원팀은 직업상 공개할 수 없다나?
어린 시절 현대 유니콘스 어린이 회원이었던 최희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처음 야구장을 찾았다. 최희는 “아버지와 삼촌이 맥주를 마시며 응원하는 모습이 재밌고 신나보였다”며 “야구장에서의 치맥은 로망이었다”고. 곧바로 시원한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최희 아나운서는 "야구를 통해 인생을 배우고 있다"며 "스포츠 아나운서임에 감사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야구는 인생이다.”
인생의 한 부분이 된 야구에 대해 최희는 “인생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내가 지상파 진출을 욕심내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하지만 지금의 내가 좋다. 이곳에서 나는 인생을 배웠고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내가 스포츠 전문 아나운서가 된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2-0으로 두산이 앞선 상황, 무사 2루에서 한화 안승민의 폭투가 터져 오재원이 3루를 밟았다. 이어 허경민의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1점을 추가한 두산이었다.
최희는 “에이스 투수도 실점한다. 3할 타자와 홈런타자가 매일 그 성적을 유지할 수는 없다. 10번을 쳐서 3번은 잘 맞고 7번은 실패한다고 들었다. 내 일과 인생에 있어 메이저와 마이너의 차이가 아니다. 케이블 채널 아나운서라고 해서 마이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신고 선수로 입단해 빛을 발산한 선수들과 같이 나도 꾸준한 노력을 통해 많은 시청자들과 공감할 수 있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고 했다.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7회에 한화 오선진의 투런포가 터지자 "봐라, 이 것이 야구다. 포기하는 법이 없다"라며 목소리를 높혔다.
최희 아나운서는 "야구는 포기하는 법이 없다"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 들었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야구와 함께 하는 하루가 즐겁다,”
매일 오후 6시부터 생방송하는 최희는 ’아이러브 베이스볼(I Love Baseball)’을 진행할 때가 24시간 중에 가장 즐겁단다. "짜릿하고 스릴이 넘쳐 희열을 느낀다”며 방송을 떠나 야구에 대한 열정을 온 몸으로 표현했다.
스포츠 전문 아나운서로서 방송계에 진출한 최희는 “(김)석류 선배가 먼저 스포츠 아나운서의 길을 닦아 주었지만 처음 스포츠 방송계에 입문했을 때 다듬어지지 않은 길을 걸어 조금 어려웠다"며 방송 초기에 겪었던 고난에 대해 털어놨다.
체력과 정신적으로 지친 적이 있었다. 매일 오전 9시에 출근해 자정을 넘겨 퇴근한 뒤엔 재방송과 신문 등을 모니터하고 부족한 공부를 하다보면 새벽 3시가 돼서야 잠이 드는 생활을 반복했다. 최희는 심신 관리를 위해 크로스핏을 시작했다. 라디오 방송을 통해 친분을 쌓은 가수 김범수가 강력 추천해준 스포츠다. 최희는 “크로스핏은 극한을 경험한 뒤 자신의 한계를 체험할 수 있는 스포츠로 정신적으로 도움이 된다. 바쁜 일상 속에서 체력소모는 물론 악성 댓글로 나약해지는 내 모습을 컨트롤하기 위해 시작했다”고 했다.
현재 스포츠 프로그램 진행은 물론 광고, 버라이어티쇼 등에 진출한 최희는 “밭을 갈고 비료를 뿌려 이제 풀이 자라기 시작했다”고 지금 자신의 위치를 평가했다.
“최근 여성 스포츠 아나운서가 많아짐으로써 세간의 인식이나 선입견들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 뿌듯하고 야구팬들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최희 아나운서의 이상형은 "야구 좋아하는 남자"다. 야구장을 찾은 가족단위의 야구팬들을 보며 부러워했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내 이상형은 야구 좋아하는 남자”
최희가 앉은 왼쪽과 뒤편에는 가족 단위의 야구팬들이 있었다. “정말 귀엽지 않느냐”며 아이들에게 인사하던 최희는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야구장을 찾았던 추억을 떠올렸다. 최희는 “가족 단위의 야구팬들을 보면 정말 부럽다”며 한참을 쳐다봤다.
이때 관중석에서 ‘키스 타임(Kiss Time) 이벤트’가 진행됐다. 한 노부부의 모습에 “아름답다. 나도 결혼해서 저 분들처럼 멋지게 나이 들고 싶다”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 들었다.
최희의 이상형은 ‘야구 좋아하는 남자’다. “남자친구가 생기면 같은 유니폼을 입고 응원석에서 야구를 보고 싶다”고 소박한 소망을 말했다.
경기 후 승패에 관계없이 선수들을 향해 박수치는 야구팬들을 보며 "멋있다"고 얘기한 최희 아나운서는 "선수들이 힘을 내서 더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야구장을 많이 찾아 주세요"라며 부탁했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야구장 많이 찾아 주세요”
경기내내 한화와 두산의 열띤 응원전이 펼쳐졌다. 최희는 불현 듯 떠오른 한 팬의 이야기를 꺼냈다. “한화가 최다 13연패를 끊은 날 중계 화면으로 한 여생팬이 우는 것을 봤다. 보는 나까지 짠했던 순간이었다”며 “야구는 승패를 떠나서 감동을 품고 있다. 야구로 인해 나는 세상 속에서 따뜻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는 두산이 한화에 8-3으로 이겼다. 두산 측 응원석에서 함성 소리가 들렸다. 한화 측 팬들 역시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수고한 한화 선수들에게 박수를 쳤다.
최희는 “양 팀 선수들과 팬 모두 멋지다. 야구장은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는 열정과 감동을 함께 느낄 수 있다”며 한참 그라운드를 바라봤다.
올 시즌 프로야구 인기가 전년도에
야구의 매력에 푹 빠진 최희는 “건전하면서도 좋은 취미가 생긴 것에 행복하고 감사하다. 한 인생을 살면서 복 받은 것 같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gioia@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