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김병현과 강윤구의 좋은 피칭이 승리의 발판이 됐다.”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이 지난 7일 목동 LG 트윈스와의 경기서 시리즈 전승을 거둔 뒤 밝힌 소감이다. 이날 3회초 조기 강판을 결정한 김병현을 두고 ‘좋은 피칭’이라고 언급한 것이 눈에 띈다. 염 감독의 승부수를 엿볼 수 있는 한 마디였다.
프로야구 두 동갑내기 막내 감독의 자존심 대결이 치열하다. 염경엽 넥센 감독과 김기태 LG 감독이 나란히 서서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이번 시리즈의 향방을 가른 것은 지난 5일 시리즈 첫 경기였다. 양 팀은 난타전 끝에 불펜을 총가동한 결과 넥센이 12-10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따냈다. 이후 타격은 LG가 고스란히 받았다. 이날 승리의 숨은 한 수는 염 감독의 허를 찌르는 작전이었다. 9-9로 팽팽히 맞선 8회말 2사 만루서 3중 도루로 기막힌 역전에 성공하며 경기를 뒤집었다. 견제가 많은 LG 마무리 봉중근을 상대로 준비된 작전이었다.
LG를 상대로 2연승을 따내며 위닝시리즈를 확정지은 넥센은 마지막 3차전 역시 LG를 11-2로 완승을 거뒀다. 승부는 경기 초반에 갈렸다. 그 뒤에는 역시 염 감독의 숨은 두 수가 도사리고 있었다.
염 감독은 경기 초반부터 승부수를 띄웠다. 2회말 넥센의 선취점 역시 철저한 작전에 의해 완성됐다. 염 감독은 2회말 1사 3루서 허도환에게 스퀴즈 번트 작전으로 선취점을 뽑았다. 경기 초반인 2회부터 스퀴즈 작전을 내는 것은 쉽게 볼 수 없는 장면. 허도환의 완벽한 1루쪽 번트와 3루주자 김민성의 홈 질주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이후 3회초 염 감독의 승부수는 또 나왔다. 선발투수 김병현을 조기 강판시킨 것. 김병현은 2⅓이닝 동안 1실점을 하며 준수한 투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염 감독은 승부처를 3회로 판단했다. 마운드에 오른 강윤구도 이미 준비돼 있었고, 더그아웃으로 향한 김병현도 이미 상황을 예감한 눈치였다. 불펜 자원이 부족했던 넥센은 6⅔이닝을 단 1실점으로 틀어막은 강윤구의 완벽에 가까운 호투로 스윕을 낚았다.
올 시즌 넥센의 지휘봉을 잡은 염 감독은 만만한 ‘초짜’가 아니다. 코치 시절부터 작전의 귀재로 불렸다. 최근에 얻은 별명도 ‘염갈량’이다. 염 감독은 이번 시리즈에서 상대의 허를 찌르는 작전을 수 차례 선보이며 김기태 LG 감독
‘엘넥라시코’로 불리는 라이벌전에서는 광주일고 동기동창 타이틀도 내려놓은 냉혹한 승부의 세계였다.
두 감독의 뜨거운 맞대결은 8월 잠실(20, 21일)과 목동(27, 28일)을 오가며 2연전씩 두 차례 맞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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