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U-20대표팀의 월드컵 4강 도전이 좌절됐다. 박종환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1983년 멕시코 대회 이후 30년 만에 그때 그 고지를 밝기 위해 애를 썼고 거의 잡을 듯했으나 애석하게도 물거품 됐다.
대한민국 U-20대표팀이 한국시간으로 8일 새벽 터키 카이세리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8강에서 전후반과 연장까지 3-3으로 우열을 가리지 못하는 팽팽한 승부를 펼쳤으나 승부차기에서 4-5로 패하며 너무도 아쉽게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광종호의 도전이 아쉽게 마무리됐다. 스타가 없어 아름다웠던 도전이지만, 스타가 없어서 또 아쉬운 도전이기도 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
실상 이번 대회에 나서는 이광종호는 역대 최약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을 정도로 큰 기대를 받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축구가 이름값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스쿼드의 무게감은 확실히 떨어졌다. 2003년의 정조국 최성국 권집, 2005년의 박주영 백지훈 오장은, 2007년의 기성용 이청용 등 역대 U-20대표팀에는 있었던 특별한 선수가 이광종호에는 없었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8강까지 올랐던 지난 2009년 이집트 U-20월드컵 멤버와 견줘도 느낌이 다르다. 당시 주축은 구자철 홍정호 김영권 윤석영 김보경 등으로 현재 A대표팀의 주전급으로 성장한 이들로 ‘될 성 부른 떡잎’들이 넘쳤다.
반면 이광종호는 크게 도드라지는 인물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더군다나 에이스로 통했던 문창진이 부상으로 최종명단에서 제외되면서 힘을 더 떨어뜨렸다. 실제로 대표팀은 조별예선 3경기에서 상대를 크게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강호 포르투갈과의 2차전에서 2-2로 비긴 것은 좋은 점수를 줄 수 있겠으나 약체 쿠바와의 1차전(2-1승) 그리고 나이지리아와의 3차전(0-1)은 썩 좋은 내용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결정적 한방’을 터뜨려줄 에이스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내내 패스만하다 끝난 나이지리아전이 대표적이었다.
요컨대 특별한 1명은 없었다. 하지만 “팀보다 강한 선수는 없다”라는 명제가 참임을 입증했던 이광종호다. 우승후보로 꼽히던 콜롬비아전에서 보여준 끈끈한 조직력과 서로가 서로를 의지해서 버티던 정신력은 ‘팀’으로 뭉친 이광종호의 가장 큰 무기였다. 그 힘의 백미는 이라크와의 8강전이었다.
3-3의 과정은 먼저 골을 내준 뒤 한국이 균형을 맞추는 것의 반복이었다. 0-1에서 1-1로, 1-2에서 2-2로 쫓아가던 이광종호는 결코 쓰러지지 않았다. 연장후반 13분에 일격을 당해 2-3으로 벌어졌을 때, 누구든 패배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던 상황에서도 연장후반 추가시간에 다시 3-3 동점을 만들던 모습은 오랜만에 드라마다운 드라마를 연출시켰다.
실상 이런 ‘추격’은 이번 대회에서 이광종호가 보여준 가장 큰 미덕이었다. 조별예선 1차전 쿠바전부터 3차전 나이지리아전까지 내내 먼저 실점을 내줬다. 그러나 쿠바전은 2-1로 역전승을 거뒀고 포르투갈과의 2차전은 2-2 동점으로 끝냈다. 뒷심이었다. 하지만 힘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균형추를 맞추는 것까지는 가능했으나 경기를 숫제 뒤집지는 못했다. 이기고 있을 때 확실히 달아나지도 못했다. 콜롬비아와의 16강전도 1-0으로 이기고 있다가 종료직전 동점을 허용해 연장까지 가야했고 이라크와의 8강도 균형을 맞추는 것
이광종호의 도전은 분명 아름다웠다. 스타 없이도 빛이 났다. 그래서 더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스타가 없어서 또 아쉬웠던 도전이다. 대형스타의 부재는 답답함도 안겨줬다. 굵직한 유망주의 발굴과 육성에 대한 고민도 안겨준 대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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