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전주) 임성일 기자] 이동국의 연속경기 득점행진이 ‘7’에서 멈췄다. K리그 30년 역사 속에서 황선홍과 김도훈만이 밟아본 8경기 연속골 고지 등극에 실패했다.
이동국의 8경기 연속득점 행진으로 많은 관심이 집중됐던 16일 전북과 대전의 K리그 클래식 19라운드 경기에서 양팀이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동국의 득점은 없었고 승리가 절실했던 전북도 승점 1점 획득에 그쳤다. 반면 절실했던 대전은 값진 1점을 챙겼다.
이동국의 연속경기 득점기록이 ‘7’에서 멈췄다. 승리가 필요했던 전북도 승점 1점 획득에 그쳤다. 대전이 박수를 받을 경기였다. 사진(전주)= 김재현 기자 |
전북과 이동국 입장에서는 더 좋지 않은 시나리오로 경기가 시작됐다. 득점을 대전이 먼저 뽑았다. 세트피스 상황이었다. 전반 14분 전북 지역 오른쪽에서 허범산이 올린 코너킥을 정석민이 헤딩으로 연결하면서 최은성 골키퍼를 꼼짝 못하게 만드는 선제골을 뽑아냈다. 객관적으로 열세인 대전이 리드를 잡아 수비가 두터워지면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이동국의 기록도 기록이나 전북도 상위권 진출을 위해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던 경기다.
이에 최강희 감독은 전술적 변화를 빨리 가져갔다. 전반 22분 중앙미드필더 권경원을 빼고 공격수 송제헌을 투입했다. 정혁과 이승기가 중앙에, 레오나르도와 박희도가 측면미드필더로 배치되면서 전방은 이동국은 원톱에서 송제헌과의 투톱으로 변형됐다.
투쟁심이 강한 송제헌을 넣으면서 보다 공격적인 전술변화를 감행한 최강희 감독이다. 그러나 기록의 희생양이 되지 않겠다는, 그리고 14경기 연속무승(5무9패)의 사슬을 끊기 위한 대전 수비수들의 의지는 강했다. 좀처럼 틈을 내주지 않았다. 오랜만에 대전 선수들 전체의 투지를 볼 수 있었던 경기다.
이동국은 2선으로 내려오거나 좌우로 폭을 넓히면서 수비수들을 떨어뜨려 놓으려는 움직임에 집중했다. 슈팅을 자제한다는 인상도 있었으나 슈팅을 할 공간이 여의치 않기도 했다. 결국 전반 종료 직전 정혁의 프리킥을 가슴으로 트래핑한 뒤 시도한 전매특허 오른발 발리슈팅이 아쉽게 왼쪽으로 벗어나면서 아쉬운 45분의 휘슬이 울렸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여러모로 전북 쪽에 불리했다. 앞서 언급했듯 대전의 투지는 그 어느 때보다 강했고, 이동국의 기록까지 의식해야했던 전북은 조급해 질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따라서, 시급한 것은 이동국의 득점이 아닌 동점이었다. 그 시나리오대로 경기가 흘렀다.
후반 11분, 레오나르도가 중앙에서 공을 차단해 상대와의 몸싸움을 이겨내면서 과감한 오른발 감아차기로 크로스바를 때리고 안으로 꺾어 들어가는 동점골을 뽑아냈다. 최강희 감독은 동점 이후 곧바로 송제헌을 빼고 에닝요를 투입(후반 14분)했다. 아직 몸상태가 여의치 않으나 끌어온 분위기를 반드시 승리로 연결하겠다는 의지였다.
에닝요가 들어오면서 전북은 보다 안정적이고 정상적인 포메이션으로의 전환도 이뤄졌다. 이동국이 전방으로 올라가면서 2선의 지원을 받을 확률이 커졌다. 경기장 분위기는 전북의 흐름이었다. 하지만 대전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후반 27분 최강희 감독은 측면수비수 전광환을 빼고 새로 합류한 센터백 김기희를 중앙 미드필더로 투입했다. 대전의 힘겨루기가 만만치 않았다는 방증이다. 배수진의 자세로 나온 대전은 결국 끝까지 무너지지 않은 채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동국의 연속득점도 막고
전북으로서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선두권 도약을 위해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으나 대전의 투지에 발목이 잡혔다. 더 아쉬운 것은 이동국이다. 기록을 의식하진 않았겠으나 다시 잡기 힘든 기회를 무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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