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상암) 이상철 기자] 마주보고 있지만, 서로 웃고 있지만 가까이 하기엔 너무 멀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참 따뜻했다. 2013 여자 동아시안컵 참가차 8년 만에 방한한 북한 여자축구대표팀의 서울 나들이는 그러했다.
지난 18일 밤 늦게 한국땅을 밟은 북한 선수단은 19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동아시안컵 개막을 하루 앞두고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공식 훈련을 하기 위해서였다.
순간 예민하기도 했으나 북한 선수단은 19일 2013 여자 동아시안컵 공식 기자회견 및 훈련에서 전반적으로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사진(상암)=김영구 기자 |
핵실험, 문개성공단 사태, 남북정상회담의 NLL 발언 등으로 최근 남북관계는 상당히 긴장됐다. 경색됐던 관계가 조금씩 완화되고 있긴 하나 여전히 정치적인 문제로 예민한 사이다.
기자회견 안에서도 ‘차가운 바람’이 일순 불기도 했다. 북한 선수단은 국정원을 통해 북한이 아닌 조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나 북측이라 표현을 써달라고 완곡히 요청했다. 그런 가운데 한 취재진이 ‘북한’이라고 말하자, 북한 선수단의 한 관계자는 질문을 끊고 “북한대표팀이라는 말은 삼가달라”고 경고했다.
한 외신기자가 남북이 긴장된 가운데 동아시안컵에 참가한 소감을 묻자, 김광웅 기술분석 책임자 및 보조 감독이 한동안 입을 꾹 다물었다. 옆에 앉은 북한 선수단 관계자와 눈을 응시하며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꽤 시간이 흐른 뒤 김광웅 감독이 “우린 축구를 하기 위해 여기에 왔다”라고 말했다. 이어 몇 마디를 더 하려고 했지만 북한 선수단 관계자는 김광웅 감독의 말을 잘랐다.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럭비공같이 어디로 튈지 모르고,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북한 선수단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속은 꼭 그렇지 않았다.
김정웅 감독과 선수 대표 김정희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인터뷰에 앞서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라는 말도 했다. 그리고 웃음을 잃지 않았다. 또한, 불편한 질문에도 대답을 피하지는 않았다.
외신기자의 질문에 대한축구협회의 한 관계자가 “답변이 곤란하면 안 해도 된다”고 할 정도였지만, 퍽 당혹스러워할 지라도 답변은 꼭 했다. ‘패스’는 없었다.
그리고 취재진을 향해 북측이라고 표현해달라고 경고했을 때도 “미안한데...”라는 말을 먼저 꺼냈다. 그들의 태도는 정중했다. 오히려 괜한 트러블이 일으키고 싶지 않아 했다. 또한 김성희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신기한 듯,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내내 짓기도 했다.
북한 선수단은 이날 오후 6시부터 45분 동안 공식 훈련이 예정되어 있었다. 비공개는 없었다. 다른 출전국과 마찬가지로 15분을 공개했다. 초반이 아닌 막판 15분 공개였는데, 정확히 6시30분에 훈련을 취재할 수 있도록 해줬다. 그리고 북한 선수단이 나간 이후에 그라운드를 나갈 수 있도록 했으니 취재 허용 시간은 20분을 훌쩍 넘었다.
딱딱하게 굴지는 않았다. 날카로운 신경전은 없었다. 선수들이나 코칭스태프나 화기애애하게, 편안하게 한국에서 첫 훈련을 가졌다. 삼엄한 경호로 취재진과 접촉은 원천적으로 봉쇄됐지만 국정원 관계자들과는 웃음꽃을 피우기도 했다. 차가운 기류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북한 선수단 또한 이번 대회에 대해 큰 흥미를 나타내기도 했다. 북한 선수단의 한 관계자는 “입장권이 많이 팔렸냐”며 대회 흥행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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