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아무리 잘해도 결국은 무승부인 것이다. 축구란 그렇다. 골을 넣지 못했을 때 거둘 수 있는 최고의 결과는 0-0이다.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홍명보 감독의 데뷔전이 그랬다. 시종일관 경기를 주도하고 몰아붙이고 지배했으나 골을 넣지 못하면서 무승부에 그쳤다. 축구란 판정승이 없다.
호주대표팀의 오지크 감독의 “이번 대회는 새로운 선수들과 팀에 대한 점검에 집중할 것”이라던 동아시안컵에 대한 방향에서도 알 수 있듯 2군에 가까운 전력으로 참가했다고는 하지만 한국이 거의 일방적으로 몰아붙였던 경기다. 그러나 결과는 똑같이 0-0이었다. 이런 것이다. 결국 홍명보 감독이 우려했던 진단은 현실이었다.
홍명보 감독이 우려했던 ‘원 찬스 원 골’에 대한 필요성과 현실의 괴리감을 느꼈던 경기다. 명확한 과제를 받았다. 앞으로 우리가 만날 상대는 호주보다 강하다. 사진= MK스포츠 DB |
결정력에 대한 강조는 아무리해도 지나침이 없는 것이고 모든 지도자들의 공통적인 스트레스이자 숙제기도 하다. 특히, 홍 감독이 말했듯이 월드컵 쯤 되는 레벨의 경기라면 한 경기에 찾아오는 1~2번의 찬스를 놓친다면 승리가 요원하다. ‘원 찬스 원 골’은 그런 의미다. 결국 호주전은 ‘원 찬스 원 골’의 필요성과 현실의 괴리감이 드러난 경기였다.
찬스는 분명 여럿 있었는데 소득은 없었다. 만드는 과정도 슈팅도 크게 나쁘지 않았으나 2%가 부족했다. 골키퍼의 선방도 있었고 골대를 때리는 일도 있었다. 운이 따르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역시 보다 집중력 있게 슈팅했으면 골로 연결될 수 있었다. 골키퍼의 손을 피하는, 골대 안쪽으로 방향을 조금만 옮기는 슈팅이었다면 득점으로 기록될 수 있었다. ‘원 찬스 원 골’을 위한 집중력으로서는 부족했다는 뜻이다.
이것이 평가전이 아닌 실전이라고 전제한다면 더욱 아쉬움이 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수비가 근래 드물게 단단했기에 상대적으로 더 부각됐을 결정력 부재였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 후 “특히 수비적인 면은 100점을 줘도 아깝지 않았다”고 말했을 정도로 전체적인 압박과 협력이 원활하게 이뤄지면서 안정적인 경기운영이 가능했다. 이렇다 할 위기조차 없었을 정도로 경기를 지배했다. 이 와중 골만 터졌다면 대승도 가능했던 흐름이다.
어쩌면, 이런 현실을 알기 때문에 홍명보 감독은 일단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부분부터 손을 댔다. 홍 감독은 “(결정력은 한순간에 높일 수 없지만)수비 조직력은 만들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 부분들을 최대한 시간을 단축을 해서 만들고자 한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그 약속도 호주전에서 지켜졌다.
홍명보 감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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