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옛말에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했다. 스포츠에서도 큰 경기에 유독 강한 이가 있다. 한일전은 큰 경기 중에서도 가장 큰 경기다. 최근 겨룰 때마다 힘겨운 경기를 펼쳤는데, 일본을 상대로 골을 넣었던 이는 홍명보호 1기에서 딱 1명뿐이다. 바로 염기훈(경찰청)이다.
때문에 더욱 마음가짐이 새롭다. 일본과의 A매치에서 유일하게 골 맛을 봤다. 돈 주고도 못 사는 경험을 했다.
염기훈은 지난 2008년 2월 23일 동아시안컵 일본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렸다. 그림 같은 골이었다. 전반 14분 박원재가 올린 크로스를 왼발 발리 슈팅으로 연결해 골네트를 흔들었다. 염기훈의 활약 속에 일본과 1-1로 비긴 한국은 1승 2무로 동아시안컵 우승을 차지했다.
염기훈은 홍명보호 1기 가운데 한일전에서 골을 터뜨린 유일한 선수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염기훈도 한일전 득점에 대한 목마름이 크다고 했다. 사진=김재현 기자 |
염기훈은 “한일전은 항상 힘들었다. 경기 자체는 물론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신력 무장까지 다른 경기보다 더 힘이 들었다”면서 “나는 물론 다들 일본전을 앞두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앞의 2경기를 잘 치르고도 골을 못 넣었다. 이번에는 더욱 골 욕심을 내서 이기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나타냈다.
염기훈은 동아시안컵의 사나이이기도 하다. A매치 통산 3골을 넣었는데 2골을 동아시안컵에서 기록했다. 동아시안컵에만 나서면, 펄펄 날았던 염기훈이다. 이번 동아시안컵에서도 비록 골은 없었지만 날카로운 슈팅을 선보였다. 호주전과 중국전에서 잇달아 결정적인 슈팅을 때렸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히는 불운이 따랐다.
공교롭게도 5년 전 한일전이 그의 마지막 A매치 골이다. 꽤나 오랫동안 무득점이 이어지고 있다. 다시 한 번 일본을 상대로 골을 넣어, 그 무득점 행진을 마치겠다는 게 염기훈의 각오다.
염기훈은 “골을 넣고 싶은데 그게 참 안 된다. 앞선 경기에서 그 슈팅이 골로 연결됐다면 좀 더 좋게 갔을 텐데 아쉬움이 크다. 그래도 슈팅 난사 등 욕심을 부리기보다 완벽한 득점 기회가 왔을 때 집중해서 골을 터뜨리고 싶다”며 득점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염기훈은 홍명보호 1기의 ‘맏형’이다. 한일전에 대한 중압감이 큰 후배들을 잘 다독거려 이끌어야 한다. 부담되겠지만 편안한 가운데 치렀으면 좋겠다는 홍명보 감독의 말처럼, 선수단에 긴장감을
염기훈은 “골만 들어가지 않았을 뿐, 현재 A대표팀의 분위기는 매우 좋다. 이 기세를 이어간다면 한일전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다”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한편, 동아시안컵 우승의 향방이 결정될 한일전은 오는 28일 오후 8시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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