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표권향 기자] 오직 야구 전문 아나운서가 되겠다고 도전할 당시 나이 29세. 공서영 XTM 아나운서(이하 직함생략)는 잘 알려진대로 걸그룹 출신 아나운서다.
연예인 출신에 적잖은 나이 여기에 학력까지 더해져 그녀를 짓누르는 주변의 무거운 시선은 감당키 어려웠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있었다. 외모에서 풍기는 가녀린 이미지와 달리 강단 하나는 자신 있었기 때문이다. 야구와 함께 할 수만 있다면 그 무엇도 감수할 수 있는 용기와 열정이 솟구쳐 올랐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야구 좋아하세요?”라고 묻는 공서영은 간혹 “아니오”라고 대답하는 사람에게 “왜요?”라고 반문할 정도다. 지금은 결혼보다 야구가 좋다는 그녀다.
선동열과 故 최동원의 빅매치를 실제로 보지 못한 것이 평생 후회로 남을 것 같다는 공서영. 이미 야구중독에 빠진 진정 ‘야구장의 여자’다.
오직 한 길만 바라보고 달려왔다. 야구가 좋아 야구 전문 아나운서를 꿈꿨던 공서영 아나운서는 예전보다 지금이 더 야구가 좋다며 싱글벙글이다. 사진=옥영화 기자 |
학창시절 여성 아이돌그룹 ‘클레오’의 멤버로서 연예계에 몸 담았던 공서영은 탈퇴 후 뚜렷한 목표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지금 야구를 사랑하듯 그때는 노래도 똑같이 소중했다. 가수라는 꿈을 이뤘고 무엇보다 내가 사랑하는 노래를 무대 위에서 부를 수 있었다. 그러나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당시 나이가 어렸기 때문에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잘 알지 못했다”며 그 시절을 떠올렸다.
그런 공서영을 잡아준 것이 야구였다. 넓은 그라운드에서 울려 퍼지는 함성과 경쟁체제 안에 주어진 엄격한 룰(Rule)과 선수들의 강한 정신력의 야구는 공서영에게 새로운 꿈을 키우게 할 만한 강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공서영은 “인생의 다른 목표는 없었다. 가수로서 한 번 실패해본 기억이 있기 때문에 죽어도 야구 전문 아나운서를 할 것이라는 생각 뿐이었다”며 ‘악바리’ 정신으로 부딪혔다.
야구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오직 야구 아나운서 시험만을 준비했던 공서영이다. 그러던 중 생각하지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학력이었다. 고등학교 졸업이 최종 학력인 공서영은 잠시 고민했지만, 포기하기엔 야구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돌릴 자신이 없었다. 제대로 부딪히기로 결심했다.
“KBS N에 전화해서 ‘아나운서 시험을 보는데 학력이 문제가 되느냐’고 문의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방송국으로부터 ‘아니다. 학력조항이 폐지된 지 오래 전이다’라는 대답을 듣고 ‘됐다’라고 생각했다. 용기를 얻어서인지 더 열심히 했다”며 당시의 기쁜 마음을 전했다.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노래로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야구의 소중함이 더 감사했다. 야구가 없었으면 내가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생각 한다”며 마음을 쓸어내린 공서영은 “야구를 만나고 야구와 함께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운이다”며 웃었다.
공서영 아나운서는 자신을 응원해주는 팬들이 곧 야구팬이기 때문에 "그들의 응원에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사진=옥영화 기자 |
얼마 전 공서영은 자신의 트위터에 5개의 멘션을 남긴 한 야구팬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나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겼는데 왜 그런지 알지 못했다. 그 분이 남긴 대로 찾아가 댓글을 봤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두 눈에 눈물이 가득 맺힌 공서영은 한참 뒤 어렵게 말을 이었다. “심한 여성 비하와 인격 모독적 댓글에 속상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나도 가족들에게는 막내딸이고 막냇동생인데, 얼마 전 인터넷을 배우신 어머니가 보실까봐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하필 생방송 ‘워너B’가 시작되기 몇 분 전에 악플을 본 공서영은 방송 내내 울컥 쏟아지려는 눈물을 참느라 고생했다. 겨우 방송을 마친 공서영은 “내가 이런 말을 들으면서 계속 해야 하나란 생각이 들었다”며 심각하게 고민했었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을 돌린 것도 그 야구팬이었다. 공서영은 “그 분이 나에게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속상한 마음이 남아있긴 했지만 한 편으로는 먼저 찾아와 사과해준 것에 대해 감사했다”며 미소 지었다.
야구가 좋아 시작한 야구 전문 아나운서이기 때문에 공서영은 야구팬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다고 자부했다. 공서영은 “나도 야구를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기 때문에 팬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면 왜곡된 면 없이 서로가 더 이해할 수 있을 텐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고 한 숨을 쉰 뒤 “‘아’ 다르고 ‘어’다른데 판단의 차이에서 여지를 남겨 상처를 받는 것 같다”고 답답한 심정을 털어놨다.
눈가에 맺혔던 눈물이 걷힐 쯤 공서영은 “내가 잘 나서 나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 나를 좋아해준다는 것은 곧 야구를 좋아하는 것과 같다. 나를 응원해주는 팬들 역시 야구팬이기 때문에 그들의 응원은 내가 야구인으로서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북돋아주는 원동력과 같다. 가끔 상처도 받지만 경거망동하지 않고 겸손함을 잃지 않도록 꾸준히 메시지를 보내주는 것 같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공서영 아나운서의 "비명시구"에 대해 "잘 한 시구는 아니었지만 값진 시구였다"고 전했다. 사진=옥영화 기자 |
지난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와의 경기에 앞서 공서영이 시구를 했다. 일명 ‘비명 시구’. 다른 여성 시구자와는 달리 자신있게 마운드 위에 올라 공을 던졌으나, 공은 타석에 서있던 NC 김종호의 뒤편으로 던져졌다. 공서영은 아쉬운 마음에 ‘악’ 소리를 질렀고 그녀의 하이톤 비명은 잠실구장에 울려 퍼져 또 다른 웃음을 선사했다.
그러나 공서영 개인으로선 교훈을 얻은 시구였다. 공서영은 “시구를 망치고난 뒤 많은 걸 느꼈다. 2년 간 야구장에서 살며 현장에서 호흡했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완전히 감독님과 선수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날 시구를 위해 공서영은 한 달 동안 하루에 2시간씩 약 100개의 공을 던지며 꾸준히 연습했다. 실내·외 가릴 것 없이 공을 던질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시구연습을 했다. 그러나 결과는 야구팬들에게 웃음만을 남긴 ‘비명시구’로 끝이 났다. 하지만 공서영의 손끝은 끝까지 힘이 들어가 있었다. 그만큼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날 이후 공서영의 마음을 달라졌다. “한 번의 기회였기 때문에 잘하고 싶었다. 그런데 직접 해보니 어려웠다”고 말한데 이어 “만약 내가 잘 던졌으면 ‘난 한 달 만에 이렇게 잘 던졌는데’라며 오만해 하진 않았을까 생각한다. 야구가 왜 어려운지, 왜 야구가 멘탈 스포츠인지 알겠더라”며 자신을 추스렀다.
야구 아나운서지만 공서영 역시 야구팬이기 때문에 가끔 아쉬운 플레이를 보면 답답해했고 가슴을 쳤다. 그러나 시구 이후 실수하는 선수들의 플레이에 안타까운 마음에 가슴을 졸였다. “중요한 순간에 마음이 앞서면 실책하고 폭투를 범하는 모습을 봤다.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긴장해서인 것 같다”며 “시구 이후 선수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잘 한 시구는 아니었지만 값진 시구였다”며 웃었다.
공서영 아나운서는 질문은 곧 소통이라고 말했다. 사진=옥영화 기자 |
소통을 중요시하는 공서영은 KBS N에 근무하던 2시즌(2011-2012년) 동안 전국 야구장을 돌며 경기 후 수훈선수 인터뷰를 했다. 매 경기마다 활약한 선수들에게 특별하거나 뻔한 질문을 하기보다는 선수 스스로가 대답하고 싶은 질문과 팬들이 궁금해 하는 질문을 하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삼았었다.
공서영은 “마이크는 무기가 아니다. 인터뷰에서 내가 원하는 대답을 얻어내려는 건 공격이다. 선수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도록 질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듣기에 따라, 말하기에 따라 생각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공서영은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는 노하우를 찾기 위해 고민하고 연구했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으나 자신의 본분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멈추지 않고 꾸준히 노력했다.
“돌직구가 좋기는 하지만, 가끔은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다. 두루뭉수리하면서도 예의를 갖춘 돌직구를 던져주면 선수들이 판단 하에 그에 대해 성실하게 답변을 해준다. 하지만 일방적인 돌직구는 자칫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했다. 질문은 찌르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2012년 중반 공서영은 XTM으로 이직 후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생방송을 진행하는 아나운서의 입장으로서 감정 컨트롤은 매우 중요하다. 공서영은 “짐을 지고가는 느낌이다"라고 말했으나 이내 "야구팬들이 시청하는 것이다. 야구팬과 같은 마음을 가지고 가야 사랑받을 수 있고 책임감을 가질 수 있다”면서 “말하는 직업을 가진 나로선 방송 중 감정을 배제하고 기계처럼 대본대로 읽으면 쉽고 편하다. 하지만 스포츠는 사람이 한다. 감정을 빼놓을 수가 없다. 말과 글의 힘이 아닌 사람이 전하는 감동이다”라고 강하게 말했다.
공서영은 “여름이기 때문에 ‘힘들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그런데 정말 하나도 힘들지 않다. 힘들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바보다. 좋아하는 야구를 매일 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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