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한국축구는 통산 76번째 한일전에서 승전보를 울리지 못했다.
분명 위안을 삼을 건 여럿 있다. 치명적인 패배는 아니었다. 20313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은 동아시아축구의 강자를 가리는 대회이긴 하나, 엄청난 대회 프리미엄이 있는 것도 아니다.
또한, 현재 한국 A대표팀은 ‘완성형’이 아니다. 2014브라질월드컵 본선을 겨냥해, 새롭게 팀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동아시안컵은 선수를 점검하는 장이었다. 홍명보 감독도 결과보다는 과정에 보다 무게를 뒀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100% 전력으로 싸운 건 아니었다.
그리고 경기 내용을 봤을 때, 주도권을 쥐고 그라운드를 장악했던 건 한국이었다. 밀린다는 느낌은 한국이 아닌 일본에게서 느껴졌을 정도다. 일본은 볼 점유율에서 평소보다 크게 떨어졌고, 특유의 아기자기한 짧은 패스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
2014브라질월드컵 본선 토너먼트에서 맞붙지 않는 이상, 자케로니 감독의 일본과 격돌할 일은 더 이상 없다. 한국은 자케로니 감독의 일본을 끝내 누르지 못했다. 사진=김영구 기자 |
무엇보다 다시 한 번 굳혀진 게 있다.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을 번번이 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외국인 지도자가 일본을 지도했지만, 이렇게까지 한국에게 ‘패배의 상처’를 안겨준 이는 없었다. 1998프랑스월드컵 전후로 한일전 무패를 거둔 건 자케로니 감독이 유일했다. 그의 존재는 한국축구에 있어 이른바 ‘넘사벽’이 되었다.
기실 일본 지도자 가운데 한국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준 이는 필립 트루시에 감독이다. 1998프랑스월드컵 이후 일본을 맡았던 그는 1999년 2000시드니올림픽 최종예선을 앞두고 가진 두 번의 평가전에서 각각 4-1, 1-0으로 승리했다. 완패였고 한국에겐 굴욕적인 순간이었다. 그런 트루시에 감독을 상대로 A매치에서는 2승 1무로 우위를 점하며 자존심을 지켰던 한국축구다.
그런데 자케로니 감독은 좀처럼 넘기 어렵다. 냉정히 말해 이게 현실이다. 오르고 또 오르나 정상은 좀처럼 닿지 않고 있다.
자케로니 감독이 일본에 온 뒤, 한일전은 총 4차례 열렸다. 2010년 10월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평가전만 0-0으로 비겼을 뿐, 이후 3번의 경기에서 웃은 건 모두 일본이었다. 한국은 2011년 아시안컵과 2013년 동아시안컵에서 일본 우승의 들러리 신세가 되고 말았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한국을 울린 자케로니 감독의 일본이었다. 2011년 8월 12일에는 ‘삿포로 참사’로 엄청난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동아시안컵 경기를 통해 ‘자케로니 포비아’를 극복하는가 싶었다. 전반 내내 몰아쳤는데 후반 들어 힘이 부족했다.
그런데 엄밀히 말해 자케로니 감독의 전략에 당했다. 자케로니 감독은 홍명보 감독과 맞불을 놓았다. 자신들이 잘하는 패스 축구가 아닌 홍명보호의 색깔인 공간 축구를 펼친 것. 공간을 내주지 않는 촘촘한 경기를 펼치면서 한국의 공격을 앞에서 막아냈다. 뜨겁게 타올랐던 한국이 후반 들어 좀처럼 슈팅 기회조차 만들지 못했던 이유다. 하대성은 “일본이 패스 중점이 아닌 공간을 서로 차지하려는 땅따먹기 식으로 경기를 펼쳤다. 전반과 다른 후반 스타일로 애를 먹었다”고 했다.
비관할 것까지는 없었던 동아시안컵이다. 절망보다 희망을 본 대회였고, 궁극적인 목표는 내년 6월 월드컵 본선이다. 그렇지만 사실상 자케로니 감독과의 마지막 한일전이었다. 재개될 한일 정기전은 내년 10월 혹은 11월에 열린다. 브라질월드컵 본선 토너먼트에서 맞붙지 않는 이상, 더 이상 자케로니 감독의 일본과 상대할 일은 없다. 그런 가운데 이번에도 그를 넘지 못했다는 건
※자케로니 감독 부임 후 한국-일본 전적
2010년 10월 12일 평가전(서울) 0-0
2011년 1월 25일 아시안컵 준결승(도하) 2(0PSO3)2 | 일본 우승
2011년 8월 12일 평가전(삿포로) 0-3
2013년 7월 28일 동아시안컵(서울) 1-2 | 일본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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