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기윤 기자] 지금 배구계는 패닉 상태다.
국위선양을 목표로 힘쓰는 대한배구협회와 프로 리그 주체기구 한국배구연맹 간에 날선 대립공방이 뜨겁다.
대한배구협회 이종경 전무는 12일 MK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여오현 국가대표 은퇴’ 여부를 두고 "국가대표팀이 살아야 프로배구 발전이 있다"며 그간 힘들어했던 심경을 전했다.
협회는 지난 6월 끝난 2013월드리그 포함, 오는 9월 일본에서 열릴 2013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 예선전 후보 엔트리에 여오현의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여오현은 대표팀 소집에 불응했다. 이미 국가대표에서 은퇴한 상태이고, (노장으로서)남은 프로생활에 집중하고 싶다는 게 이유다.
이 전무는 “여오현은 국가대표 은퇴 발표를 언론에 알린 것이 전부”라며 “협회에 공식적으로 통보한 적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김호철 이사는 최근 이사직을 사퇴했다. 사퇴 이유는 남자 대표팀 선발과 경기력 향상을 책임지는 협회 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자신이 소속 선수의 대표팀 차출을 거부하는 논리적 모순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다.
협회와 현대캐피탈은 여오현의 대표팀 차출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여오현은 오는 9월 4~8일 일본 고마키에서 열리는 2014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예선전 최종라운드에 대비한 14명의 대표팀 합동훈련 명단에 뽑혔다. 그러나 현대캐피탈은 본인이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선수를 왜 소집에 응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 전무는 “이미 이사회에서 합의한 사항이다. 구단은 이제와서 여오현 차출 거부를 하고 있다“면서 김호철 당시 대표팀 선수관리 이사를 포함 협회 임원진과 함께한 임태회 회장과 정태영 구단주의 전화내용을 공개했다.”임 회장은 정태영 구단주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여오현의 대표팀 소집 요청을 했다. 이에 정 구단주도 흔쾌히 수락했다“라고 밝혔다.
이후 몇 시간 뒤, 현대캐피탈 안남수 단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안 단장은 “여오현은 국가대표 은퇴를 했기 때문에…대표팀에 보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 전무는 “양측의 대표들께서 약속한 상태인데 얼마 되지 않아 구단 고위 관계자가 전화 해 여오현 차출 거부를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협회를 대표하는 자와 구단을 대표하는 자들의 약속이 구단 내 입김으로 호떡 뒤집듯 하는 것은 공신력있는 협회를 무시하는 처사이다”라고 흥분했다.
협회의 어려운 실정도 이해된다. 아마 배구를 관리‧감독하는 기구로서 현재 유소년 배구부 감소와 재정부족으로 젊은 선수 발굴이 더디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요인이다. 그 만큼 여오현을 뒤이을 동 포지션의 인재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 당장 대체 요원으로 이강주(삼성화재)가 있지만, 부상 중이다. 지난 11일 대표팀 마감시한을 앞두고 부용찬(LIG손해보험)을 오는 9월초 일본에서 열리는 2014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 예선전에 대체 투입될 예정이다.
구단 사정도 있다. 여오현은 현대캐피탈로 이적한 뒤 내부 분위기는 급변했다. 실제 여오현 효과는 컸다. 지난 8월 컵대회서 3년 만에 우승을 일궜다. 구단 측은 여오현이 대표팀서 자칫 부상을 당한다면, 겨울 리그 운영에 막대한 손실을 생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무는 “모든 배구인들이 한국 배구발전에 노력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프로 구단들은 단기간 내 성적만을 보고 있다”면서 “오히려 한국 배구 발전에 퇴보하는 일을 하고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협회도 구단 상황을 잘 안다. 대표팀은 오는 9월 초 일본서 치러지는 아시아예선전서 첫 상대인 일본만 잡는 다면, 세계선수권대회 진출권을 확보한다. 협회는 "대회가 실제 5일안에 끝난다. 충분히 V리그 훈련에 차질이 없다. 일본을 제외한 다른 국가는 약팀이다"면서 "(여오현 투입)일본전 한 경기 출전도 허락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여오현은 수비 전문선수(리베로)이다. 포지션 특성상 부상우려는 그리 크지 않다. 왜 구단이 선수를 피해자로 만드는지 안타깝다
여오현은 협회로부터 ‘국가대표 차출 불응’에 대한 징계위기에 놓여 있다. 협회는 오는 14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이 논의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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