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표권향 기자] “새로운 이름에 기뻤었다. 그런데….”
지난달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퓨처스리그 경기를 시청 중 직구 구속 140km 후반대를 던지는 투수의 등장에 뛸 듯이 기뻤다. 마운드의 보강이 시급했던 시기였기 때문에 새로운 파워 피처의 등장은 가뭄 끝의 단비 같았다.
염경엽 감독은 “TV 속에서 147km 직구를 내리꽂는 투수를 봤다. 우리 팀에 이런 친구가 있었냐며 희망을 찾았단 생각에 기분이 최고였다”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장시환은 1군과 2군 훈련을 병행하며 복귀 초읽기에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장시환은 우완투수 장효훈(26)이었다. 최근 개명한 사실을 염경엽 감독만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올 시즌 2경기에 구원 등판한 장시환은 5⅔이닝 동안 7개의 탈삼진을 잡았다. 그러나 탈삼진을 잡은 만큼 7안타(1홈런) 7볼넷 등 제구불안으로 9실점(평균자책점 14.29)했다.
그러나 염경엽 감독이 장시환에게 지적한 부분은 다른 곳에 있었다. 지난 4월 13일 삼성전에서 4-7로 뒤진 6회에 마운드에 오른 장시환은 2이닝 동안 6피안타 2볼넷 6실점을 기록했다. 폭투도 한 번 있었다. 결국 이날 넥센은 4-15로 대패했다.
염경엽 감독은 바로 다음날 장시환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시켰다. 제구력을 문제 삼지 않았다. 마운드 위에서의 마인드가 불만이었다.
염경엽 감독은 “지금 선발 투수들은 상대와 싸울 줄 안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카리스마를 가장 높게 평가하고 있다. 상대 타자에게 안타를 맞더라도 ‘어디 한 번 더 쳐봐’란 싸움닭 기질을 가지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서 장시환의 모습은 염경엽 감독의 기대를 저버리는 나약한 모습이었다.
염경엽 감독은 바로 다음날 장시환에게 2군행을 통보했다. 당시 염경엽 감독은 강진으로 내려가는 장시환에게 “철저하게 반성하고 개선될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기다리겠다”며 투수로서의 강직함을 숙제로 내줬다. 그 뒤로 5개월째로 접어든 지금까지 1군에서 장시환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장시환은 퓨처스리그에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경기력과 정신력을 키웠다. 19경기에서 73이닝을 소화한 장시환은 5승3패1홀드1세이브 평균자책점 3.33을 기록 중이다. 최근 선발로 등판한 3경기에서는 총 15이닝 평균자책점 0을 기록했다.
현재 장시환은 1군 엔트리에는 등록되지 않았으나 1군과 2군 선수단 훈련을 번갈아 훈련 중이다
이름을 바꾼 뒤 승승장구하는 선수들이 많다. 만년 유망주 장시환 역시 기대감을 안고 개명했다. 앞으로 장시환의 야구 인생이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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