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표권향 기자] 비가 내리던 9월 14일 오전 10시. 서울 청담동의 카페에서 야구 여신 3인방이 다시 만났다.
가장 먼저 도착한 김민아 아나운서(30 MBC 스포츠 플러스)는 동생들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이것저것 주문했다. 비를 뚫고 일산에서 배지현 아나운서(26 SBS ESPN)가 도착했고 이어 ‘부천댁’ 최희 아나운서(27 KBS N)가 집에서 출발한지 2시간 만에 약속 장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민아 최희 배지현 아나운서(이하 직함 생략)는 평소와 다르게 메이크업을 하지 않은 ’생얼’ 그대로였다. 각자 개성대로 편안한 복장이었다.
각 방송사가 추구하는 색깔이 있다고 하지만, 미녀 3인방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 또한 서로 달랐다. 그러나 야구라는 이름으로 그녀들의 매력은 다르면서도 같았다.
야구여신 3인방에게도 말 못할 애환이 많다. 그녀들이 말하는 야구전문 아나운서의 세계는 무엇일까. 왼쪽부터 배지현 최희 김민아 아나운서. 사진=김영구 기자/장소 제공=SI 스튜디오 |
김민아 : 나 강민호 사랑!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한 김민아는 롯데 자이언츠 강민호를 이상형으로 꼽았다.)
최희 : 강민호 선수 매너있고 사교성도 좋고 성격도 시원시원해요.
김민아 : 강민호 선수에게 "나 결혼할 때 사회봐라"라고 하니깐 "알겠다"라고 대답했어. 스캔들이 날 관계가 아닌 정말 친한 누나 동생이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도 주고받을 수 있는거야. (최희에게) 손아섭(롯데 자이언츠) 선수, 양현종(KIA 타이거즈) 선수랑 친하니깐 잘 해주겠지? (손아섭과 양현종은 한 방송에서 최희를 이상형으로 지목했다.)
최희 : 안 잘 해줘요. 오히려 떽떽 대요. 저는 개인적으로 손승락(넥센 히어로즈) 선수 팬이에요. 마무리 투수로서 강직함이 멋있어요. 그리고 조성환(롯데 자이언츠) 선수요! 제가 완전 신입일 때 두 번째 인터뷰를 했던 선수예요. 벌벌 떨다가 수첩을 떨어뜨렸는데 조성환 선수가 주워줬어요. 인터뷰 끝에 "누구 선수 만나봤습니다"라고 말하는데 대부분의 선수들은 그 전에 자리를 떠요. 그런데 조성환 선수는 끝까지 제 옆에 서있다가 방송이 끝나자 어깨가 축 늘어져있던 저에게 "수고했습니다. 잘 했어요. 힘들죠"라고 말해줬어요. 큰 오빠같은 든든함에 힘이 났던 기억이 있어요.
김민아 : 사람을 5~10분 만에 평가하지는 못하지만, 상대의 깍뜻함은 알 수 있어. 조성환 선수는 정말 알면 알 수록 좋은 사람인 것 같아.
배지현 : 저도 조성환 선수요. 1년 차 때 현장에 나가면 바짝 긴장을 했었어요. 롯데 전지훈련지에 갔을 때인데, 조성환 선수가 먼저 다가와서 "기사 잘 봤어요"라며 인사를 했어요. 선수들이 먼저 그런 이야기를 잘 안 하잖아요. 지나가면서 한 마디 해주는데 고마웠어요. 모두들 인사하고 싶은 마음은 있어도 인사조차 쉽지 않았어요. 사교적이거나 베테랑인 선수들이 배려해줘서 긴장을 조금 풀고 여유를 가질 수 있었어요.
김민아 : 조성환 선수는 은퇴 후에 해설위원으로 변신해도 잘 할 것 같아.
최희 : 인간적인 면이 돋보이죠.
김민아 : 조성환 선수의 야구 히스토리를 봐도 인간적인 면이 느껴져. 좋은 것 같아. 코치들이 줄 수 없는 따뜻함과 선수들이 오해사지 않고 잘 해주는 느낌을 동시에 받는 것 같아.
최희 : 그래서 고참 선수인데 선수들 모두가 조성환 선수를 따르고 좋아하는 것 같아요.
왼쪽부터 최희 김민아 배지현 아나운서. 사진=김영구 기자/장소 제공=SI 스튜디오 |
김민아 : 내 남자친구 강민호 아냐? 다들 그렇게 이야기하던데. 내가 최희한테 문자 메시지로 보내줬어.
최희 : 휴... 나 광고 문자 메시지에 두 번이나 나온 여자예요.
김민아 : 나 첫 등장! 나는 원래 장난기가 많으니깐. 이날 친구가 문자 메시지로 보내주면서 내가 상처 받을까봐 굉장히 조심스러워 하는거야. 그런데 사실이 아니니깐. 너무 웃겨서 전체 복사를 해서 최희와 강민호 선수에게 보냈어. 강민호 선수한테 "이런 거 신경쓰지마. 나도 눈 막고 귀 막고 있어"라고 답문이 왔어. 그래서 내가 "신경 안 쓰는 게 아니라 네가 날 좋아해야지, 내가 널 좋아한대잖아. 너가 좋은거야. 아, 자존심 상해"라며 웃어 넘겼어.
최희 : 연예인과 연예인이 사귀면 사랑인거고 일반 직장인도 사내 커플이 되면 축하할 일인데 왜 우리는 운동선수를 만나면 속물취급을 받는지 모르겠어요. 한 방을 노리네, 인생 역전을 노리네라는 말이 왜 나오는지 너무 속상해요.
김민아 : 올 시즌을 마치고 강민호가 프리에이전트(FA)이기 때문에 김민아가 좋아한다는 광고 문자 메시지였어. 아니기 때문에 나도 웃으면서 대처할 수 있었어.
최희 : 만약 진짜 좋아했을 수도 있잖아요.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게 나쁜 거 아니잖아요. 그런데 여자 아나운서가 운동선수를 만나면 일부러 접근한 것처럼 비춰져서 마치 로또 맞은 것처럼 표현하는 뉘앙스가 싫어요.
김민아 : 좋아하는 팬들이 많이 있으니깐. 만약 내가 우리 방송국에 있는 사무직 직원을 좋아했다면 그 사람에게는 팬이 없기 때문에 비난 받지 않을거야. 삼각관계만 되도 욕을 먹는데 천여 명이 넘는 팬들의 눈총을 받아야 하니 힘들거야.
최희 : 워낙 야구선수들이 인기가 많고. 사람들이 1등 신랑감이라고 해서 그런가 봐요. 또 많은 사람들이 이 내용에 대해 공감하잖하요. 그래서 더 관심을 받나봐요.
배지현 : 만나는 사람이 운동선수라면 감당해야할 게 너무 많아요. 물론 좋은 점도 많겠지만, 필요할 때 옆에 있어주지 못한다는 게 큰 단점인 것 같아요.
최희 : 운동선수 부인들이 정말 대단해요. 인내심 많고 현명하고. 그래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정말 사랑하다면 모를까, 이성적으로는 피하고 싶어요. 비난부터 받으니깐 일단 피하고 싶어요. 그런데 만약에 이 운동선수를 만난다면 내가 정말 좋아하니깐 만나는거에요.
김민아 : 예전에 한 인터뷰에서 ’결혼은 Yes, 연애는 No’라고 대답했다가 유례없는 댓글을 받아봤어. 운동선수와 연애하다 헤어지면 완전 우리는 야구판에서 비난의 대상이 되잖아. 결혼해서 잘 살고 서로 충실하면 좋은데 이별하면 별로 좋지 않을 것 같아서라고 이야기했는데 댓글에는 ’그건 너 생각일 뿐, 연애는 다른 남자와 결혼은 FA선수와’라며 몰아 붙였어. 그런 뜻 아닌데... 돈이 먼저가 아니라 선수들의 생활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잖아. 결혼하고 선택하는 것은 다른 내 친구들이 평범한 사람과 결혼하는 것과 같은 시각으로 보고 있어.
최희 : (이)지윤선배가 박병호(넥센 히어로즈) 선수와 결혼하기 전에 해준 이야기가 있어요.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의 직업이 야구선수일 뿐이야"라고요.
왼쪽부터 최희 김민아 배지현 아나운서. 사진=김영구 기자/장소 제공=SI 스튜디오 |
최희 : 예전에 한 라디오 방송에서 마무리 투수가 멋있다고 이야기했었어요. 그런데 남자친구로는 안 좋을 듯 해요. 언제 등판할지 모르니깐요. 선발 투수는 로테이션이 정해져 있어서 부담이 덜 되고 더 꼼꼼하게 신경 써줄 수 있잖아요. 그랬더니 착하고 순한 선발 투수가 있다면서 크리스 옥스프링을 추천해줬어요. (웃음) 멋있는 건 마무리 투수요. 마무리 투수를 꼭 한 번 해보고 싶어요. 뭔가 그 살얼음판 승부에 나와서 내가 마무리 져야하는 한 이닝을 깔끔하게 끝내는 임팩트 있는 투수요. 부담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포지션이지만, 책임이 있는 값진 포지션인 것 같아요.
배지현 : 포수가 멋있지만, 하고싶은 건 선발 투수요. 로테이션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그 경기의 주인공이자, 시작부터 주목받고 한 경기를 지배한다는 것이 멋있어요. 예전에 시구 마운드에 올랐던 느낌이 아직 남아있어요. 정말 큰 무대였어요. 그날의 경기를 내가 좌지우지하는 상황이 아닌데도 마운드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긴장됐어요. 그 흐름에 선발 투수가 느끼는 압박감이 그대로 전해졌어요. 마운드 위에서 강심장으로 버텨내는 강인함이 멋있었어요.
김민아 :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항상 나의 역할은 포수라고 생각했어. 나만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고 카메라 뒤편으로 스태프들이 나만 바라보고 있잖아. 그 포지션은 물리적, 역학적으로 포수다라고 했지. 그래서 나는 우리 프로그램의 안방마님이라며 포수에 비유했어. 지금은 연차가 쌓이니 딱 완투를 할 수 있는 선발 투수가 되고 싶어. 어찌됐건 내가 이 경기를 끝낸다는 책임감을 지닌 에이스말이야. 완투 능력이 있는 에이스급 선발이고 싶어. 처음 현장 리포팅할 때 정말 많이 혼났어. 내용도 없지 맥도 없지 표정도 없지. 너무 효과가 없으니깐 하루는 우리 프로듀서가 나를 불러서 "완투할 수 있는 에이스급 투수가 되라"고 조언해줬어. 그때 그 말을 해준 선배와 현재 메인 프로듀서와 메인 진행자로서 함께 일을 하고 있어. 나에게는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해준 선배였지.
왼쪽부터 최희 김민아 배지현 아나운서. 사진=김영구 기자/장소 제공=SI 스튜디오 |
김민아 : 난 스스로 대견하다라는 걸 매일 느껴. 아직 버티고 있네. 오늘도 마무리했구나. 야구선수와 같은 마음이야. 내가 오늘 하루를 버텼구나가 뿌듯해. 힘들긴 하거든. 밤 늦게 끝나는 것도 지치고. 세간에 관심 받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웃는 거, 너희들 기사 댓글에 악플이 있으면 내 일은 아니지만 선배가 된 입장으로서 너희가 상처받진 않을까란 걱정 등이 있어. 아! 나 악플에 반대 버튼 클릭하고 있어.
배지현 : 저는 선플에는 추천, 악플에는 반대를 눌러요.
김민아 : 난 정도가 심한 악플은 과감하게 신고를 눌러.
최희 : 나 선배가 가르쳐준 다음부터 신고 버튼 눌러봤어요.
김민아 : 내가 기분 나쁜데 신고해야지. 관리자들을 통해 가림막으로 가려지는 경우도 있더라고. 인신공격하면 남들이 안 보게끔 하는 시스템이 있어.
배지현 : 이 일을 시작한지 4년 째여도 가끔 가슴이 덜컹덜컹할 때가 있어요. 무시할 때도 있지만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댓글들이 많아요. 이제부터 과감하게 신고해야겠어요. 좋은 댓글이 있으면 추천하고요.
김민아 : 우리는 언제나 야구에서 꽃 역할로 비유되고 있어. 지금은 꽃이 맞아. 화려하고 꽃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해서 영원히 피어있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지. 우리는 운명보다 피어있을 때 행복한 거야. 야구선수들이 한 시즌 동안 열심히 하는 것처럼 우리도 잘 마무리해야지.
최희 : 벌써 한 시즌이 끝나가는군요. 슬프다.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 해야죠. 만들어지지 않은 직업에 뛰어 들어 여기저기 부딪히며 길을 텄다는 것이 뿌듯하고 좋아요. 계속해서 후배들도 이 길을 이어가고 있어서 뿌듯해요. 할 수 있는 데까지 즐겁게 일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좋은 모습으로 보여질 수 있도록 노력할래요.
배지현 : 야구팬들이 우리 여자 아나운서들을 한 팀으로 봐줬으면 좋겠어요. 물론 경쟁구도에 있는 건 맞지만, 선수들이 부진하거나 부상을 당하면 야구팬들이 팀에 상관 없이 한 목소리로 응원해주잖아요. 선수들이 받는 응원은 받기 힘들지만, 여자 아나운서들도 우리만의 리그에서 열심히 뛰고 있으니깐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팬들의 응원으로 또 한 시즌을 힘내서 잘 할 수 있으니깐요.
최희 : 매력적인 것 같아요. 긴 프로젝트를 끝내는 기분이에요. 일반 직장인과는 달리 반복 없는 시작과 끝이 있어요. 대학생이었던 제가 세상물정 모르고 철 없이 작은 일에도 흔들리며 휘청거렸
[gioia@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