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상암) 임성일 기자] 이란 축구는 남미보다는 유럽 쪽에 가까운 스타일을 구사한다.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은 무리가 있으나, 단순히 구분할 때 기술적인 축구보다는 힘과 높이를 앞세운 선 굵은 축구를 지향한다. 힘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당당한 차두리가 “과거 대표팀 시절 이란과 여러 번 붙었는데 그때마다 고전했다. 선수들이 이란의 피지컬에 많이 힘들어했다”는 경험담을 전했을 정도다.
FC서울이 아시아 정복을 위해 반드시 꺾어야했던 에스테그랄은 전형적인 이란 축구를 구사하는 클럽이다. 이란대표 선수들이 수두룩한 에스테그랄은 전체적인 선수 구성에서나 전략 전술적 움직임 모두 ‘힘’을 바탕에 뒀다. 때문에 서울의 작고 빠른 선수들, 몰리나 윤일록 고요한 등이 통할 수 있을까 걱정됐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였다. 이날 경기에서 고요한은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것을 확실히 입증했다.
누가 봐도 체격적으로 불리한 고요한이지만 그의 ‘악’과 ‘깡’이 육체를 지배했다. 나아가 경기까지도 지배한 원더보이였다. 사진(상암)= 옥영화 기자 |
부담은 서울 쪽이 컸던 경기다. 홈&어웨이로 펼쳐지는 토너먼트 방식상 2차전을 안방에서 펼치는 게 심리적으로 득이다. 1차전과 2차전을 다르게 운영할 수밖에 없는데, 1차전 결과에 따른 맞춤전술을 구사하기에 ‘뒤’가 있는 것이 든든하다. 게다 에스테그랄의 홈은 악명 높은 아지드 스타디움이다. 1,200m에 위치한 10만 규모의 경기장은 공포 자체다. 따라서 1차전에서 사활을 걸어야했다.
“1차전에서는 골을 넣고, 2차전에서는 실점하지 않겠다”던 갈레노이 감독의 출사표와 달리 에스테그랄은 수비에 보다 방점을 찍은 경기 운영을 펼쳤다. 무승부만 거두고 홈으로 돌아가도 소기의 성과라는 마음가짐이 엿보였다. 때문에 서울 선수들의 대처가 중요했다. 가뜩이나 수비가 강하기로 정평이 난 에스테그랄이니 적잖이 부담스러웠던 상황이다. 그 벽을 허물어뜨린 주인공은 데얀이나 몰리나가 아닌 작은 거인 고요한이었다.
경기 초반부터 가장 경쾌하게 움직였다. 자신보다 전부 큰 수비수들이었으나 고요한이 두들기던 오른쪽은 FC서울의 주요 공격루트였다. 다소 무리다 싶은 장면이 있기도 했으나 효과적인 모습이 더 많았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고요한의 악과 깡이다.
전반 27분, 고요한은 상대와의 중간 지점에 있는 공을 따내기 위해 슬라이딩을 하는 과정에서 축구화 바닥을 내보이면서 경고를 받았다. 의욕이 다소 과하지 않는가 걱정이 됐던 장면이다. 하지만 고요한의 ‘악’과 ‘깡’은 승리를 향한 집중력 속에서 피어나고 있었다. 그 침착한 승부욕은 결국 서울을 승리로 견인했다.
전반 38분 고요한이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몰리나가 헤딩슈팅으로 연결했고 이것을 골키퍼가 어렵사리 막아냈으나 데얀이 다시 헤딩으로 연결해 선제골을 뽑아냈다. 다부지게 오른쪽을 흔들던 고요한이 물꼬를 튼 것이다. 0-0으로 후반을 시작했다면 부담이 컸을 상황에서 나온 값진 포인트였다.
사실 1골로는 불안했다. 언급했듯 2차전 장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불안한 소망을 해결해 준 선수도 고요한이다. 고요한은 후반 2분 만에 윤일록이 왼쪽을 돌파해서 올린 크로스를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잡아내 추가골을 터뜨렸다. 왼발로 슈팅하는 척 하다가 침착하게 수비수 한명을 접는 과정, 그리고 오른발로 낮고 강하게 때린 슈팅 모두 일품이었다.
경기의 비중은 선수들이 더 잘 알고 있는 사실이고 휘슬이 울리는 순간부터 모든 선수들은 최선의 집중력을 발휘했다. 에스테그랄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 팽팽했던 기운을 서울 쪽으로 가져온 주인공은 ‘원더보이’ 고요한이었다. 그의 ‘악’과 ‘깡’이 육체를 지배하고 나아가 경기를 지배했다. 공격 뿐 아니라 악착같던 수비력도 칭찬받아야할
누가 봐도 힘 싸움은 어렵게 보이는 고요한인데 외려 힘으로 상대를 제압했다. 마냥 힘만 있던 것도 아니다. 후반에는 여유로운 기술과 운영으로 에스쿠데랄의 공격을 공격으로 막은 주인공이다. 후반 37분 교체아웃 될 때까지 가장 빛났다. 경고 카드를 하나 받았다는 것은 아쉬운 티였지만, 값진 전리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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