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독일 볼프스부르크) 이상철 기자] 모두가 놀랐고 걱정을 했지만 정작 구자철(볼프스부르크)은 담담했다. 아무렇지 않아 했다. 그저 앞을 향해 묵묵히 걸어갔다. 그 발걸음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다. 평소처럼 그 속도감에 맞춰 나아갈 따름이었다.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구자철을 25일(한국시간) 독일 볼프스부르크 홈구장인 볼크스바겐 아레나에서 만났다.
▲호펜하임전 실수, 달라질 건 없다
지난 주말 구자철은 화제를 낳았다. 박지성(에인트호벤)처럼 골을 터뜨린 것도 아닌데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그럴 만은 했다. 지난 21일(이하 현지시간) 분데스리가 호펜하임전에서 선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고, 전반 종료와 함께 교체 아웃됐다. 그리고 3일 뒤 DFB 포칼 2라운드 알렌전에서 선발 출전 선수 명단에서 빠졌다. 시즌 첫 베스트11 제외였다.
독일에서 만난 구자철의 표정은 밝았다. 며칠 전 큰 실수를 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과 경험이 바탕에 깔려 있었다. 사진(독일 볼프스부르크)=이상철 기자 |
볼프스부르크에서 만난 구자철에게 가장 먼저 물었던 건 호펜하임전에 대해서였다. 그러나 구자철은 ‘쿨’했다. 실수에도 개의치 않아 했다. 어느 정도 스스로에 대한 아쉬움은 있었겠지만 팀이 이겼다는데 중점을 뒀다.
표정도, 목소리도 밝았다. 며칠 전 크나큰 실수를 저릴렀던 사람으로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밝았다. 구자철은 “정신적으로 힘들거나 그런 건 없었다. 평소와 같았다. 호펜하임전을 마친 뒤 집에 들어와, 부인이 만들어준 떡볶이를 맛있게 먹고 푹 잘 잤다. 꿈도 잘 꿨다”라고 웃었다.
실수도 성장의 한 과정이라고 했다. 축구화를 신은 뒤 범한 첫 실수도 아니었다. 그 하나에 얽매이기보다 툭툭 털고 이겨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게 그의 말이다.
구자철은 “누구나 실수는 한다. 그리고 (내 이력에 있어)첫 실수도 아니다. 그동안 했던 시절이 있는데 예전에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실수를 하면서 성장해 왔다”라며 “2012런던올림픽 때 동료들에게 ‘누구의 실수에 의해 결과가 바뀔 지라도 신경 쓰지 말고 끝까지 도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랬던 나다. 내가 한 것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른 시간 교체에 대한 미스터리로 풀렸다. 화가 난 헤킹 감독의 경계성 조치는 아니었다. 구자철이 먼저 교체를 희망했다.
구자철은 “타이트한 일정 속에 A매치를 치르러 한국에도 다녀왔다. 몸 상태가 많이 피곤했다. 그런 가운데 발목이 매우 아팠다. 다음날 운동을 쉴 정도였다. 감독님께서 ‘괜찮냐’라고 물었는데, 여러 가지를 고려해 그런 상태로 경기를 끝까지 뛰는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라고 전했다.
구자철은 지난 24일(현지시간) 2013-14시즌 DFB 포칼 2라운드 알렌전에서 후반 교체 투입돼 안정감 있는 플레이를 펼쳤다. 볼프스부르크 복귀 후 치열한 주전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 꾸준하게 출전 기회를 얻고 있다. 사진(독일 볼프스부르크)=김영구 기자 |
구자철은 지난 여름 아우크스부르크 임대를 마치고 볼프스부르크로 돌아왔다. 마인츠와의 이적설도 제기됐지만, 협상 테이블을 갖지도 못했다. 볼프스부르크가 구자철의 잔류를 희망한 것. 구자철 역시 한 단계 올라서기 위해 볼프스부르크에서의 도전을 택했다.
구자철은 “볼프스부르크는 선발이든 벤치이든 좋은 선수들이 많은 팀이다.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내가 경기를 뛰지 못한다 해도 이상할 게 없다”라고 했다.
자신감은 넘친다. 구자철은 “분데스리가 3시즌째다. 이제는 독일에 대한 두려움이나 낯설음도 사라졌다. 이제는 실수를 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면역력도 생겼고, 내가 가진 기량을 경험에 더해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그래서 또 한 번의 도전을 하기로 했다.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돌아온 건 험난한 경쟁을 통해 보다 발전하기 위해서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이제는 겪을 때가 됐다고 여겼다. 1달여 밖에 안 돼 뭐라 말할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도전한다면 결과가 어쨌든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경쟁력도 갖췄다. 구자철은 피로 누적에 따른 컨디션 난조로 교체 출전한 DFB 포칼 2라운드 알렌전을 제외하고 줄곧 선발로 뛰었다. 경쟁자들보다 한 발 앞서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나쁘지 않은 페이스다. 구자철은 “디에구와 구스타보의 사이에서 도와주면서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기를 감독님께서 원한다. 그런 면에서 경기에 계속 나갈 수 있는 밑바탕이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했다.
구자철은 앞서 수비력 논란에 시달렸다. 지난 14일 레버쿠젠전에서 공격적으로 올라와 뛰었는데, 이로 인해 볼프스부르크의 수비가 흔들리며 패했다는 것이다. 볼프스부르크의 지역 언론은 이 부분을 지적했다.
구자철은 이에 대해서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신만의 욕심 때문에 그렇게 뛰지 않았고, 또한 그렇게 뛸 일도 없다는 것이다. 구자철은 “팀 전술 때문이었다. 레버쿠젠의 3번(레이나르츠)을 막으라는 감독님의 지시가 있었다. 때문에 내려갈 수가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구자철은 항상 의욕이 넘친다. 적극적이다. 그런데 올 시즌에는 유난히 골 운이 따르지 않았다. 날카로운 슈팅은 잇달아 상대 골키퍼의 신들린 선방에 막혔다. 땅을 치며 안타까워하는 구자철의 모습이 TV 중계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구자철은 불운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구자철은 “하나하나 생각한다면 아쉽다고 할지도 모를 것이다. 그러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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