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독일 레버쿠젠) 이상철 기자] 위기 따윈 없었다. 한 차례 쉼표를 찍으며 숨 고르기를 한 손흥민(레버쿠젠)이 힘차게 날개를 펼쳤다. 빌레펠트전에 이어 하노버전에서 공격포인트를 올렸다.
레버쿠젠의 왼쪽 공격수로 다시 나선 손흥민은 점점 물이 올랐다. 24일(이하 현지시간) DFB 포칼 2라운드 빌레펠트전에서 반 박자 빠른 슈팅으로 선제 결승골을 터뜨렸던 손흥민은 4일 뒤 분데스리가 하노버전에서 샘의 추가골을 도우며 승리에 이바지했다.
모든 게 술술 풀렸던 건 아니다. 레버쿠젠은 이날 하노버를 맞아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노버가 4승 2패로 잘 나가고 있다고 하나, 원정에서는 2패 무득점 5실점으로 약했던 팀이었다. 레버쿠젠은 손흥민을 비롯해 키슬링, 샘을 앞세워 공세를 펼쳤지만 하노버의 수비망을 벗겨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었다. 공격의 짜임새나 세밀함이 매우 부족했다. 답답함의 연속이었다.
손흥민(왼쪽)이 28일(현지시간) 바이 아레나에서 열린 2013-14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하노버전에서 전반 37분 샘의 골을 도운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독일 레버쿠젠)=김영구 기자 |
손흥민에게도 귀중한 도움이었다. 이날 손흥민의 플레이는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서도 딱히 낫다고 보기 어려웠다. 측면에서 돌파를 시도하려 하나 뜻하는대로 안 됐다. 키슬링 등 동료와의 골문 앞 호흡도 잘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킬 패스’ 하나로 자신과 팀의 부진을 씻어냈다.
도움 이후 손흥민의 몸놀림은 상당히 가벼웠다. 하노버 수비진의 빈틈으로 부지런히 움직였다. 지침이 없었다. 그러면서 재치있는 슈팅과 패스로 상대 수비를 괴롭혔다. 후반 12분 골키퍼를 따돌리면서 띄운 크로스는 일품이었다. 다만 엠레 칸의 마무리
2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다. 손흥민은 21일 마인츠전을 뛰지 않은 뒤 출전하는 경기마다 공격포인트를 올렸다. 마인츠전 결장이 꿀맛 같은 휴식이었던 셈이다. 크루스의 등장으로 섣불렀던 위기론도 잠재웠다. 완벽한 진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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