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 승패는 가려졌지만, 두산 베어스와 넥센 히어로즈 모두 매끄럽지 못한 경기를 했다. 4-3의 경기 스코어와 끝내기 안타로 매듭지어진 결과는 언뜻 보이기에는 흥미있게 비춰지지만 넥센이나 두산 모두 기회를 번번이 무산시켰던 점에서 답답한 경기였다. 애초 목표가 크지 않았기에 부담이 적었던 넥센이 더 높은 성적에 대한 중압감에 사로잡혀 자멸한 두산을 꺾은 1차전이었다.
사실 넥센이 1회 홈런포를 포함해 2점을 내면서 쉽게 끌고 갈 수 있었던 경기였다. 하지만 매 회 주자를 출루시키고도 더 달아날 수 있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놓쳤다. 두산 역시 곧바로 2점을 따라가면서 흐름을 가져올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포스트시즌 첫 경기라서 그런지 선수들의 부담감이 많이 엿보였다. 2회 정수빈과 양의지의 적시타로 잡은 1사 1,3루 찬스서 김재호가 스퀴즈번트를 실패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이런 단기전에서 번트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그 때 두산이 1점만 더 내서 경기를 뒤집었다면 분위기는 어떻게 흘러갔을지 모른다.
부담감을 극복한 넥센 히어로즈가 부담감에 자멸한 두산 베어스를 꺾었다. 사진(목동)=김재현 기자 |
넥센 역시 비슷하다. 박병호의 1회 홈런 이후 클린업트리오에서 좀처럼 해결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역시 니퍼트를 상대로 강점이 있었던 강정호는 해결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넥센은 박병호 외 타자들의 중심타선의 중량감이 떨어지는 부분이 여전한 숙제로 남았다.
특히 단기전에서 조심해야 하는 것이 과욕이라는 점을 보여준 경기였다. 특히 정수빈은 타석에서 맹타를 휘둘렀지만 무리한 주루플레이로 흐름을 끊었다. 발이 빠른 타자라면 득점권에만 있다면 후속 상황에서 언제든 홈을 훔칠 수 있다. 그런면에서 아쉬움이 남았던 주루플레이였다.
선발 맞대결서는 니퍼트보다 나이트에게 점수를 주고 싶다. 구질이나 컨트롤 위력면에서 나이트가 더 나은 모습을 보였다. 니퍼트는 제구나 위력면에서 불안함을 노출했다. 그런 니퍼트를 넥센이 무너뜨리지 못했다고 보는 편이 맞다.
박병호는 MVP에 가장 근접해 있는 선수다운 역량을 보여줬다. 1번의 실투를 완벽하게 홈런으로 연결한 박병호는 역시 좋은타자였다. 하지만 상대하는 투수들 역시 적극적으로 박병호를 상대해야 한다. 정규시즌도 마찬가지이고 포스트시즌에서도 투수들이 도망가는 피칭을 하다가 오히려 볼카운트가 몰리면서 실투를 하는 경향이 있다. 투수들이 소극적으로 박병호를 상대한다면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다. 박병호를 상대로 실투를 줄이되 정면승부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아야 한다.
넥센은 큰 경기 경험이 적은 것이 가장 큰 약점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애초 올해 4강을 목표로 하고 나름대로 좋은 결과를 냈다. 그런면에서 오히려 부담감이 적을 수 있다. 젊은 넥센 타자들이 1차전 승리로 더욱 힘을 받을 수 있는 근거다. 더 좋은 성적을 목표로하는 두산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클 수 있다. 주변과 선수단 스스로의 기대치가 높기 때문이다. 두산은 팀컬러에서 포스트시즌 분명한 강점을 가지고 있고 선수단의 경험이 풍부하다. 넥센보다 확실한 우위에 있는 부분이다. 동시에 부담감이 결국 적이다. 결국 쓰라린 끝내기 패배를 당했지만 9회 마무리 투수 손승락을 두들겨추격을 한 부분은 여러모로 분위기를 끌어올리는데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반면 넥센은 포스트시즌 마무리투수 손승락의 경쟁력에 대해 일말의 불안감을 남기게 됐다. 두산 상대 약점을 다시 노출했기에 남은 시리즈서 넥센 벤치가 과감하게 손승락을 기용할 수 있을지도 지켜볼 부분이 됐다.
아무래도 분위기 싸움에서 우위를 거둔 넥센이 2차전서도 근소하게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 2차전 선발 밴 헤켄 vs 유희관에서도 넥센쪽에 무게추가 실린다. 하지만 두산 역시 저력이 충분한 팀이다, 또한 포스트시즌 1차전 패배를 뒤집은 경험이 있는 만큼 어느 한 팀에 확실한 손을 들어주기는 어렵다.
[전 LG·삼성 투수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