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2013시즌 프로야구의 ‘히트상품’ LG 트윈스의 감동 드라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동 주연은 ‘승리의 아이콘’ 류제국(30)이다. 승리를 부르는 류제국의 힘은 도대체 어디서 나왔을까.
류제국은 해외복귀파 첫해 10승을 달성한 첫 투수다. 올 시즌 20경기에 선발 등판해 12승2패 평균자책점 3.87을 기록했다. 승률 85.7%를 기록하며 개인 타이틀도 따냈다. 류제국 등판시 팀 승률도 17승3패로 무려 85.0%에 달한다.
정규시즌 결정적 순간마다 존재감을 발휘했다. LG는 류제국이 1군에 합류하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고, 가장 중요했던 2위 결정전에서도 류제국이 승리를 부르며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지난 5일 LG 트윈스가 정규시즌 2위를 확정한 순간 류제국이 눈시울을 붉히며 김기태 감독과 뜨거운 포옹을 나누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휴식 뒤에도 지난 5일 두산 베어스와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의 여운은 아직 남아 있었다. 류제국은 “그날 두산전은 이기고 싶었다. 그런데 그날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스피드도 잘 나오지 않는 날이었다”며 “초반에 좋지 않았는데, 홈런을 맞고 정신이 바짝 들었다. 그때부터 다른 생각을 버리고 경기에 집중하게 된 것 같다”고 돌아봤다.
류제국을 가장 높게 평가하는 부분이다.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나고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초반 실점을 하더라도 선발로서 이닝이터 역할을 소화한다. 페넌트레이스 가장 중요한 경기였던 마지막 두산전에 류제국 카드를 꺼낸 것도 이 때문이다.
타고난 멘탈 강자가 아니었다. 류제국은 “난 원래 멘탈이 강하지 않다. 그런데 야구할 땐 강하다. 스포츠는 상대를 이겨야 한다”며 “경기 중에도 상황마다 마인드 컨트롤을 계속하게 된다. 공 하나 하나에 신경을 많이 쓴다. 구질보다 내 표정이나 제스처에 더 신경을 쓰며 컨트롤을 한다”고 설명했다.
류제국이 미국 시절 익힌 습관이다. 그는 “미국에서 그렇게 야구를 배웠다. 싱글A 시절 강조를 많이 했다. 마운드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 중 하나가 ‘연타를 맞지 마라’였다. 거의 주입식 교육이었다”고 회상했다.
가족도 류제국도 올 시즌 성적에 대한 큰 기대는 없었다. 그는 “5승 정도 생각했다. 특히 KIA전 데뷔전을 치른 뒤 운 좋으면 6~7승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집에서도 다들 기대를 하지 않았다. 기대를 안해서 그런지 나도 가족도 정말 행복하다”고 만족했다.
첫해였기 때문에 아쉬움도 남았다. 그는 “제구력도 별로 좋지 않았고, 많은 이닝을 던지지 못한 것도 아쉽다. 안타를 안 맞으려고 너무 어렵게 승부를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지금 몸 상태에서는 100% 이상 했다고 생각한다. 내년 웨이트로 체중과 체력 관리가 잘 되면 구위와 구속, 파워 모두 더 좋아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류제국에게 데뷔 시즌 붙은 ‘승리의 아이콘’은 어떤 의미일까. 동료에 대한 신뢰였다. 그는 “내가 무실점으로 승리를 부른 것이 아니다. 동료들이 잘 치고 수비를 잘했기 때문에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며 “단체 스포츠는 서로 믿어야 한다. 내가 실점을 해도 동료들이 언젠가 칠 거라는 믿음이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신기하게도 점수가 나더라”고 빙그시 웃었다.
플레이오프 직행을 위한 승리의 아이콘으로 마운드에 선 류제국이 팬들의 환호에 화답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그는 “미국에서는 보너스 게임이다. 플레이오프는 축제라고 생각한다. 즐겁게 한 기억밖에 없다. 첫 경기에서는 긴장을 하긴 하겠지만, 원래 내 성격이 그런 걸 즐긴다. 난 화요일 경기에 나가는 걸 싫어한다. 관중이 가장 적은 경기이기 때문이다. 관중이 많아야 집중이 더 잘 된다. 플레이오프 1, 2차전 언제 나가든 자신있다”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류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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