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목동)임성윤 기자] 더 말할 것도 없이 유희관의 원맨쇼였던 경기였다. 3점홈런을 쏘아올린 이원석도, 연장 13회초 극적인 솔로 홈런을 폭발시킨 최준석도, 쐐기 3점홈런을 터뜨린 오재원의 활약도 뛰어났지만 사실상 유희관의 활약에 비할 수는 없었다.
두산은 14일 목동구장에서 펼쳐진 넥센과의 2013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연장 13회까지 가는 승부 끝에 8-5로 승리했다. 유희관은 이날 7이닝 1피안타 무볼넷 무실점의 완벽투를 펼쳤다. 그러나 이날 유희관은 승리투수의 영광을 가질 수 없었다.
3-0으로 앞서고 있던 9회말 니퍼트가 2사 이후 박병호에게 3점홈런을 허용하며 유희관의 승리 조건을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박병호의 타구가 전광판 하단을 강타한 순간 유희관은 승리의 영웅에서 비운의 아이콘으로 전락했다.
두산이 14일 넥센과의 준PO 5차전에서 유희관의 역투에 힘입어 2010년 이후 리버스 스윕을 통해 플레이오프 티켓을 확보했다. 사진=옥영화 기자 |
경기 초반부터 강력하게 꽂히는 직구와 100km/h 초반의 허를 찌르는 변화구가 넥센타선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4회말 2사 이후 이택근을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 시킬때까지 유희관은 단 한명의 주자도 1루를 밟지 못하게 하는 강력한 구위를 선보였다.
특히 1회말 이택근부터 3회말 이성열까지 5타자를 연속으로 삼진 처리하는 강력함은 느림의 미학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호투였다. 준플레이오프에서 5타자 연속 탈삼진 기록은 지난 2000년 롯데 박석진이 삼성을 상대로 달성한 이후 13년 만의 최다 연속 탈삼진 타이기록이며 통산 3번째다.
사구로 이택근을 출루 시킨 이후에도 유희관의 구위는 강력함을 잃지 않았다. 넥센 4번타자이자 올 시즌 최다 홈런을 기록한 박병호를 투수앞 땅볼로 처리 이닝을 마무리 하더니, 5회 들어서도 김민성을 유격수 땅볼, 강정호를 삼진, 그리고 이성열까지 삼진으로 처리하며 5차전의 스타로 떠올랐다.
이날 유희관은 안타는 물론 외야로 날아간 플라이 타구조차 4회말 서동욱의 좌익수 플라이와 6회말 허도환의 우익수 플라이 아웃 단 2개 뿐이었다. 나머지 타자는 삼진과 내야 땅볼로 공략하는 철저함을 보였다.
이 사이 두산의 타선은 지속적인 공격기회를 엿보다 4회말 이원석의 3점홈런이 폭발하며 승기를 잡았고 이후 유희관이 내려갈 때까지 승기를 내주지 않았다.
7회까지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유희관이은 8회초 선두타자 이택근에게 안타를 허용하며 대기록 달성을 놓쳤다. 그러나 마운드를 내려오는 유희관에게 목동에 운집한 두산 팬들은 열렬한 환호를 보내며 이날의 호투를 축하했다. 두산 역시 유희관이 마운드를 내려간 이후에도 9회까지 3-0의 리드를 지켜 승리와 함께 리버스 스윕을 달성 할 것으로 보였다. 최소한 9회 2사 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두산은 9회말 박병호에게 통한의 3점 홈런을 내주며 연장에 돌입해야 했고 유희관의 승리 역시 날아갔다. 플레이
다행히 두산은 13회초 최준석의 솔로 홈런과 민병헌의 적시타 오재원의 3점홈런이 이어지며 승리를 확정지을 수 있었고 리버스 스윕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 할 수 있었다. 승리를 확정지은 것은 13회초의 타선의 집중력이었지만 이날의 승리 주역은 누가 뭐래도 유희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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