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인천 도원야구장. 현대 유니콘스 용병 스콧 쿨바가 경기 전 더그아웃에서 안희봉과 나란히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쿨바는 모자 아래 부분에 여러 가지 문구들을 써 놓곤 했다. 사진이 희미해서 정확한 내용을 알 수는 없지만 국내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목표를 위한 각오를 지급받은 모든 모자에 써 넣고 다녔다. 특이한 것은 많은 선수들이 한 가지 정도의 문구를 써 넣는 반면 쿨바는 두 세 개의 문구를 모자에 써 넣었다.
쿨바는 1998년 한국 프로야구에서 처음으로 시행한 외국인선수 도입제에 따라 조 스트롱과 함께 현대에 입단했다. 당시 현대에서 이들과 유독 친했던 이숭용(XTM 해설위원)은 쿨바와 조스트롱을 위해 한국음식도 사주고 종종 술자리도 같이 해 한국생활에 빨리 적응토록 도와주기도 했다. 한국야구를 많이 배우고 싶어 했던 쿨바는 수비력이 약해 주로 1루수를 맡았다. 하지만 타격만큼은 월등했다. 특히 좌투수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당시 함께 한국에 와 OB 베어스에 입단한 타이론 우즈에게는 뒤처지긴 했지만 김경기, 박재홍과 함께 현대의 중심타선으로 맹활약을 펼쳐 1998년 한국시리즈에서 현대의 우승을 견인했다.
실력을 인정받은 쿨바는 시즌이 끝난 후 현대와 재계약을 추진했지만 쌍방의 금액차이가 커 결국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의 동생 마이크 쿨바 역시 프로야구 선수로 2003년 두산에서 잠시 내야수로 활약했다. 쿨바 형제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활동한 최초의 외국인 형제 선수로 기록됐다.
(마이너리그 더블 A팀 털사 드릴러스 타격코치였던 마이크 쿨바는 2007년 7월 23일 아칸소 트래블러스와의 원정경기에서 1루 코치박스에 서 있다가 상대팀 티노 산체스의 강한 파울 타구에 머리를 맞고 사망했다.)
[매경닷컴 MK스포츠 = 김재현 기자 / basser@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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