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명불허전이라고 했던가. 지난 12일 브라질전을 통해 오랜만에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기성용이 주변의 우려를 떨치고 ‘역시’라는 박수갈채를 끌어냈다. 경기를 앞두고 선발 명단이 전광판을 통해 발표할 때 기성용의 이름이 호명되자 "우~"하는 야유가 섞여 나왔던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와~"라는 탄성으로 바뀌어갔다. 그만큼 잘했다.
사실 도드라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부여받은 역할과 관련된 이유다. 브라질전에서 기성용은 한국영과 더블 볼란치로 나섰다. 한국영이 종횡무진 필드를 누비면서 진공청소기 같은 ‘마당쇠’ 역할을 맡았다면 기성용은 전체적으로 경기를 조율하는 임무를 담당했다.
지난 브라질전을 통해서 기성용은 건재함을 알렸다. 간수와 완급 능력은 여전했다. 말리전에서는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주는 역할까지 기대한다. 사진= MK스포츠 DB |
‘SNS 사건’으로 인한 마음고생과 맞물려 스스로 컨트롤하려는 모습도 느껴졌다. 플레이에서도 흥분을 자제했고 심리적인 면에서도 침착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네이마르를 비롯해 브라질 선수들의 얄미울 정도의 지능적인 플레이에 이청용 등 일부 선수들이 흥분했을 때도 기성용은 말리는 역할에 충실했다. 예전의 ‘기질’을 떠올린다면 낯선 모습이었다.
이런 와중에도 기성용이라는 미드필더의 장점은 충분히 느껴졌다. 특히 공을 ‘간수’하는 능력과 경기의 ‘완급’을 조절하는 능력은 탁월했다. 공을 빼앗기지 않은 채 동료들이 공격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간수하는 능력은 팀에 있어 상당히 중요하다. 또 빠르게 올라갈 때와 천천히 호흡할 때를 구분하는 컨트롤 타워의 역할도 꽤나 크다. 이를 필드의 야전사령관으로 돌아온 기성용이 잘 보여주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기성용이 뒤로 물러서면서 전방 공격수들과 간격이 상당히 벌어졌다. 이로 인해 공의 배급이 여의치 않았고, 앞 선에서 공을 빼앗겼을 시 한국 수비지역까지 공간을 빠르게 허용했다. 기성용의 움직임이 좀 더 적극적이었으면 어땠을까 싶었던 아쉬움이다.
물론 상대가 브라질이었고, 기성용 역시 부담을 가지고 임한 복귀전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참작이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말리전에서는 달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보다 적극적인 플레이가 요구된다.
말리전은 내용보다 승리가 중요한 경기다. 그러기 위해서 골은 필수다. 기성용의 공격적인 역할 전환이 필요하다. 가뜩이나 전방 공격수들의 활약이 미미한 상황에서 실마리를 풀어줄 기성용을 향한 기대감이 더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홍명보호가 겪고 있는 지독한 골 가뭄은 공격수들의 부진도 부진이지만 2선에서 양질의 패스가 공급되지 않고
‘간수’와 ‘완급’의 능력은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기성용의 다음 미션은 실마리를 풀어주는 것이다.
[lastuncle@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