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전북이 포항에게 승부차기 끝에 석패하면서 FA컵 우승을 놓쳤다. 승부차기까지 가야했던 가장 큰 이유는 공격력이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결정력이다. 전후반과 연장까지, 120분 동안 19개의 슈팅을 날리고도 소득은 수비수 김기희의 밀어 넣기 하나뿐이었다. 공격을 내내 주도하고도 골결정력이 문제였다.
역시 이동국의 빈자리가 컸다. 서 말 구슬도 꿰어야 보물이 되는 법인데 마무리 짓는 해결사가 없으니 번번이 중요할 때 무너지는 모래성이었다. 평소 “전방에서 공을 간수하고 연결해주는 사람이 없어지면서 공격이 매끄럽지 않다”는 답답함을 밝힌 최강희 감독은 결승전이 끝난 뒤 “아쉬운 결과지만 받아들이겠다. 조만간 이동국이 돌아오면 다시 기회가 올 것이다. K리그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말로 이동국의 공백이 컸음을 토로했다.
이승기라는 선수의 비중을 느낄 수 있었던 FA컵 결승이다. 있었을 때는 몰랐는데 없으니까 공백이 크다. 사진= MK스포츠 DB |
2011년 신인왕 출신으로 올 시즌 전북의 유니폼을 입은 이승기는 광주 시절에는 경험치 못했던 ACL과 정규리그 그리고 대표팀 일정을 병행하면서 알게 모르게 피로가 쌓였다. 과부하는 결국 부상을 불렀다.
이승기는 지난 9일 울산과의 정규리그 홈경기에서 경기 막판 무릎부상을 당했다. 정밀검사 결과 왼쪽 무릎 내측 인대 파열로 밝혀졌고 완치까지는 약 8주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지난 8월말부터 약 40일간 이미 허벅지 부상으로 공백이 있었던 것까지 고려할 때, 이승기가 시즌 내에 필드로 돌아오는 것은 어렵다.
이승기는 전형적인 첨병 스타일이다. 중앙과 측면을 가리지 않고 2선에서 빠르게 그리고 많이 움직이면서 상대수비를 무너뜨리고, 전방 공격수를 돕거나 전방 공격수로부터 도움을 받아 직접 해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승기의 공백은 케빈 홀로 고군분투했던 FA컵 결승에서 잘 드러났다.
이동국까지 없는 악조건 속에서 전북 최강희 감독은 포스트의 케빈을 활용한 선 굵은 전술을 구사했다. 후방에서 그리고 측면에서 케빈을 향하던 롱패스는 성공률이 꽤 높았다. 케빈은 포항 선수들과의 위치선정에서 밀리지 않으면서 계속 공중볼을 따냈다. 문제는, 케빈의 머리를 거친 세컨볼을 정확하게 잡아내는 빈도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결국 이승기에 대한 그리움이 커졌다.
서상민의 아쉬운 활용법도 이승기의 부재에서 생긴 악순환이다. FA컵 결승에서 만능 재주꾼 서상민은 후반에 투입됐다. 포항전 뿐 아니라 근래 경기들에서 최 감독은 서상민을 교체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전북 스쿼드에 경기 흐름을 바꿀 수 마땅한 조커가 없기도 하지만, 기술이 좋은 서상민은 이승기와 호흡을 맞출 때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 최강희 감독의 견해다. 때문에 차라리 조커 활용이 낫다는 판단이다
FA컵이라는 토끼를 놓치면서 전북은 이제 정규리그에 ‘올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동국은 10월 말 혹은 11월 초 돌아온다지만 이승기라는 무기는 끝까지 쓸 수가 없다. 워낙 없는 살림을 꾸리는데 능한 ‘강희대제’ 최강희 감독이지만, 이승기 부재는 꽤 골치 아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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