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표권향 기자] 야구가 좋아 스포츠 전문 아나운서를 꿈꾼 연상은 XTM 아나운서(24·이하 직함생략)가 한국시리즈 3차전이 펼쳐진 잠실구장을 찾았다.
정규리그 이후 오랜만에 찾은 야구장이다. 연상은은 포스트시즌 경기를 직접 관람하기 위해 밤낮 없이 예매 경쟁에 뛰어 들었다.
어릴 때부터 야구팬이었다고 스스로 밝힌 연상은은 야구의 매력을 '반전'이라고 했다. 언제 어떤 순간에도 뒤집힐 가능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는 스포츠. 그래서 단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스포츠. 야구는 인생의 지침서 같다고 했다. 시간제한이 없다는 점도 야구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
이제 야구가 인생의 전부를 차지하게 됐다고 투덜대는 연상은의 야구 이야기를 들어보자.
연상은 아나운서는 야구가 좋아 스포츠 아나운서의 꿈을 키웠다. 사진=옥영화 기자 |
연상은은 야구, 농구, 배구 등 구기 종목 스포츠를 좋아한다. 특히 야구팬이라고 밝혔다. 연상은은 “어렸을 때 OB 베어스 팬인 할아버지와 롯데 자이언츠를 응원하는 아버지 손을 잡고 야구장을 찾았다. 어린 시절부터 조금씩 봐왔던 야구가 이제는 내 인생의 전부가 됐다”라며 웃었다.
야구에 더욱 빠져들게 된 계기는 2009년 한국시리즈. 2009년 10월 24일, 연상은은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DMB를 통해 한국시리즈 7차전을 시청하고 있었다. 5-5로 맞붙은 9회말 나지완(KIA 타이거즈)의 역전 끝내기 홈런이 터졌다.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는 연상은은 “‘이렇게 경기가 뒤집힐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짜릿함을 느꼈다”고 했다. 하지만 동시에 홈런을 맞아 고개를 숙인 채병용을 보며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라고 생각했다.
이날 이후로 연상은은 프로야구의 열렬한 팬이 됐다. 야구가 시작되기 30분 전인 오후 6시부터 잠들기 전까지 야구로 그녀의 시간을 채웠다. 일주일에 3~4번 야구장을 찾았다는 연상은은 “흥겨운 응원문화가 좋았고 경기마다 펼쳐지는 반전 드라마에 희열을 느꼈다. 끝내기 안타로 더그아웃에 있던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뛰어나갈 때에는 소름이 끼쳤다”고 전했다.
야구가 연상은의 꿈을 키웠다. 연상은은 “아나운서가 돼 야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야구가 좋아 야구 전문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연상은은 “야구 아나운서가 된지 두 달 밖에 되지 않아 아직 야구에 대한 내 열정이 드러나지 않은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잠시 침묵을 지킨 연상은은 목소리를 가다듬은 뒤 “좋아한다고 잘 하는 것이 아니다.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라며 “발전해야 할 부분이 많다. 이제 신입 아나운서니 많이 배워서 야구장의 여자로 살아가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연상은 아나운서는 야구의 세세한 부분까지 꿰차고 있다. 사진=옥영화 기자 |
연상은은 스포츠 아나운서 공개 채용 공고가 뜨면 놓치지 않고 지원했다. 낙방의 쓴 맛도 봤지만 결국 준비된 자에게는 어김없이 기회가 찾아왔다.
“모 스포츠 방송국 아나운서 시험을 지원했을 때였다. 남자 아나운서만 채용한다는 소문을 들었으나 야구에 대한 열정에 주눅들지 않았다”라고 했다. 열정을 밑바탕으로 삼은 연상은의 노력은 그 이상의 결과를 낳았다.
2차 심사는 필기시험이었다. 스포츠 상식에 대한 시험에서 연상은은 여느 남자 지원자 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연상은은 “문제는 다양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고 들은 내용이었다”라고 말했다. 자신감을 가진 연상은은 “메이저리그 돔구장이 아닌 곳을 찾는 문제에서는 류현진-추신수 선수의 경기를 떠올렸다. 메이저리그 출신 국내 투수들의 최다승수를 맞추는 문제에서는 지난 등판 경기들을 생각해냈다”라고 설명했다.
연상은은 “필기시험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최종 심사에서 떨어졌다. 아쉬웠지만 야구에 대한 내 진심이 전해져 운이 좋게 지금의 자리에 서게 됐다”라고 전했다.
그리도 원하던 야구가 일상이 된 연상은이다. 하지만 생각 이상으로 쉽지 않은 생활이었다. 연상은은 “‘좋아하는 일은 업으로 삼지 말라’는 말이 있다. 취미였던 야구가 일로 겹치니 힘겹게 느껴졌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처음부터 모든 걸 이뤄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주위의 질타는 어쩔 수 없이 상처로 돌아왔다. 연상은은 “내가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악성 댓글을 볼 때마다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성숙해지려면 이 모든 걸 질책이라 생각하지 않고 온전히 받아 들여야 하는데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기에서 주저앉을 연상은이 아니다. 그만큼 야구가 그녀의 아픔을 치유해줬다. 연상은은 “시즌 말미에는 이번 해가 끝난다는 생각에 아쉬웠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위안이 됐다”라며 “이제는 사랑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로만으로도 행복하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연상은 아나운서는 이번 포스트시즌 경기 관람을 위해 예매 전쟁에 뛰어 들었다. 사진=옥영화 기자 |
정규리그 종료 후 연상은은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고 있는 포스트시즌을 놓치지 않았다. 하루 종일 컴퓨터와 핸드폰 어플을 통해 티켓 예매 경쟁에 직접 뛰어 들었다고 한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는 밤새도록 광클(미치도록 빠르게 클릭하다)을 한 결과 예매에 성공했다”라고 말하며 티켓 5장을 보여줬다.
연상은은 “준플레이오프를 보며 언제 이렇게 살 떨리는 경기가 있었나 싶었다. 나도 긴장하면서 경기를 관람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연상은은 “어느 팀이 이겨도 선수들 모두 정말 수고했다. 양 팀 모두 더 강해졌다라는 것을 느꼈다”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한 지붕 두 가족’의 라이벌전이 펼쳐진 잠실벌에도 연상은은 현장을 찾아 응원했다. 연상은은 “잠실의 두 팀이 가을야구에서 맞붙는 것은 전부터 꿈꿔왔던 경기였다”라며 “막상 펼쳐지니 신기했다. 마치 꽃봉오리가 꽃을 활짝 핀 기분이었다”라며 웃었다.
한국시리즈는 생방송 중계를 통해 시청했다. 연상은은 “고된 스케줄로 힘들 법 한 두산이지만 정신력 하나로 여기까지 왔다. 대단하고 존경스럽다”라고 했다. 이어 연상은은 “팀과 팬들을 위해 자기 몸을 희생하는 선수들을 보면서 나 역시 체력을 문제 삼지 않으리라고 다짐했다”라고 말했다.
경기를 통해 동료애도 느꼈다. 연상은은 “동료가 있기에 서로 북돋아줄 수 있다. 이게 바로 팀이다”라며 박수를 쳤다.
한 편으로는 2연패한 삼성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연상은은 “오랜 휴식으로 인해 경기감각이 떨어졌다는 말도 있지만 괜히 1위 팀이 아니다. 프로이기 때문에 당연히 잘 이겨내리라 믿는다”라고 했다.
인터뷰가 진행된 27일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삼성이 3-2로 값진 1승을 따냈다. 경기 직후 연상은은 “선수들의 눈이 달라졌다. 양 팀 선수들 모두 최선을 다했다. 나도 선수들을 보며 주변인을 더 돌아보게 됐다. 서로를 이해하고 응원한다면 못 이룰 일은 없다”라고 전했다.
연상은 아나운서의 최종 목표는 "야구 잘 아는 아나운서"가 되는 것이다. 사진=옥영화 기자 |
연상은은 지난 10월 3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이긴 롯데 자이언츠 수훈선수 조성환의 인터뷰를 잊지 못했다. 연상은은 “이날 조성환 선수가 끝내기 안타를 쳤다. 그 동안 마음고생이 심했을 텐데 멋진 승부를 보여줬다”라고 전했다.
이어 연상은은 “조성환 선수가 자신의 개인 성적보다 팀과 응원해주는 팬들을 더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라며 “서울 토박이 선수가 낯선 부산으로 내려와 타지생활을 하면서 둥지를 트고 주전 자리를 꿰차고 캡틴이 됐다. 팀에서는 중심을 잡는 든든한 선수가조성환 선수는 절대 흔들릴 것 같지 않은 기둥이 됐다”라고 했다.
한국시리즈 1차전 승리를 이끈 손시헌의 공을 높이 샀다. 연상은은 “준플레이오프에서 대수비로만 나서던 손시헌이 첫 선발 출전에서 4타수 3안타 2타점(1홈런)을 기록했다. 기초가 밑바탕을 이뤄 언젠가 자신을 필요로 하는 적절한 시기에 빵 터져줬다. 손시헌의 홈런은 팀 승리를 이끌었다”라고 말했다.
연상은은 “대학생 때 활발한 학교생활과 대외활동을 통해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다. 항상 주변에 친구들이 많아 자신감이 넘쳤다. 하지만 아나운서가 되면서 부족한 면이 많은 것을 발견하고 의기소침했다”라고 털어놨다.
힘든 시기를 보냈던 연상은은 이번 포스트시즌을 통해 다시 생기를 찾았다. 연상은은 “요즘은 팬들도 야구 전문가다. 나도 진짜 야구를 잘 아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올 시즌 현장 인터뷰가 주 업무였던 연상은은 “현장에서 배울 것이 많다. 지금 주어진 임무에 충실하겠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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