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FC서울은 2일 라이벌 수원과의 경기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 2-1로 역전승을 거두면서 2013년 ‘슈퍼매치’ 전적을 2승1무1패로 마감했다. 자존심을 세웠다. 동시에 라이벌과 펼치고 있는 ‘4위 전쟁’에서도 우위를 점했다. 승점 54점으로 4위 자리를 지킨 서울은 5위 수원을 승점 50점에 묶어두면서 격차를 벌렸다. 아직 성급한 판단은 지양해야하나 4위에게 주어지는 마지막 ACL 티켓 다툼에서 유리해진 것은 사실이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오는 9일 펼쳐지는 광저우 에버그란데와의 ACL 결승 2차전을 앞두고 분위기를 끌어올렸다는 사실이다. 원정을 떠나기 전 어깨가 축 처진 채로 비행기에 오르면 득 될 것이 없었다. 최근 페이스가 좋지 않았던 서울 입장에서는 라이벌전 승리를 통해 좋은 보약을 먹었다.
FC서울이 수원과의 시즌 마지막 슈퍼매치 승리로 얻은 것은 많다. 달콤한 사탕 같은 승리였따. 하지만 정작 기억해야할 것은 그 속에 있던 실수다. 사진= MK스포츠 DB |
윤일록과 고요한이 번갈아 뛰면서 체력을 비축했고, 풀백 차두리의 시의적절한 오버래핑은 또 다른 공격옵션으로서의 위력을 보여줬다. 차두리는 결승 1차전 때 경고누적으로 출전치 못했다. 2차전에 히든카드가 될 수 있다. 여러모로 득이 많았던 경기다.
수원전에서 발휘했던 집중력, 수원전을 통해 얻은 자신감을 꼭 기억하면서 광저우전에 임해야할 FC서울 선수단이다. 그리고 여기에 추가로 기억해야할 것이 있다. 어쩌면 자신감보다 더 챙겨가야 할 것이다. 수원전에서 나왔던 ‘실수’다.
2-1 승리는 역전승이었다. 서울이 먼저 실점을 허용했다. 경기 시작 5분 만에 정대세에게 허용했던 실점은 수비라인의 실수에서 비롯됐던 장면이다. 서정진의 스루패스와 정대세의 쇄도가 모두 좋았으나 칭찬에 앞서 서울 수비라인의 불협화음을 지적했어야할 대목이다. 패스 하나에 수비벽이 속절없이 무너졌다. 경기 후 최용수 감독은 “실점 이후 경기력은 나무랄 데 없었다. 하지만 실점 장면은 나와서는 안 될 실수였다”는 말로 일침을 가했다.
흥미롭게도 최용수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마치 실수가 나올 것을 예상한 것 같은 이야기를 전했다. 최 감독은 “상대가 너무 잘해서, 완벽한 플레이를 펼쳐서 골을 허용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실수로 실점하는 것은 절대로 말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실력이 아닌 실수로 중요한 승부를 그르치는 것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는 동시에 선수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는 발언이었다.
공교롭게도, 수원전에서 그 실수가 나왔다. 차라리 잘된 일이다. 2013년 일정 중 가장 중요한 경기인 광저우와의 결승 2차전을 앞두고 정신을 바짝 차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실수하면 안 된다’는
슈퍼매치의 승리는 분명 달콤한 사탕이었다. 그 사탕은 든든한 자신감으로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에 있는 쓴 약도 잊어서는 곤란하다. 광저우와의 마지막 승부를 앞두고 FC서울 선수들이 취하고 기억해야할 것은 오히려 ‘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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