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표권향 기자] 두산 베어스가 한국시리즈 이후 달콤한 휴식기에 들어갔다. 정규리그부터 앞만 보고 달려온 두산은 5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준우승했다. 드라마 같았던 두산 선수단의 여정을 본 야구팬들은 그들에게 ‘미라클두’라는 별칭을 붙여줬다. 이 가운데에서도 올 시즌 가장 '핫(Hot)'했던 좌완 유희관에게 보내는 박수 소리가 컸다.
유희관은 올 시즌 43경기(선발 18경기)에 등판해 10승7패1세이브3홀드 평균자책점 3.53을 기록했다. 구원투수로서 시즌을 시작한 유희관은 지난 5월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에서 더스틴 니퍼트 대신으로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이날 유희관은 5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프로데뷔 5년 만에 첫 선발승을 이뤘다.
25년 만에 두산 토종 좌완 투수로서 10승을 거뒀으며 포스트시즌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54를 기록했다. 사진=김영구 기자 |
유희관의 ‘느림의 미학’은 이번 가을야구에서도 진가를 발휘했다. 유희관은 포스트시즌 5경기에 등판해 1승 평균자책점 1.54를 기록했다. 유희관은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7⅓이닝 3피안타 1실점, 5차전에서는 7이닝 동안 무려 9개 탈삼진을 잡으며 무실점으로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따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유희관의 호투는 이어졌다. LG와 맞붙은 플레이오프 2차전 선발 마운드에서 7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한국시리즈 진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날 승리투수가 된 유희관은 플레이오프 MVP도 차지했다.
플레이오프까지 21⅓이닝 동안 단 2실점만 내준 유희관에게 한국시리즈에서의 기대가 컸다. 한국시리즈 2연승 중이던 두산은 3차전 선발 투수로 유희관 카드를 꺼냈다. 그러나 코칭 스텝의 실수로 어이없는 강판을 당했다. 한 이닝에 감독 혹은 코치가 그라운드에 두 번 이상 올라가면 투수를 교체해야 한다는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정을 어겼기 때문이다.
이후 3승3패로 우승까지 단 1승을 남긴 7차전에서 두산은 마지막까지 아껴뒀던 유희관을 내세었다. 한국시리즈 최종전(7차전)에 등판한 유희관은 4⅓이닝 6피안타 2실점으로 난조를 겪었다. 이날 총 투구수는 100개. 제구력으로 승부하는 투수의 공이 흔들렸다. 유희관은 삼진 1개를 잡는 동안 볼넷은 5개를 내줬다.
한국시리즈에서는 불운했던 유희관이다. 그러나 올 시즌 중간 허리 역할과 선발 로테이션을 지킨 유희관의 비중은 컸다. 올해 유희관의 연봉은 2천6백이다. 최저 연봉 보다 2백만원 더
프로선수들은 연봉으로 자신의 가치를 확인시킨다. 25년 만에 두산 토종 좌완 투수로서 10승을 거뒀으며 포스트시즌에서도 든든하게 마운드를 지켰던 유희관이 어떤 대우를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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