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귀포) 전성민 기자] ‘한화 이글스 선수단 여러분 혼저옵서예(어서오세요)’. ‘차자와�(찾아와줘) 고맙수다.’
한화 이글스가 마무리 훈련을 하고 있는 제주 서귀포시 강창학 야구장 주변에 붙어 있는 현수막들이다. 구장 주변에는 8개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현수막만 봐도 현재 한화가 어디에서 훈련하는지 알 수 있다. 제주 방언은 정겹다. 연고지인 대전 못지않은 한화 사랑이다.
한화 구단뿐만 아니라 김응용(72) 감독을 환영하는 현수막도 여럿 보였다. ‘김응용 감독님 사랑합니다’라는 현수막에서 김 감독의 인기를 엿볼 수 있다.
김응용 감독이 12일 강창학야구장에서 현수막에 적힌 팬들의 글을 보고 미소짓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
서귀포는 선수와의 인연도 만들어줬다. 김응용 감독은 당시 지켜봤던 제주국제대 송창현(한화)을 롯데로부터 트레이드로 영입해 지난 시즌 선발 투수로 기용했다.
김응용 감독은 12일 야구장 주변을 걷는 중 현수막 옆을 지나갔다. 일렬로 길게 늘여진 현수막이 김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현수막 옆을 지나가던 김 감독의 발걸음이 한 현수막 앞에서 멈춰 섰다. 김 감독은 현수막을 유심히 살펴봤다. 그의 시선을 붙잡은 것은 팬들이 현수막에 써 놓은 낙서였다.
공교롭게도 총 4개의 낙서 중 3개가 4강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글스여 비상하라 4강’, ‘훈련 열심히 해서 내년에 4강’, ‘4강 갑시다’는 문구였다.
이를 본 김응용 감독은 미소 지으며 “4강이 많이 있네. 목표를 삼으려면 4강보다는 우승이 낫지 않나?”라고 말했다.
팬들의 바람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김응용 감독은 이를 이뤄주고 싶은 마음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김응용 감독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통산 10회 우승을 달성한 명장이다. 김 감독은 1983년 해태 타이거즈 부임 첫 해에 팀을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려놓았다.
이어 1986년부터 1989년까지 최초의 4연패를 달성한 김응용 감독은 해태에서만 아홉 차례 정상에 올랐다.
‘우승 청부사’의 명성은 계속됐다. 2002년에는 삼성에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선사하며 한을 풀어줬고 개인 통산 10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대기록도 세웠다.
2004년까지 삼성의 지휘봉을 잡은 김응용 감독은 2010년까지 6년 간 삼성 라이온즈 대표이사로 활동했다.
지난 시즌 8년 만에 다시 프로야구 감독으로 복귀한 김응용 감독은 고전했지만 올해에는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2013 시즌 최하위였던 한화에게 당장 2014 시즌 우승은 너무 큰 목표일지 모른다. 하지만 김응용 감독은 과거 여러 난관을 극복해 내고 팀을 정상해 올려 놓았다. 그런 그이기에 목표는 크게 잡아야 한다는 말이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한화의 마무리 훈련장인 강창학 야구장이 응원하는 현수막으로 둘러싸야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