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서울 SK 가드 주희정(36)이 회춘 모드다. 마치 시계가 거꾸로 가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 정도다. 결정적인 순간에 나타나 깔끔하게 해결하고 사라진다. 베테랑의 모범답안이다.
SK는 지난 20일 프로농구 역대 홈 경기 최다 연승 기록을 또 경신해 27연승으로 늘렸다. 3쿼터 중반 14점차까지 뒤졌지만, 추격전을 펼쳐 끝내 뒤집기에 성공했다. 안방 불패의 강한 면모를 다시 한 번 입증시켰다.
서울 SK 베테랑 가드 주희정이 올 시즌 위기마다 팀을 구해내는 해결사로 나서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주희정은 44-54로 패색이 짙던 3쿼터 종료 직전 속공 상황에서 과감한 3점포로 추격의 발판을 마련한 뒤 4쿼터 초반 김선형의 속공 어시스트로 추격의 고삐를 당겼다. 이어 승부처에서 천금같은 스틸로 속공 파울을 유도했고, 테크니컬 파울 등으로 얻은 자유투 7개를 모두 성공시키는 집중력으로 역전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주희정은 기록의 사나이로 불린다. 프로농구 통산 최다 출장(835경기), 어시스트(5007개), 스틸(1392개)을 기록을 보유하며 새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고, 리바운드(3138개, 4위), 득점(7962점, 5위), 3점슛(1045개, 3위) 등 전 부문에 걸쳐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놨다. 1997년 최연소 프로 선수로 데뷔한 이후 17시즌 동안 성실함의 대명사로 코트를 지켰기 때문에 가능한 대기록들이다.
전성기가 지나 토종 최고령 선수가 된 주희정은 지난 시즌부터 출전 시간이 대폭 줄었다. 주전이 아닌 백업 가드로 경기에 나서고 있다. 팀 성적과 무관하게 연봉도 전년도 대비 1억3000만원이 삭감된 2억원으로 삭감되는 등 자존심에도 금이 갔다.
주희정은 좁아진 입지에도 불구하고 촌철살인의 자세로 코트 위에 선 그 순간마다 제 몫 이상을 해내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혹독한 자기 관리로 체중 감량을 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실력으로 입증시켰다.
특히 주희정이 투입되는 시기는 SK의 위기 상황. 몸을 풀 시간도 없이 벤치에서 나오자마자 뛰는 것이 더 힘든 나이지만, 공‧수에서 노련하고 과감한 플레이로 해결사 역할까지 도맡고 있다.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SK가 단독 선두를 질주할 수 있는 비결은 주희정의 절대적 존재감 때문이다.
주희정은 “몸 컨디션은 계속 좋다. 개인적인 욕심이 있다면 42세까지 뛰어 프로 20년차를 채우고 싶다. 또 3점슛 성공 2위까지 도전하고 싶다
포기를 모르는 주희정은 열정과 성실로 중무장 되어 있다. 그가 걸어 온, 앞으로 걸어 갈 농구 인생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수밖에 없는 베테랑의 모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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