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울산이 포항에게 통한의 패배를 당했던 1일,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울산 선수들은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하프라인에서 저 멀리 울산의 골문 앞에는 골키퍼 김승규가 그라운드에 드러누웠다. 다 잡은 ‘별’이었기에 원통함은 더욱 컸다.
비기기만 해도 세 번째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울산이었다. 포항에게 1골도 내주지 않으면 우승이었다. 때문에 수비의 역할이 컸는데 무실점을 자신했던 김승규였다. 23세의 이 젊은 골키퍼는 2008년과 2011년처럼 또 다시 포항의 우승 꿈을 좌절시키겠다고 당찬 각오를 내비쳤다.
그러나 김승규의 거미손은 뚫렸다. 너무도 쓰린 실점이었다. 94분을 버텼고 마지막 공격 하나만 더 막으면 됐는데, 그 단 하나의 마지막 공격을 막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김승규는 팀 우승을 지키지 못한 셈이다.
김승규는 승자가 아닌 패자가 됐다. 그러나 우승을 제외하고는 모든 걸 다 이룬 김승규다. 평생 잊지 못할 아픔이 그를 더 크게 성장시킬 자양분이 될 터다. 사진(울산)=김영구 기자 |
마지막 경기에서 고개 숙인 김승규지만, 뒤집어 그는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기도 했다. 울산이 포항의 일방적인 공세를 94분까지 무실점으로 버틸 수 있었던 건 김승규의 공이 컸다. 포항의 슈팅은 번번이 골키퍼 김승규의 손에 걸렸다. 특히, 후반 16분에는 골과 다름없는 박성호의 헤딩 슈팅을 동물적인 반사 신경으로 막아냈다.
실점 상황에서도 김승규는 포항의 첫 슈팅을 온몸으로 막아냈다. 골 라인 바로 앞에서 몸을 사리지 않은 투혼이었다. 골문 앞에 울산과 포항 선수들이 엉켜있는 혼전 중에 실점했지만 그의 잘못은 아니었다. 김원일(포항)의 말대로 말도 안 되는 골이었고, 김승규로선 어쩔 도리가 없었다.
올해는 김승규에게 뜻 깊은 한 해다. 프로 6년차에 주전을 꿰찼고 발군의 기량을 펼치며 태극마크도 달았다.
그리고 K리그 클래식 최고의 골키퍼이기도 했다. 김승규는 32경기에 출전해 27실점을 했다. 경기당 평균 0.85실점이다. 1경기라 뛴 골키퍼 29명 가운데 두 번째로 낮은 실점률인데, 1위가 3경기 밖에 뛰지 않은 양동원(수원)이라는 걸 고려
우승만 놓쳤다. 가장 중요한 우승이지만 그걸 빼고는 다 이뤘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이 있다. 아픔은 크지만, 그 아픔이 더 큰 성장의 자양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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