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우리 수비는 약하지 않다.” 지난 2일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박항서 상주 감독의 도발에 김용갑 강원 감독은 발끈했다. “내가 부임하기 이전의 기록은 의미가 없다”라며 단단한 수비로 상주의 막강 화력을 봉쇄하겠다고 자신했다.
2차전을 홈에서 치르는 강원으로선 원정 1차전에서 실점하지 않은 게 1차적인 목표였다. 적어도 패하고 돌아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용갑 감독은 “상주가 잘 하는 걸 못하게 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강원의 방패는 상주의 창을 막지 못했다. K리그 챌린지 최다 득점 1위(65득점)의 상주가 K리그 클래식 최다 실점 2위(64실점)의 강원을 뚫었다.
강원은 4일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상주에게 1-4로 졌다. K리그 클래식 막바지 불안했던 뒷문이었는데 그 우려가 대량 실점으로 이어졌다. 사진(상주)=한희재 기자 |
4-1-4-1 포메이션을 가동한 강원은 뒷문을 걸어 잠그면서 조심스러운 경기 운영을 펼쳤다. 3선이 내려가 빈 공간을 최대한 줄이면서 상주의 공격 활로를 막고자 했다.
그러나 강원의 수비는 단단하지 않았다. 상주는 경기 초반부터 거세게 강원의 골문을 몰아붙였다. 강원은 상주의 전술적인 핵인 이근호를 묶는데 집중했으나 상주는 김동찬, 이상협 등 다른 선수들로 강원의 허를 찔렀다. 골로 연결되진 않았지만 전반 11분과 전반 20분 김동찬의 슈팅 시 강원의 수비는 느슨했다. 위험한 순간이었다.
상주의 공격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위협적이었다. 뒤집어 말해 강원의 수비가 점점 크게 흔들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위태롭던 강원 수비는 전반 29분 결국 뚫렸다. ‘미친 왼발’ 이상협에게 중거리 슈팅을 얻어맞았다. 이상협의 왼발에 신경을 쓰다가, 오른발에 당했다.
강원이 후반에 승부수를 띄웠던 터라, 전반 29분 실점은 더욱 뼈아팠다. 후반에는 맞불을 놓으며 매서운 공세를 퍼부었던 강원이었다. 전반 45분 동안 무실점으로 잘 버텼다면 경기 양상은 분명 달라졌을 것이다.
공격과 달리 강원의 수비는 후반 들어서도 안정감을 보이지 않았다. 공격적으로 올라가면서 밀집 수비에 빈 공간이 많아졌다. 그 사이로 빠르게 침투하는 상주 공격수를 놓쳤다. 수비수들은 점차 집중력을 잃어갔다.
그러다 잇달아 실점을 했다. 후반 26분 역습 상황에서 수비가 정비되지 않은 가운데 이승현에게 추가골을 얻어맞았다. 6분 뒤에는 수비 진영에서 볼
불안했던 뒷문이었는데, 그 문이 활짝 열렸다. 패하지 않고 강릉으로 돌아가려던 강원의 계획은 무산됐다. 최소 3-0을 거둬야 하는 홈 2차전 전략도 다시 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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