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표권향 기자] 일 년 중 프로 야구선수가 유니폼이 아닌 정장을 입을 수 있는 계절은 겨울이다. 시즌 종료 후 각종 시상식과 결혼식이 있는 12월 선수들은 말끔한 정장으로 한껏 멋을 부리고 행사장을 찾는다.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3 골든 글러브 시상식에 각 부문 후보자들이 평소와는 다른 옷차림으로 팬들 앞에 섰다. 이날만큼은 유니폼이 아닌 각자의 개성과 취향에 따른 의상으로 자신을 꾸몄다.
↑ (왼쪽부터) 이병규, 손아섭, 민병헌. 사진=MK스포츠 DB |
2시즌 연속 최다 안타를 기록하며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손에 쥔 손아섭(롯데)은 자신의 컨셉을 ‘런던 신사’라고 말했다. 매년 각종 시상식의 단골 손님인 손아섭은 센스있는 패션감각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이날 손아섭은 윈도우 체인 체크의 로얄 블루 모 소재 마이를 입고 붉은 보타이로 멋을 냈다. 그러나 이날 컨셉의 포인트는 자주색 양말이라며 바지 밑단을 가리켰다. 손아섭은 “양말이 돋보이도록 바지를 짧게 입으려고 했는데 다리가 짧아보여 포기했다”라고 말해 분위기를 띄웠다.
프로데뷔 8년 만에 첫 골든 글러브 시상식에 초대받은 민병헌(두산)은 전체적인 의상을 검정색으로 맞추고 진한 빨강색 넥타이로 시선을 빼앗았다. 민병헌은 “미래의 그녀가 오늘 컨셉을 맞춰줬다”며 흐뭇해했다. 헤어 스타일에 특히 신경썼다는 민병헌은 “오늘은 드라마 ‘상속자들’의 김탄 스타일”이라고 강조했다.
↑ (왼쪽부터) 김현수, 강정호, 정훈. 사진=MK스포츠 DB |
평소 패션감각이 남다르다고 소문난 강정호는 패셔니스타답게 직접 자신의 의상을 골랐다. 엷은 타틴 체크무늬의 짙은 감색 수트를 입은 강정호는 실크 행거치프로 포인트를 줬다. 강정호는 “평소 정장을 즐겨 입진 않는다. 결혼식 혹은 시상식에서만 입는 것 같다”라며 쑥스러워했다. 이날 강정호는 2년 연속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해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흰 피부의 소유자 정훈(롯데)은 짙은 회색 모직 마이로 따뜻한 매력을 발산했다. 정훈은 은색 실크 넥타이로 부드러운 이미지를 더했다. 이날 정훈의 의상은 같은 팀 선배 이승화가 챙겨줬다. 정훈은 “첫 골든 글러브 시상식에 가는 후배를 위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다 골라줬다. (이)승화형이 검은색은 식상하다며 이 넥타이를 추천해줬다
이날 시상식에 참가한 선수들은 올 시즌을 뒤돌아보며 서로를 축하하고 격려하는 자리를 가졌다. 각 부문 수상자들에게는 아낌 없이 박수와 축하를 보냈고, 후보자에 그친 선수들은 서로 따뜻한 격려를 나눴다. 이날 시상식에서 선수들이 보여준 우정은 의상만큼이나 빛나 그들을 더 돋보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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