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홍명보 감독이 1월 브라질 및 미국으로 이어지는 전지훈련에 임할 23명의 소집명단을 발표했다. K리거 20명 그리고 J리거 3명이다.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을 비롯해 아무래도 해외파가 홍명보호의 주축임을 감안할 때, 국내파 선수들이 브라질행 비행기 티켓을 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에 가깝다.
김대호와 이지남 등 전혀 생소한 이름도 올라 있고 염기훈과 이호 등 한동안 대표팀에서 멀어졌던 베테랑들도 합류했다. 강민수 송진형 이승기 김태환 고요한 역시 바늘 구멍 같은 경쟁을 뚫어야하는 처지다. 홍명보 감독은 “대표팀의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고 했으나 이번 소집멤버 외에 향후 대표팀을 오갈 수 있는 이들은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 공격수 쪽에서 발탁된 2명의 인물은 제2 옵션이 아닌 제1 옵션이 될 수도 있다. 전지훈련을 앞두고 있는 이근호와 김신욱의 각오는 더 남다르다. 사진= MK스포츠 DB |
미안한 이야기지만, 대부분의 이들이 주전들의 뒤를 받치거나 혹은 주전을 넘보는 ‘또 다른 옵션’이 되기 위한 도전이다. 외국에서 뛰는 선수가 없어 자체 경쟁하고 있는 골키퍼 삼총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포지션이 마찬가지다. 그러나 공격수 쪽에서 발탁된 2명은 다르다. 제2 옵션이 아닌 제1 옵션이 될 수 있다. 이근호와 김신욱의 이야기다.
외부의 우려이든 내부의 걱정이든, 현재 홍명보호의 가장 취약포지션은 역시 최전방 공격수다. 홍명보 감독은 부임 이후 내내 ‘원톱’ 적임자를 실험했으나 확실한 눈도장을 받은 선수는 없다. 때만 되면 박주영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이유다. 숱한 공격수들이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대부분이 실패였다. 그래도 경쟁력을 입증한 인물이 바로 김신욱과 이근호다.
최전방 공격수로 혹은 섀도 스트라이커로, 아니면 측면 공격수로도 다양하게 활용됐던 이근호는 K리그 챌린지에서 뛰고 있다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옵션’으로 자리매김했다. 특유의 성실함을 앞세운 방대한 활동량은 공격력이 답답할 때마다 실마리를 제공해줬다.
김신욱은, ‘재발견’이라는 표현이 등장했을 정도로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보여줬다. 예전에는 가시적인 장점인 ‘높이’ 때문에 전체적인 플레이가 단조로워진다는 지적과 함께 마치 ‘계륵’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난 11월 평가전부터 달라졌다. 홍명보 감독이 “김신욱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김신욱보다 다른 9명이 고민해야한다”는 주문과 함께 비로소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높이는 여전했고, 숨겨져 있던 발의 위력과 연계 플레이도 빛이 났다.
현재 활용할 수 있는 공격수 중에서는 김신욱과 이근호가 가장 앞서는 게 사실이다. 비단 국내에서 뛰는 공격수로 한정하지 않아도 마찬가지다. 바다 밖에 있는 공격자원들과 견줘도, 이근호와 김신욱의 무게감은 떨어지지 않는다. 이런 배경이 다른 선수들과 이번 전지훈련의 입장이 다른 이유다.
김신욱과 이근호는, 이번 훈련을 통해 제2 옵션이 아닌 제1 옵션이 될 수도 있다. 박주영이 여전히 팀을 정하지 못하고 있고, 팀을 정한다 해도 정상궤도에 오를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이들의 호흡은 홍명
과거 울산에서 ‘빅&스몰’ 콤비로 ACL 우승을 이끌었던 김신욱과 이근호. 각각 K리그 클래식 MVP(김신욱)과 챌린지 MVP(이근호)라는 전리품이 괜히 생긴 것이 아님을 입증해야한다. 없는 공격수를 기다리기보다 있는 공격수의 발전을 기대하는 것이 더 빠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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