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과정은 달랐으나 결과는 비슷하다. 내리막길이다. 경사도 매우 심하다. 추락과 몰락 사이다. 공교롭게도 축구판에서 세계 최고로 평가 받는 두 지도자, 퍼거슨 감독과 히딩크 감독이 지난해 여름 떠난 뒤라 더욱 그러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는 새해가 시작된 지 1주일도 안 돼 공포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새해 첫 날 토트넘에게 덜미를 잡히더니 FA컵 3라우드에서도 스완지 시티에게 졌다. 둘 다 안방에서 당한 치욕적인 패배였다.
맨유는 지난해 말 리그컵 포함 5연승을 내달리며 반등을 이루는가 싶었다. 우승 판도를 뒤흔들 ‘최대 변수’로 여겨질 정도였다. 하지만 아니었다. 이기긴 했지만 위태로웠던 맨유는 해가 바뀐 뒤 미끄러졌다.
↑ 퍼거슨 감독의 빈자리는 너무도 커 보인다. 맨유는 퍼거슨 감독이 떠난 지 반년 만에 그저 그런 팀으로 전락했다. 잉글랜드 리그를 독식하며 호령하던 기색은 사라진 지 오래다. |
‘취미’였던 우승트로피 수집도 이젠 버겁다. 잉글랜드 리그에서 선두 아스날에 승점 12점차로 뒤졌다. 그나마 준결승에 오른 리그컵이 현실적으로 가망이 있지만, 맨체스터 시티가 결승 상대로 유력하기에 이마저도 자신하기 어렵다.
6개월 전만 해도 이런 엄청난 대반전이 올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그렇지만 맨유 못지않게 안지 마하치카라(러시아)도 심각하다. 상황이 좀 다르긴 해도 안지의 몰락은 심각한 수준이다.
안지는 막대한 자금을 들여 능력 있는 선수들을 모으며 ‘신흥강호’로 떠올랐다. 그리고 ‘방점’으로 히딩크 감독을 영입했다. 히딩크 감독의 지도 속에 지난 시즌 러시아 리그 우승 레이스를 펼친 안지는 3위를 기록했다.
허나 히딩크 감독은 지난해 7월 돌연 떠났다. 자진 사퇴였다. 그는 안지에서 자신의 임무가 끝났다며 사임을 희망했다. 은퇴 수순을 밟는 것이라고 말이 많았다.
↑ 타이밍이 참 묘하다. 히딩크 감독이 떠난 뒤 안지는 예산을 줄이면서 주축 선수들을 팔며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러시아를 넘어 유럽을 제패하겠다던 창대한 꿈은 사라졌다. 사진=MK스포츠 DB |
히딩크 감독은 나 없이도 안지가 발전하고 성장할 것이라고 했지만 정반대였다. 우승 경쟁력을 가지며 판도를 뒤흔들 ‘신흥강호’였던 안지는 이제 ‘동네북
러시아 리그는 최대 4개 팀이 하부리그로 강등되는데, 답이 없는 안지로선 강등 급행열차에서 하차할 일이 없어 보인다. 공교롭게 히딩크 감독이 떠난 뒤 안지는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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