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최고 연봉 선수이자 20세기 최고의 야구선수로 평가 받던 알렉스 로드리게스(39. 뉴욕 양키스)가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A-로드는 13일(한국시간) MLB 중재위로부터 금지약물 복용혐의로 올 시즌 162경기 출전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의 나이로 볼 때 사실상 ‘퇴출’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가 쌓아 논 각종 기록은 약물의 힘에 의존한 ‘더러운 산물’로 치부돼 별표가 붙을 것이다. ‘주홍글씨’가 새겨지는 셈이다. 그의 넘치는 남성다움에 매료됐던 팬들은 배신감에 치를 떨고 있으며, 그의 주변을 맴돌던 친구들은 하나 둘 등을 돌리고 있다. 엄청난 부를 축적했을 지 모르지만 야구계에서 이제 그의 이름은 ‘부도덕의 대명사’로 오르내리게 됐다.
↑ 사진은 해당기사의 특정내용과 관계 없음. |
미국 CBS 스포츠에선 A-로드의 약물 스캔들을 ‘미국 야구 역사상 가장 슬픈 일’이라고 개탄했다.
미국인들이 분개하는 건 그의 이중적인 태도 때문이다. A-로드는 약물복용 혐의가 처음 대두되자 2003년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엔 ‘절대 금지약물에 손 댄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그 때부터 약물의 힘을 빌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제 미국인들은 그가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와 함께 1년에 두 차례 약물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아직까지 단 한 명도 양성 반응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진정 한국프로야구는 ‘약물 청정지역’일까.
지난 해 이숭용 KT 위즈 타격코치는 한 방송에서 현역시절 각성제를 복용했다는 사실을 털어 놓았다. 이숭용 코치는 이 말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경솔했다. 주변에서 들은 얘기를 모아 실감나게 하다 보니 내 얘기인 것처럼 했다”고 발뺌했다. 하지만 이숭용 코치의 이 같은 변명을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지난 2000년대 초반엔 진갑용(삼성 라이온즈 포수)이 스테로이드 복용사실을 커밍아웃 했다.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선수 스스로 약물복용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당시 한국야구에 약물이 상당히 만연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KBO는 이런 사실을 덮으려고만 했지 발본색원하려 하지 않았다. 당시엔 약물 규제 조치가 없을 때란 말만 되풀이했다.
흔히 2000년대 초반의 메이저리그를 ‘스테로이드 시대’라고 일컫는다. 많은 스타급 선수들이 약물의 힘을 빌려 홈런포를 쏘아 올렸고, 승수를 챙겼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악의 암흑기로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메이저리그는 ‘창피한 과거’를 청산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마크 맥과이어, 로저 클레멘스, 배리 본즈, 새미 소사 등이 줄줄이 철퇴를 맞았다. 어떤 선수는 속죄의 길
한국야구에 수 많은 용병들이 들어온다. 한국 선수들도 해 마다 외국 진출이 늘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근육 강화제 등 금지약물을 구할 수 있다.
KBO는 A-로드의 비참한 몰락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매경닷컴 MK스포츠 편집국장 dhkim@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