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괌) 김원익 기자] ‘창용불패’ 임창용(38)의 올해 한국나이는 39세다. 많은 이들은 마흔이 가까운 나이에도 여전히 150km의 공을 던지는 그를 신기하게 바라본다. 동시에 그들은 임창용이 뒤에서 흘린 땀을 간과하기 쉽다. 수십년의 먼 길을 돌아서 드디어 밟은 메이저리그 마운드. 세인들은 다시 그에게 ‘도전’이라는 이름표를 붙였지만 임창용은 “난 그저 즐겁게 야구를 하고 있다”고 고개를 젓는다.
지치지 않는 야구 열정. 그를 마운드에 서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괌 레오팔레스 리조트에서 오승환과 함께 전지훈련 캠프를 차린 임창용을 현지에서 MK스포츠가 만났다.
다음은 임창용과의 일문일답.
↑ 임창용의 열정은 현재진행형이다. 18일 괌 레오팔레스 리조트 훈련장에서 한일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임창용. 사진(괌)=김영구 기자 |
현재 소속팀에 대해서 묻고 싶다.
“시카고 컵스다. 스프링캠프 활약 여부에 따라서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밟을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임창용의 에이전트인 김동욱 스포츠 인텔리전스 대표는 시카고 컵스가 논-텐더로 임창용을 풀었지만 여전히 강하게 원하고 있으며, 현재 로스터 진입 보장 계약 여부는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몸 상태는 어떤가.
“수술하고 1년이 훌쩍 지난 시점이라 현재 몸 상태는 매우 좋다. 완벽하게 재활이 끝났다는 생각이 든다.”
자주왔던 괌이지만 이번은 더 특별할 수 있다.
“자주 오기도 했지만 몇 년만이라 새롭다. 또 오랜만에 선수들과 함께하는 훈련이라 즐겁다(웃음). (오)승환이도 있고 삼성 선수들하고 같이 하게 돼서 덜 외롭고 또 의욕이 생긴다.
운동량이 굉장히 많더라. 예년에 비해서 몸을 빨리 끌어올리고 있는 편인가.
“이제는 많이 하지 않으면 안된다(웃음). 죽겠다. 정말. 일단 나는 2월 15일부터 시작되는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서 내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입장이다. 자리가 보장된 선수들처럼 여유가 있는 상황은 아니다보니 조금 빨리 끌어올렸다. 칼날위에 서 있는 것처럼 긴장해야지 여차하면 목이...(웃음)”
(하지만 엄살과 달리 이날 임창용은 원래 예정된 휴식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취재진과 진행된 공개 연습 이후에도 한참 동안 더 공을 던지고, 웨이트 트레이닝까지 다 마쳤다)
거취문제를 생각하면 여러모로 지난해 ML 데뷔 과정이 아쉽다.
“나 역시 그렇다. 사실 메이저리그로 콜업되던 당시 구단과 마찰이 알려진 것보다 더 심했다. 계약상의 문제였는데 서로 의사소통의 오해가 있었다. 나는 마이너리그 등판 없이, 혹은 최소화하고 메이저리그에서 공을 던지는 상황으로 알고 있었는데 마이너 등판이 기약 없이 길어졌다. 많아야 2~3경기를 예상했는데 21경기를 뛰었다. 준비를 다 마쳤는데 약속했던 구단에서 부르지 않으니 나는 지쳐갔다. 싱글A, 더블A, 트리플 A 등등, 리그와 팀을 계속 옮겨 다녔다. 가장 아쉬운건 8월이었는데 그때 이미 컨디션이 제일 좋았다. 트리플 A에서 잘해도 부르지를 않더라. 9월에는 여러모로 몸이 상당히 떨어진 상태였다.”
계약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다는 뜻은 무엇인가. (이 질문의 답은 김동욱 스포츠 인텔리전스 대표가 대신했다.)
“구단은 임창용 선수에 대해 완벽하게 재활을 마친 시기에 등판하기를 원했던 것 같다. 하지만 임창용 선수는 전 에이전트를 통해 이르면 7월에서 8월정도 마운드에 등판할 수 있는 상황으로 들었기 때문에 이리저리 마이너리그 팀을 옮겨다니면서 답답함이 커졌던 상황이다. 현재는 컵스 측에서 임창용에 대해 면밀히 관심을 갖고 있다. 우리는 시카고 컵스 소속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 여전히 힘이 넘쳤다. 18일 괌 레오팔레스 리조트 훈련장에서 캐치볼을 하고 있는 임창용. 사진(괌)=김영구 기자 |
“오랫동안 기다렸던 일인데 참 아쉽다. 하지만 내 잘못이기도 하다. 나는 40인 확장 로스터가 아닌 25인 로스터에 들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계속 나를 부르지 않고, 확장 로스터가 시작된 9월에도 내 차례는 돌아오지 않았다. 당시 구단과 갈등까지 빚다보니 막상 콜업됐을 당시에는 뭔가 진이 빠진 기분이었다. 당시에는 운동에 집중하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면 9월쯤에는 거의 운동에서 손을 놨던 시기였다. 구단과 소통의 문제가 생기고, 거취문제가 결정되지 못한 상태니 의욕이 떨어졌다. 등판 준비를 열심히 하지 못했고 마음이 어수선했다.”
지난해 9월 8일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데뷔전 3-4로 뒤지고 있던 상황, 팀의 세 번째 투수로 7회 1사에 마운드에 올랐다.
“맞다. 데뷔전도 아쉽다. 이닝 중간에 갑자기 나가게 돼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웃음).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6경기를 뛰었는데 언제 나갈지도 모르고 기다리면서 시간이 다 지나간 것 같다. 그렇게 등판했던 것은 내 경력을 통틀어서도 흔치 않았다. 늘 등판을 기다리다 메이저리그에서의 시간이 다 지나간 것 같다.”
유난히 변화구 컨트롤 미스가 많았다. 공인구의 문제도 컸다고.
“9월에는 아까 말했던 대로 컨디션이 많이 떨어져 있던 시기였다. 원래 내 제구력이 좋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공인구는 미국이나 한국에 비해서 매우 미끄러운 편이다. 그쪽 투수들도 그래서 별의 별 방법을 다 쓴다. 던지는 손 반대편 글러브 안쪽 손에 타자들 배트 손잡이 부분에 바르는 일명 ‘끈끈이’ 같은 것들을 가득 발라 놓는 선수도 있다. 그래서 마운드에 오르면 글러브를 벗고 양손으로 공을 막 문지르는 식이다. 몸에 썬크림을 발라뒀다가 공에 묻히거나, 스프레이도 뿌리고 별의 별 방법을 다 동원하더라.(웃음) 근데 나는 안맞다. 그런 것들을 묻혀보니 공이 손에서 안 빠져서 포크볼을 못 던지고, 변화구 제구도 더 안됐다.”
(임창용은 괌 캠프에 메이저리그 공인구를 공수해 적응을 해나가고 있다)
↑ 그 어느해보다 많은 땀을 흘리고 있다. 18일 괌 레오팔레스 리조트 훈련장에서 런닝을 하고 있는 임창용. 사진(괌)=김영구 기자 |
“사실 그 부분은 내가 적응해 나가야 할 문제다.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바깥쪽으로 빠져나가는 공이 효과적으로 먹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내 패스트볼이 움직임이 있는 편인데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방향으로 많이 던질 계획이고, 또 다른 구질도 준비하고 있다.”
마운드의 환경도 한국이나 일본과 비교하면 매우 다르다.
“훨씬 딱딱한 편이다. 나는 살짝 미끄러지면서 던지는 유형인데 발이 박혀서 움직이지가 않더라(웃음). 마이너리그부터 그 점을 많이 느꼈는데 점점 적응이 됐다. 그것 역시 내가 차차 적응해나갈 문제다. 그런데...이제 더 이상 지난해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 아쉬움이 많지만 결국 내가 잘했어야 하는 부분들이었다.”
적지 않은 나이다. 이즈음의 선수들은 나이의 함정에 사로 잡힐 수 있다. 하지만 나이를 의식하지 않는 것 같다.
“한국 나이로 서른 아홉인데 많은 분들이 30대 초반으로 봐주셔서 감사하다(웃음). 사실 마운드 위에서 어떤 공을 던질 수 있는지가 중요하지 나이는 특별히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난 여전히 95마일, 96마일(153km)짜리 공을 던질 수 있다. 가끔 나도 등판 이후에 체력 회복이 늦으면 ‘내가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하는 의심을 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렇게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다. 그냥 난 ‘잘 던지면 내가 잘해서고, 못 던지면 나이 탓이지’라고 그렇게 편하게 생각한다. 나이를 가지고 핑계를 대는 것이 전혀 아니라 그냥 편하게 마음을 먹는 것이다. 그만큼 나한테는 나이는 특별하게 의식하고 있는 부분은 아니다.
지금 매우 중요한 시기이며 동시에 위기라고 볼 수도 있다.
“지금 이 시기에 운동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향후 내 야구인생이 어떻게 펼쳐질 지 결정될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반대로도 생각한다. 안좋은 모습들은 지난해 다 보여줬고, 많은 경험도 했다. 이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일만 남았다. 위기가 아니라 지금이 오히려 기회다.”
많은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떠나는 나이다. 지금 이 시기도 언제나처럼 편한 환경에서의 재시작이 아니다. 그렇게 열정이 샘솟는 비결은 무엇인가.
“아까도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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