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용 한화 감독은 영원히 존경받는 야구선배로 남을 수 있었다. 삼성 라이온즈 사장에서 물러난 뒤 예전부터 자신이 얘기했던 것처럼 어린아이들에게 야구 가르치는 모습을 보여줬더라면 훨씬 아름다웠을 것이다. 하지만 김응용 감독의 선택은 프로야구팀 사령탑이었다. 김응용 감독의 한화는 지난 해 꼴찌, 올해 전망도 밝지 않다. 설령 올해 한화가 좋은 성적을 낸다 해도 김응용 감독은 자리를 떠날 가능성이 크다. 한국시리즈 10차례 우승, 통산 최다승 감독의 화려한 명성엔 이미 많은 흠집이 났다.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이 프로야구에서 우승한 건 SK 와이번스에서의 3번이 전부다. 그는 OB 베어스부터 태평양 돌핀스, 삼성 라이온즈, 쌍방울 레이더스, LG 트윈스, SK 와이번스까지 6팀 감독을 전전한 ‘떠돌이’였다. 통산 성적에서 김응용 감독의 적수가 못된다. 하지만 그는 야구계 최고의 지도자이자 어른으로 손꼽힌다.
프로야구 현역 최고의 지도자로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을 꼽는 사람들이 많다.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를 이뤘지만 평가가 엇갈린다. 지난 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의 졸전과 아시아시리즈에서 2년 연속 탈락의 기억이 뼈아프게 남아 있다. 반면 김경문 감독 하면 아직도 2008년 베이징올림픽 우승의 환희가 떠오른다.
김경문 감독을 높이 평가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에겐 ‘기름기’가 없다. 솔직 담백하다. 자신만의 분명한 야구색깔을 갖고 있다. 유망주 육성에 탁월한 식견을 갖고 있다. 그러면서도 강력한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매우 도전적이다.
이태일 NC 다이노스 사장은 얼마 전 사석에서 “김경문 감독을 모셔온 게 가장 큰 행운 이었다”고 털어놨다. 이 사장은 “김경문 감독이 아니었더라면 이런 좋은 팀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사장이 말하는 ‘좋은 팀’은 성적을 뜻하는 게 아니다. 신생팀으로서 분명한 색깔과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야구선수 이전에 한 인간을 만들어 가는 능력 등등. 이 사장은 김 감독을 “알면 알수록 매력이 넘치는 분”이라고 했다.
NC 다이노스는 지난 22일 계약기간이 1년 남은 상태에서 김경문 감독과 3년 동안 계약금 5억 원, 연봉 4억 원 등 총액 17억 원에 재계약했다. 계약 마지막 해의 ‘레임덕’을 없애는 동시에 혹시 모를 이탈을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경문 감독의 진짜 능력은 지금부터다. 김 감독은 아직 한국시리즈에서 한 번도 우승을 못했다. 화룡점정이 필요하다.
또 한 가지가 있다. 야구계의 존경받는 선배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김경문 감독은 처음 NC 다이노스 사령탑에 오를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여기가 마지막 팀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경문 감독은 스타플레이어 출신이 아니다. 그래서 벤치워머들의 심경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리고 연고에 얽매이지 않는다. 그는 인천(송림초)에서 야구를 시작해 초등학교는 대구(옥산초), 중학교는 부산(동성중), 고등학교는 공주(공주고), 대학교는 서울(고려대)에서 졸업했다. ‘팔도 사나이’란 별명답게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공주고 3학년 시절엔 라이벌 학교인 대전
살아온 길이 평탄치 않아선지 김경문 감독은 스스로를 ‘잡초’라고 부른다. 그래서 ‘승부근성’만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고 했다.
김경문 감독이 걸어갈 길이 궁금하다. 김응용?, 김성근?. 아니면 두 선배의 장점을 고루 섞은 또 다른 길일까. [매경닷컴 MK스포츠 편집국장 dhkim@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