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서프라이즈) 안준철 기자] 손아섭(26)은 부산사나이다. 학창시절을 모두 부산에서 보낸 그는 부산을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에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이기도 하다.
무뚝뚝한 경상도 말투의 이 사내는 야구에 미쳐있기로도 유명하다. 누구보다 그라운드에서 열심히 뛰고 연습 때는 굵은 땀방울을 흘린다. 이는 그가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손아섭은 자기와의 약속을 잘 지키고 있다. 부산고를 졸업하고 2007년 롯데에 입단할 때 세웠던 목표인 1군 주전을 4년 만에 달성한 손아섭은 3할 타율을 향해 전진했고,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했다. 이후 타격 타이틀, 골든글러브를 목표로 설정한 그는 2년 연속(2012-2013) 최다안타부문 타이틀, 3년 연속(2011-2013)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외야수로 거듭났다.
↑ 갑오년 새해를 맞이해 손아섭의 포효하고 있다. 올해 프로 8년차를 맞는 손아섭은 소속팀 롯데 우승을 위해 근성을 내세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투박하고 야구밖에 모르는 남자와의 인터뷰는 지난 31일(현지시간) 롯데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미국 애리조나 서프라이즈 캔자스시티 볼파크에서 열렸다. 사진(美 서프라이즈)=한희재 기자 |
MK스포츠는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 서프라이즈 캔자스시티 로열즈 볼파크에서 동료들과 훈련에 한창인 손아섭을 만나 그가 말하는 근성에 대해 들어봤다.
반갑다. 언제나 마찬가지로 훈련을 제일 열심히 한다고 들었다.
“올해는 개인적으로나 팀으로나 더욱 중요하다.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미국 애리조나에서 스프링캠프는 처음이지 않나? 좀 어떤가?
“전지훈련을 가본 곳 중에 이곳 날씨가 최고다. 다만 오는 과정이 오래 걸리고 시차적응을 해야 하는 부분이 좀 힘들긴 하다. 휴식일에 심심한 것도 좀(웃음). 하지만 시설은 정말 최고인 것 같다. 정말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다.”
캠프를 시작하면서 장타를 늘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장타는 지난해부터 생각한 부분이다. 아무래도 홈런과 장타가 팀 승리와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팀에 좀 더 보탬이 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라는 궁리를 한 끝에 내린 결정이다.”
장타늘리기 프로젝트는 순조롭나?
“장타라는 게 하루아침에 좋아질 수는 없다. 현재 체력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올 시즌에는 장타가 많이 나오지 않을까(웃음).”
그런데 지난해는 36개의 도루를 하면 그 부문 2위를 기록했다. 그 전까지는 도루가 한 시즌에 많아봐야 10개 내외였다.
“그 동안 내 뒤에는 이대호(32·소프트뱅크), 홍성흔(37·두산)이라는 국내 정상급 타자들이 있었다. 뒤에 그런 훌륭한 타자들이 있는데 굳이 무리해서 베이스러닝을 할 필요가 없었다. 1루에 출루한 뒤, 장타 한 방이면 홈을 밟을 수 있었다. (미소를 지으며)내가 느려서 안 뛴 건 아니다.”
그럼 지난해 많이 뛴 이유라도 있나?
“팀 사정상 많이 뛰어야 했다. 지난해 우리팀에는 장타를 칠 만한 사람이 없었다. 확실한 4번타자가 없는 상황이라 전반적으로 팀 장타력이 떨어졌다. 그래서 많이 뛰자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2루에 있으면 짧은 안타에도 홈을 노릴 수 있다. 팀 득점력을 높이기 위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이제 최준석과 루이스 히메네스라는 거포들이 롯데 전력에 가세했다. 올 시즌에는 손아섭이 도루하는 장면을 많이 볼 수 없는 것인가?
“(고개를 끄덕이며)그럴 수 있다. 하지만 전혀 뛰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 도루 개수가 20개냐 30개냐는 큰 의미가 없다. 성공률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성공률 90%이상의 순도 높은 도루를 하는데 치중하겠다.”
항상 시즌을 시작하기 전 목표를 설정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올 시즌 구체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올해는 홈런 몇 개, 타점 몇 개를 하겠다에 포커스를 두지 않고 있다. 전 경기를 아프지 않으면서 출전하는 게 목표다.”
3년 연속 외야수 골든글러브 수상자의 대답치곤 너무 싱겁다.
“(웃으면서)그런가? 팀 목표는 당연히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그리고 개인목표는 타이틀을 차지해 트로피를 받는 것 보다 아시안게임에 나가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다.”
손아섭 정도의 실력이라면 아시안게임 대표팀 합류에는 문제 없어 보인다.
“(잠시 침묵한 뒤)사실 올해 전지훈련에서 굉장히 많은 연습을 하고 있고 있다. 정말 다른해보다 열심히 하고 있다고 스스로 말할 수 있다. 물론 내 목표에는 아시안게임에 나가는 것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안 다치고 전경기에 출전하게 되면 개인성적, 팀성적, 국가대표 선발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최다안타타이틀를 가져갔던 손아섭은 타격훈련에서도 호쾌한 스윙을 선보였다. 하지만 그는 올해 팀우승을 위해 개인적인 목표는 잠시 접어뒀단다. 사진(美 서프라이즈)=한희재 기자 |
팀 우승을 언급했다. 1992년 이후 우승하지 못한 롯데의 숙원을 올해는 풀 수 있을까.
“프로선수라면 당연히 우승을 하고 싶어한다. 올해는 우리팀이 우승을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9개 구단이 전력이 평준화가 된 부분도 우승을 할 수 있는 찬스다. 하지만 달리 말하면 9개 구단 모두 우승후보 일수도 있고 꼴찌 후보일 수도 있다. 즉 우리팀도 언제든지 우승후보 또는 꼴찌후보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어느 팀이 절박하게 우승을 위해 전진하느냐 그것이 중요할 것 같다.”
올 시즌 롯데 타순 구성에서 손아섭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다. 마땅한 리드오프가 없는 팀 사정상 1번 타자로 전진배치 되는 방안도 고려되는 걸로 알고 있다.
“내가 타순에 연연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1번타자도 상관없다. 물론 3번타자를 오래해서 3번이 편할 수는 있겠다. 그러나 내 자신만을 생각한다면 그건 이기주의다. 감독님과 코치님이 판단했을 때 내가 1번을 쳤을 때 팀 성적이 난다고 하면 1번을 쳐야한다. 그리고 또 감독님 지시 아닌가(웃음).”
구단과 재계약 후 롯데의 근성을 일깨우겠다는 얘기를 했다. 올 시즌 롯데도 근성을 앞세워 우승하겠다고 한다. 도대체 왜 근성인가.
“아무래도 롯데 자이언츠 하면 근성 아닌가(웃음). 우리팀 컬러는 악바리, 근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는 또 부산사람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부산사람들 하면 뭔가 악착스런 면이 있다. 지역문화도 뭔가 열심히 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요 몇 년 간 팬들에게는 근성이라는 부분이 부족해 보였나 보다.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
“올해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잃어버린 근성을 찾아야 한다. 다른 건 필요없다. 이기던 지던 상대방에게 끈질기게 달라붙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짜증날 정도로 말이다(웃음). 팀 성적을 떠나서 128경기 모든 경기를 그렇게 해야 팬들의 멀어진 발걸음을 경기장으로 돌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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