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의 스완지 시티가 5일(한국시간) 라우드럽 감독을 경질했다.
최근 부진한 성적 탓에 경질설이 나돌았는데, 스완지 시티는 결국 클럽 최고 전성기를 이끌었던 라우드럽 감독과 결별을 택했다. 미래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후임 작업은 그다지 건설적이지가 않다.
2012년 여름 로저스 감독 후임으로 스완지 시티를 맡은 라우드럽 감독은 ‘스페인화’ 작업으로 리그컵 우승과 프리미어리그 9위라는 ‘업적’을 달성했다. 올 시즌에도 첫 참가한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32강 본선 진출을 이끌었다.
그러나 프리미어리그 성적이 부진했다. 6승 6무 12패(승점 24점)로 강등권인 18위 웨스트햄(승점 22점)과 불과 2점차다. FA컵 16강 진출과 함께 풀럼전 승리로 반등을 이루는가 싶었지만 지난 2일 웨스트햄전 패배는 치명타였다. 14경기를 남겨놓은 가운데 강등 위기에 놓이자, 스완지 시티는 라우드럽 감독을 경질시키기로 마음을 굳혔다.
단순히 경기력 저하 및 성적 부진 때문은 아니다. 라우드럽 감독 체제 아래 팀 내 불화가 끊이지 않았다. 팀 운영을 놓고 휴 젠킨스 회장과 의견 대립을 했으며, 자신이 영입한 선수들을 총애하면서 팀 내 불협화음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 스완지 시티는 라우드럽 감독(사진)을 경질했다. 팀 내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주장 몽크를 감독으로 임명하는 파격적인 조치를 취했다. 사진 제공=ToPIC/Splash News |
스완지 시티의 후임 감독 인선 작업도 이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 ‘주장’ 몽크가 뜬금없이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갈라질대로 갈라져버린 팀을 다시 하나로 묶고자,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카드다.
몽크 감독은 유명하지 않으나 스완지 시티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2004년부터 10년 동안 뛰고 있다. 4부리그에 있던 팀을 1부리그까지 승격시킨 ‘영웅’이다. 구심점이 필요한 스완지 시티로선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경기에 뛰지 않고 있다고 하나 엄연히 몽크 감독은 ‘선수’ 신분이었다. 당연히 지도자 경험도 없다. 상당히 파격적인 조치였다. 브라질에서 선수 활동을 하던 세도르프를 감독으로 선임한 AC 밀란 못지않다.
스완지 시티는 나름대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알런 커티스 1군 코치가 몽크 감독을 보좌하도록 했다. 몽크 감독의 부족한 지도력을 경험이 풍부한 커티스 코치가 메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관계는 유럽축구에서 그리 낯선 그림이 아니다.
다만 스완지 시티의 극약처방이 다소 무모하다는 것이다. 지도자 경험이 부족한 이에게 지휘봉을 넘겼다가 성공한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AC 밀란 또한 세도르프 감독 부임 이후 세리에A 2승 1무를 거뒀으나 실망스러운 경기 내용으로 ‘실패작’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게다가 스완지 시티는 매 경기 살얼음을 걸어야 하는 ‘위기’다. 또한, 실질적으로 팀을 이끌 커티스 코치도 ‘감독’으로서 경험은 매우 부족하다. 안에서 터진 문제는 안에서 메우겠다
더욱 최악의 위기에 직면하기 전에 ‘문제의 원흉’을 제거했다지만, ‘처방전’이 믿음직하지 못하다. 어느 정도 교감이 이뤄졌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몽크 감독 체제는 매우 실험적이면서 무모해 보인다. 모험을 감행한 스완지 시티는 생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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