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씨가 마르겠다는 하소연이 들릴 정도다. 이러다 말겠지 싶었던 K리거들의 중국행 러시는 마치 1990년대 초 홍명보 황선홍 최용수 등 간판스타들의 J리그행을 떠오르게 할 정도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하대성 장현수에 이어 박종우까지 중국행 대열에 합류했다. 이쯤이면 자못 심각한 수준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K리거들의 중국행 러시를 어떻게 바라봐야하는지 진지하게 접근해보고자 한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된 현상이고 또 어디로 가고 있는지 파악하고 K리그는 어떤 위치에서 어떠한 노력으로 대처해야하는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편집자주>
↑ 선수들의 중국행 러시는 앞으로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 상품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팬들에게 어떻게 어필할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사진= MK스포츠 DB |
K리그 선수들의 중국 유출은 한동안 더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K리그 대부분의 구단들이 허리띠를 줄이고 있는 상황 속에서 대어급들은 대어다운 대우를 받기 위해, 준척급 자원들은 그래도 한국보다는 더 보장받을 수 있는 중국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흐름이다. 앞선 시리즈를 통해 언급했듯 J리그는 미래를 내다본 ‘가격경쟁력 있는 유망주 영입’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상황에서 중국시장의 활황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국가 주석 시진핑까지 적극적으로 축구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중국 클럽들의 성장세 역시 상승그래프일 확률이 높다.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게 되면 또 다른 데얀, 또 다른 하대성과 박종우가 나올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이런 반복이라면 K리그의 위기라는 말은 틀리지 않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어떻게 대처해야하는가에 대한 고민이다. 중국 쪽 흐름을 한국에서 막기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우리 쪽 문제를 풀려는 자세가 생산적이다.
가장 좋은 것은 K리그 내수시장이 다시 활기를 띄는 것이다. 물론 당장 모든 구단들이 한꺼번에 여건이 좋아지길 바라는 것은 무리가 있다. 현실적인 가능성은 도미노 현상을 기대하는 것이다. 소위 리그를 선도하는 빅 클럽들이 돈을 쓰는 게 출발이다. 그래야 빅 클럽에 선수를 판 자금을 가지고 중소클럽들도 새로운 선수를 충원할 수 있다.
빅클럽이 해외에서 좋은 선수를 수급하는 것도 다른 팀에게 도움이 된다. 거물 외국인 선수의 가세로 포지션을 잃은 상위클럽 선수를 자금을 마련한 중위권 클럽에서 흡수하고, 같은 이유로 중위권클럽에서 입지가 좁아진 선수들이 하위클럽으로 이동하는 순환 구조가 마련된다면 리그 전체의 수준은 유지된 채 건강하게 피가 돌 수 있다. 지금껏 K리그가 살았던 방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큰 손’이 없어졌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한 현직 에이전트는 “우리 같은 종사자들은 지금(겨울 이적시장)이 가장 바쁠 때인데 너무 한가하다. 할 일이 없다. 거래가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뜻”이라면서 “시도민구단들이나 재정니 넉넉하지 않은 팀들은 소위 말하는 빅클럽들만 바라보고 있는데 그들마저도 주머니를 꽁꽁 싸매고 있으니 도통 피가 돌지 않는다. 수원이나 서울이나 전북이나 울산에서 불러주기를 기다렸는데 러브콜이 없으니 중국 문을 두들기는 것”이라며 볼멘소리를 전했다.
유소년 시스템을 통한 선수육성이 외부로 자원이 유출되고 있는 현재의 위기를 탈출할 수 있는 해결책이라는 목소리가 있다. 마침 포항이 이 방법으로 지난해 K리그를 제패했으나 언뜻 설득력을 얻는다. 하지만 체계적인 유스 시스템이 궁극의 화수분 단지가 되려면 기본적인 시간 그리고 꾸준한 관리와 투자가 필요한 법이다. 포항은 K리그 클럽 전체를 통틀어 유스 시스템을 가장 잘 구축한 팀이다. 모두가 포항처럼 효과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는 뜻이다.
좋은 선수가 될 가능성을 갖춘 이를 ‘발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한다. 하지만 이 역시 기본적인 투자가 선행되어야한다. 아직 제대로 된 스카우트조차 없는 구단들도 적잖다. 결국 ‘키우고 구하자’라는 주장으로는 한계가 있다. 게다 어차피 육성과 발굴이란 ‘병행’되어야하는 것이다. 당연한 일을 해법이라 말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겪이다. 지금의 궁극적인 해법은 상응하는 투자다. 프로축구연맹과 각 구단들이 귀담을 말이다.
한 축구 관계자는 “현재 경기가 좋지 않다는 것은 어느 정도 공감한다. 각 구단 사정이 녹록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마치 축구판만 IMF를 맞은 것처럼 웅크리고 있는 것을 보면 답답하다”는 하소연을 전했다. 이어 “일단 당장은 살기 어려우니까 좀 살기 편해지면 투자하겠다는 반응인데 과연 이런 마인드로 팬들을 경기장에 불러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을 개진했다. 요컨대 순서가 바뀌었다는 뜻이다.
한 에이전트의 목소리 역시 답답함으로 가득하다. 그는 “명색이 대한민국 최상위 프로축구리그라는 K리그 클래식인데 이렇게 가다가는 아는 선수조차 없는 무대가 될 것 같다. 좋은 경기력은 좋은 선수들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상품이 없는데 어떻게 팬들을 부를 것인지 걱정”이라면서 “이웃 스포츠 야구는 외국인 선수 연봉상한제까지 폐지한다는데 K리그는 돈 많이 받는 선수들이 욕을 먹는 풍토다. 무엇이 진짜 발전을 위한 길인지, 다 같이 고민해야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1990년대 초 일본 J리그가 한창 슈퍼스타들을 빼가고 7~8년 전에는 중동의 공습이 유행하더니 이제는 한 수 아래로 여겨지던 중국까지도 K리그 시장을 자기 맘대로 들락거리고 있다. 주변 모든 국가들이 ‘투자’를 외치고 있는데 우리만 허울 좋게도
J리그는 세계적인 스타 포를란을 불러들였고 중국리그 안에서는 리피 감독과 에릭손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K리그만 안에서 키우고 구해서 살아야한다고 말한다면, 괴로운 것은 선수들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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