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한국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모태범(25‧대한항공)이 500m의 아쉬움을 접고 1000m를 향해 고개를 다시 든다. 모태범이 강한 욕심을 드러냈던 전략 종목이다.
올림픽 2연패를 노렸던 모태범은 11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 스케이팅센터에서 열린 2014 소치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1, 2차 레이스 합계 69초69, 4위를 기록하며 아쉽게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2010 밴쿠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종목이었기 때문에 충격은 더 컸다.
그러나 실망은 이르다. 모태범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500m보다는 1000m에 중점을 뒀다. 1000m는 밴쿠버 대회에서 ‘지존’ 샤니 데이비스(32‧미국)에 밀려 은메달을 땄던 종목. 이미 500m에서 깜짝 금메달의 영광을 누린 모태범의 시선은 1000m를 향했다. 모태범은 지난해부터 “1000m 금메달을 따는 사상 첫 선수가 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모태범이 2014 소치동계올림픽 500m의 아쉬움을 딛고 독을 품었다. 그의 시선은 처음부터 1000m를 향해 있었다. 사진(소치)=옥영화 기자 |
모태범은 단거리에서는 세계 최고의 수준이다. 반면 데이비스는 1000~1500m 중거리 최강자다. 모태범이 데이비스를 넘기 위해 노리고 있는 비책은 초반 승부수 이후 ‘버티기 전략’이다.
모태범의 전략은 단거리 강점을 최대한 살리는 것. 초반 200m를 압도적으로 앞선 뒤 600m까지 데이비스와의 격차를 최대한 벌려놓고 데이비스의 막판 스퍼트가 가능한 마지막 400m를 체력으로 버텨내는 전략을 세웠다. 케빈 크로켓 코치는 “데이비스를 꺾으려면 첫 200m에서 0.5초, 이후 첫 바퀴에서 스피드를 더 끌어올려 600m까지 0.7초의 격차를 벌려야 승산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4차 대회 1000m에서 1~3차 대회를 석권한 데이비스를 잡은 방법이다. 모태범은 1분09초50을 기록해 1분09초59에 그친 데이비스를 3위로 밀어내고 우승을 차지했다. 초반 200m에서 0.80초, 600m까지 1.18초나 앞선 뒤 마지막 400m를 효과적으로 버텨낸 것이 그대로 적중했던 결과다.
가장 강력한 금메달 후보는 데이비스가 분명하지만
올림픽 3연패를 노리는 데이비스와 네덜란드의 무서운 강세 속에 모태범이 또 다른 올림픽 역사를 쓰기 위해 독을 품었다.
[min@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