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완벽할 뻔 했지만 2% 부족한 대관식이었다. 러시아 소치에서 새로운 피겨 황제가 즉위했다.
‘신성’ 하뉴 유즈루(20·일본)는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 됐다. 하뉴는 15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열린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78.64점을 기록했다. 하루 전날 14일의 쇼트프로그램 101.45점과 합쳐, 총점 280.09점으로 시상식 맨 위에 올랐다.
예브게니 플류센코(32·러시아)의 갑작스런 부상에 따른 기권과 현역 은퇴로 하뉴는 ‘현역 No.1’이 됐다. 그리고 플류센코가 내려놓은 왕관은 하뉴의 머리 위에 있었다.
다소 싱거웠다. 전 세계의 이목은 당대 최고 플류센코와 새로운 별 하뉴의 대결을 기대했다. 하지만 플류센코가 빠진 가운데 패르틱 챈(24·캐나다)도, 다카하시 다이스케(28·일본)도 하뉴의 상대가 안 됐다.
그의 황제 즉위는 ‘완벽함’으로 정리됐다. 실력으로 하늘에서 가장 빛나는 별을 땄다. 하뉴는 쇼트프로그램에서 사상 첫 100점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일본선수권대회에서 103.10점을 세웠지만 비공인 세계 최고 기록이었다. 올림픽 무대에서 그 누구도 깨지 못한 ‘마(魔)의 100점’을 깼다.
그리고 그의 소름 끼치는 완벽 연기는 프리스케이팅에서 계속됐다. 긴장한 듯 두 차례 착지 실수로 엉덩방아를 찧었지만, 그 외에는 환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쇼트프로그램에 이어 프리스케이팅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다만 그 두 번의 실수가 완벽한 즉위식에 흠집을 남겼다.
여기에 행운도 따랐다. 2점이 감점되면서 1위 자리가 위태롭기도 했지만, 뒤이어 나선 챈은 하뉴보다 한 번 더 많은 세 번 실수를 저질렀다.
무엇보다 의미가 큰 건 플류센코라는 큰 벽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하뉴는 자신의 우상으로 조니 위버(29·미국)와 함께 플류센코를 삼았다. 그에게 이번 소치 대회는 우상과 함께 뛰는 아주 의미있는 무대였다.
하뉴가 이번 올림픽에서 기록한 점수는 280.09점이었다. 플류센코가 금메달을 땄던 2006년 토리노 대회 기록(쇼트프로그램 90.66점-프리스케이팅 167.67점-합계 258.33점)보다 더 높았다. 2004년 새로운 채점 제도가 생긴 이후, 플류센코는 올림픽에서 합계 260점을 넘지 못했다.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는 256.36점(쇼트프로그램 90.85점-프리스케이팅 165.51점)토리노 대회보다 낮았다.
또한, 하뉴는 앞서 플류센코를 능가했다. 지난 7일 피겨스케이팅 단체전 남자 쇼트프로그램에서 이번 대회 유일한 대결을 펼쳤는데, 1위는 하뉴였다.
하뉴는 이때 이미 플류세코를 이을 ‘차기 피겨 황제’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모두의 기대대로 그 뒤를 이었다. 그 누구도 불평할 수 없었지만, 두 번의 착지 실수로 아쉬움을 남긴 계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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