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표권향 기자] 남자 피겨스케이팅 ‘전설’ 예브게니 플류셴코(32·러시아)가 일본의 하뉴 유즈루(20)에게 왕좌를 물려줬다. 그들의 인연은 얄궂지만 플루셴코는 후배를 격려했고, 후배 하뉴는 선배를 존경했다.
하뉴는 15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남자 싱글에서 쇼트프로그램 101.45점과 프리스케이팅에서 178.64점을 더해 총점 280.09점으로 세계 정상에 올랐다.
‘신성’ 하뉴는 생애 첫 출전한 올림픽에서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지난 7일 남자 피겨스케이팅 단체전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해 밴쿠버동계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플류셴코와 패트릭 챈(캐나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고 했는가. 플류셴코의 산을 넘어야 했던 하뉴에게 그의 부상은 기회였다.
지난 14일 쇼트프로그램에 앞서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플류셴코가 허리 부상으로 출전을 포기했다. 지난 피겨 단체전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던 하뉴로선 아쉬움이 컸겠지만, 한편으로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됐을 터다. 하뉴는 이 기세를 이어 쇼트프로그램에서 101.45점으로 역대 최고 점수를 기록했다.
이날 경기 후 플류셴코는 은퇴를 선언했다. 플류셴코는 작별을 고하면서 하뉴를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았다. 그러면서 ‘차세대 피겨 황제’의 기량을 높이 평가했다.
그런 기대가 부담스러웠을까. 프리스케이팅에 나선 하뉴는 애절한 연기를 펼쳤다
그러나 하뉴는 흔들리지 않았다. 실수에 연연하지 않고 나머지 점프와 스핀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그리고 쇼트프로그램에 이어 프리스케이팅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2위 패트릭 챈(캐나다)을 4.47점 차로 제치고 여유있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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