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이 감동 스토리를 영화화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갖는 시나리오 작가나 감독이 분명 있을 것이다. 안현수 그리고 빅토르 안이 합작한 무대는 가슴 뭉클한 여운을 길게 남겨주고 있다.
안현수와 빅토르 안이 4번째 금메달을 함께 따냈다.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는 그의 손에 태극기가 들려 있었다. 1000m, 1500m, 5000m 계주를 모두 휩쓸면서 한국 동계스포츠 사상 첫 3관왕에 올랐을 때, 그는 안현수였다. 하지만 8년이 지난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는 러시아 국기를 들고 환호했다. 이제 그는 빅토르 안이다.
↑ 안현수가 빅토르 안과 손을 잡고 소치올림픽에 영화 한 편을 상영했다. 안현수의 눈물과 빅토르 안의 땀이 만든 영화였다. 사진(러시아 소치)= 옥영화 기자 |
준준결승부터 준결승 그리고 결승까지 모두 1위로 레이스를 마친 안현수는 과연 ‘황제’였다. 다른 선수들과는 한 차원 다른 질주를 펼치면서 새로운 조국 러시아의 올림픽 쇼트트랙 사상 첫 금메달을 안겼다. 지난 10일 1500m에서의 동메달로 러시아 쇼트트랙계에 첫 올림픽 메달을 선사하더니 결국 금빛 선물까지 만들었다.
이쯤이면 영화다. 인간 승리의 드라마다. 밴쿠버올림픽을 앞둔 무렵부터 소치올림픽이 열리는 2014년까지, 그 4년 동안 안현수가 흘렸던 땀과 눈물은 오직 안현수와 빅토르 안만 알고 있다. 밴쿠버올림픽을 앞두고 안현수는 부상 여파로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파벌싸움의 피해자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소치올림픽 1000m 경기 직후 영국의 로이터통신은 “안현수는 가장 뛰어난 쇼트트랙 선수 중 한 명이다. 지난 토리노올림픽에서 한국대표로 출전해 3개의 금메달을 땄다”면서 “하지만 안현수는 밴쿠버올림픽에 앞서 소속팀이 해체되고 대한빙상연맹과의 불화로 인해 러시아로 귀화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제 안현수가 빅토르 안이 된 배경은 전 세계가 알고 있다.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내 팬들의 반응은 대동소이하다. 국가적으로는 망신스러운 일이지만 안현수와 빅토르 안에게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충분히 칭찬받을 일이다. 4년간 안현수가 흘렸을 눈물과 빅토르 안이 쏟아낸 땀은 짐작도 어렵다.
극복해낸 것이 많다. 일단 부상을 이겨냈다. 스스로 “아직도 무릎에 통증이 있다”고 고백할 정도다. 선수가 이 정도의 큰 부상을 딛고 일어나 정상에 다시 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마음고생도 컸다. 누군가 만들었는지 모를 파벌싸움에 끼어 가슴에 피멍이 들었다. 그래도 스케이팅이 좋았기에, 운동만은 포기하고 싶지 않았기에 안현수는 러시아를 택했다. 나라를 바꾼다는 것, 어지간한 이들은 평생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다.
그 독한 선택이 헛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을 안현수다. 러시아의 기대라는 새로운 부담도 극복해야할 적이었다. 그야말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러시아 스태프와 동료들은 분명 큰 힘이었으나 그 고마움을 갚아야한다는 심리적인 압박도 적지 않았을 터. 그것까지 모두 이겨
안현수가 빅토르 안과 손을 잡고 러시아에서 열린 소치올림픽에 영화 한 편을 상영했다. 경기가 끝난 뒤 빙판에 입을 맞추던 그의 모습은 설명키 어려운 뭉클함을 전해주었다. 오직 안현수와 빅토르 안 둘에게만 허락된 감동의 순간이었다.
[lastuncle@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