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표권향 기자] 24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해안클러스터 피시트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폐막식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사상 최다선수(71명)가 출전했다. 4회 연속 10위권 진입을 목표로 한 한국은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를 획득해 최종 13위에 올랐다.
비록 목표를 달성하진 못했으나, 한국대표팀은 국민들에게 진한 감동을 안겼다. 또한 이번 올림픽을 통해 국민이 하나가 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보름 동안 함께 울고 웃었던 시간이었다.
↑ 24일 오전(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해안클러스터 피시트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2014 소치동계올림픽 폐막식이 열렸다. 사진(러시아, 소치)=옥영화 기자 |
▲ ‘감동’의 눈물
대회 5일째가 되던 날 한국에 첫 금메달 소식이 전해졌다. ‘빙속 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가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또한 2차 레이스에서 37초28을 기록해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동계올림픽에서의 카트리오나 르메이돈(캐나다, 37초30)의 기록을 앞당기며 합계 74초70로 올림픽 신기록을 세웠다. 이상화는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순간이 스쳐지나가서 눈물이 났다”라며 시상대 가장 위에서 미소를 지었다.
한국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은 4년 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빼앗겼던 금메달을 찾아왔다. 김아랑(19·전주제일고), 박승희(22·화성시청), 심석희(17·세화여고), 조해리(28·고양시청), 공상정(18·유봉여고)으로 구성된 한국여자 대표팀은 여자 3000m 계주에서 8년 만에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까지 4연패 행진을 달리던 한국대표팀은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실격돼 중국에게 금메달을 내줬다. 굳은 각오를 가지고 레이스를 펼친 한국대표팀은 마지막 반 바퀴를 남기고 심석희가 투혼을 발휘해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중국은 실격됐다.
많은 감동을 준 태극전사 가운데 이규혁(36·서울시청)을 빼놓을 수 없다. 선수생활 20년 간 올림픽에만 6회 출전한 이규혁은 역대 한국 선수 가운데 최다 참가 기록을 세웠다. 처음으로 올림픽 개막식과 폐막식을 찾은 이규혁은 한국의 기수로 나서 태극기를 흔들었다. 이번 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하진 못했으나 그가 보여준 노장 투혼은 쉽게 포기하는 이 사회에 값진 도전의 메시지를 남겼다.
▲ ‘홀가분’한 눈물
금빛은 아니었지만 전 세계가 인정한 ‘피겨 여왕’ 김연아(24). 그는 시상식 이후 그동안 참아왔던 눈물을 터뜨렸다.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개최국 러시아의 편파 판정으로 은메달을 목에 건 김연아는 “그냥 끝난 걸로 만족한다”라고 말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4년 동안 짊어지고 온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김연아의 모습에 한국의 밤은 눈물로 적셔졌다.
이번 올림픽은 여성파워가 돋보였다. 폐막을 하루 남겨두고 남자대표팀은 단 한 개의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다. 마지막 메달 사냥에 나선 이승훈(26·대한항공) 김철민(22·이상 한체대) 주형준(23‧한국체대)으로 구성된 남자 팀추월 대표팀은 빙상 ‘강국’ 네덜란드와 접전을 펼쳐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는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첫 팀추월 메달이었으며 남자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킨 메달이었다.
▲ ‘분노’의 눈물
김연아의 은메달 소식에 전 세계가 분노했다. 21일 오전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 출전한 김연아는 219.11점을 받아 2위를 기록했다. 실수를 범하고도 1위에 오른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게만 후했던 심판들이었다. 전 인류의 축제인 올림픽은 한 순간에 러시아만의 잔치로 전락했다. 이에 피겨 ‘전설’ 카타리나 비트와 미셸 콴은 “믿을 수 없다”라며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각종 외신들의 비판적인 보도도 이어졌다. 미국 ‘NBC’ 방송은 “김연아 은메달, 소트니코바 금메달... 결과에 동의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국내외 피겨팬들은 세계적인 인권 회복 청원 사이트인 ‘체인지(Change.org)’에 이번 대회 결과를 정식 항의고 한때 접속자가 몰려 전산 시스템이 장애를 일으켰다.
안현수(29·러시아명 빅토르 안)는 이번 올림픽에서 3개의 금메달과 한 개의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그의 가슴에는 태극기가 아닌 러시아 국기가 박혀있었다. 안현수는 천재성을 발휘해 러시아에 역대 올림픽 쇼트트랙 첫 메달을 선사하며 소치올림픽에서 우승하는데 보탬이 됐다. 그의 시상식을 바라만 봐야했던 한국은 안현수의 러시아 귀화를 문제 삼아 대한빙상경기연맹에 책임을 물으며 가슴을 쳤다.
▲ ‘미래’의 눈물
김연아가 떠난 자리는 피겨스케이팅 ‘샛별’ 김해진(17·과천고)과 박소연(17·신목고)이 채운다. 이번 올림픽에서 데뷔전을 치른 김해진과 박소연은 각각 . 큰 대회 경험 부족으로 잦은 실수를 범한 아쉬움이 남아 눈물을 흘렸다. 김해진은 “첫 번째 올림픽이 이렇게 마무리돼 아쉬다. 평창에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라는 각오와 함께 눈물을 닦아냈다.
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컬링 여자대표팀은 4강 진출에는 실패했으나, 승패에 관계없이 강한 의지력으로 또 다른 감동을 선사했다. 대회에 앞서 신미성(36), 김지선(28), 이슬비(26), 김은지(25), 엄민지(23, 이상 경기도청)로 구성된 대표팀은 서러움과 재정난을 겪었다. 하지만 끈끈한 팀워크를 앞세워
봅슬레이 남자대표팀은 2인승과 4인승에서 각각 결선 진출에 성공했다. 특히 파일럿 원윤종(29·경기연맹)과 브레이크맨 서영우(23·경기연맹) 콤비는 환상의 호흡으로 한국 봅슬레이 역사를 써내려갔다. 또한 한국에서 비인기 종목인 봅슬레이를 국민들 뇌리에 각인시키는데 성공했다.
[gioia@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