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전주) 임성일 기자] 최강희 전북 감독은 “괜히 우리가 1강이라 그래서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군입대한 선수들의 보강 차원의 영입이었고, 다른 팀들보다 영입 작업이 일찍 끝나 도드라졌을 뿐이다. 모든 팀이 백중세인데 우리만 부각되는 것 같다”는 말로 볼멘소리를 전했다. 하지만 최강희 감독의 우는 소리를 곧이곧대로 듣는 이는 없다. 전북은, 확실히 강했다.
전북이 8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부산아이파크와의 2014K리그 클래식 개막전에서 3골을 폭발시키며 3-0 완승을 거뒀다. 한교원, 정혁, 레오나르도 등 득점자도 다양했다. 간판 공격수 이동국의 득점이 없어도 3골이나 나왔다. 지난 2월26일 요코하마 마리노스와의 ACL 1차전 3-0에 이어 또 완승이 나왔다. 과연 닥공은 닥공이었다.
↑ 전북이 2경기 연속 3골을 터뜨리는 닥공 본능을 발휘하고 있다. 1골이 터지면 봇물이 터지는 흐름이다. 녹색헐크를 만들지 않는 게 관건이다. 사진= 전북현대 제공 |
허리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고, 전북의 강점인 측면도 쉽사리 허용치 않았다. 전북의 수비실수를 이용해 여러 차례 슈팅 기회를 잡기도 했다. 최은성 골키퍼는 2~3차례 몸을 날려야했다. 끈끈한 조직력으로 전북 선수들을 답답하게 만들었고, 자신들이 공격할 때는 적절했다. 사실 전반은 부산에 더 점수를 줘도 무방할 흐름이다. 하지만, 첫 골과 함께 급격히 전북 쪽으로 기울었다.
전반 38분 박원재가 왼쪽 측면에서 높이 띄운 볼을 부산 수비 김응진이 깨끗하게 걷어내지 못한 게 빌미였다. 이를 반대편에서 한교원이 잡아 적절하게 수비를 등진 뒤 오른발 하프발리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이 득점이 승부의 분수령이었다. 첫 골과 함께 리드를 잡은 전북은 ‘부담’이란 것을 덜 수 있었다.
최강희 감독은 경기 전 “사실 우리는 조급함이 최대 적이다. 0-0으로 경기가 흘러도 마치 우리가 지고 있는 것처럼 쫓긴다”면서 “그런 부담을 덜면서 우리 경기를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우려감을 전했다. 바로 이 부분이 전북의 아킬레스건이다. 워낙 강하다는 인상이 강한 전북이고, 최강희 감독의 말처럼 비겨도 진 것 같은 전북이다. 따라서 골이 터지지 않으면, 그래서 시간이 흐르면 더 쫓길 수 있는 전북이다. 하지만, 1골이 나오면 봇물이 터졌다.
몸이 풀리고 부담도 던 전북은 후반 2분 정혁이 추가골을 터뜨리면서 완벽히 살아났다. 그리고 후반 22분, 교체투입된 레오나르도가 그림 같은 중거리슈팅을 작렬시켰다. 이승기의 힐 패스도, 이를 논스톱으로 연결한 레오나르도의 슈팅도 모두 일품이었다.
지난 요코하마전이 오버랩된 부산전이다. 요코하마와의 경기에서도 전북은 골이 터지기 전까지 고전했다. 전반 내내 공격을 주도하기는 했으나 주도권과 달리 실효가 없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어수선한 느낌도 있었다. 하지만 첫 골과 함께 달라졌다.
후반 15분 이승기의 첫골이 나오자 전북은 ‘녹색헐크’로 바뀌었고 이후 이승기의 추가골과 레오나르도의 쐐기골로 이어졌다. 경기 후 요코하마 감독은 “2번째 3번째 실점은, 요코하마의 경기가 아니었
전북의 파괴력은 확실히 업그레이드됐다. 공격옵션도 다양해졌다. 그렇기 때문에, 넣어야한다는 부담은 더 커졌을지 모른다. 쉽지는 않겠으나, 상대가 이용해야할 부분이다. 어떻게는 선제골을 내주지 않는 것이 관건이다. 마치 녹색헐크처럼, 1골이 터지면 닥공이 폭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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